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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파블로프는 인간의 미래일까? 길을 가다가 문득 든 생각.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들의 합 이상일 수 있을까요? 내가 보고 들은 것들과 경험한 것들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억들이 합해지면 나라는 사람이 완성 됩니다. 파블로프의 개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극에 일정한 반응을 합니다. 기계적인 반응이죠. 마찬가지로 사람도 다양한 자극에 일정한 대응을 하는 것이고, 다만 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것 뿐이라면,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것들의 합 이상이 아니고, 영혼이라던가, 인간의 가치라던가 하는 말은 사실은 완전히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버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의 어느 철학자는 세상 모든 것을 의심했지만 생각하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메트릭스처럼, 실은 우리는 실험관.. 더보기
난반사 - 누쿠이 도쿠로 * 생각해 보니 제가 지난 주엔 글을 안 썼더군요 -_- 여름이라 그런 건지 자꾸 정신을 놓곤 합니다.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 [난반사]를 읽었습니다. 누쿠이 도쿠로는 [우행록]으로 처음 접했던 작가인데 그 작품이 무척 인상적이었기에 다른 작품들도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얼마 전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예정에도 없이 대출했습니다. 470쪽 정도 되는 분량인데 책장이 수월하게 넘어가 금방 읽었어요.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이나 감정들로 가득 찬 소설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나와 가족을 비롯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면면들을 옮겨 놓은 듯 친숙합니다. 읽다 보면 '이런 사람들로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거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예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한두 .. 더보기
부정부패를 만드는 것은 몇몇의 악당이 아닌 사회 시스템 전체이다. 포스팅을 약속하고, 팀블로거 중 한명으로 합류한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금요일에 글을 올릴 것을 약속했는데, 여행과 각종 약속이 겹치다 보니 많이 늦어져 버렸습니다. 앞으로는 금요일을 준수하겠습니다. 저는 간단한 읽을거리나 볼거리들을 소개하는 글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법문제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볼거리는 ted.com에서 이루어진 부정부패를 만든 세계적인 시스템에 대한 강의입니다. http://www.ted.com/talks/charmian_gooch_meet_global_corruption_s_hidden_players.html ted.com은 각종 분야의 여러 저명인사들의 10분내외의 짧은 강연들을 모아놓은 싸이트입니다. 주로 영어로 .. 더보기
초등학교 4학년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녀석(이하 A라 칭하겠습니다)이 지난 금요일에 결혼했습니다. 일반 예식장이 아닌 레스토랑을 빌려, 가족과 가까운 친구 중심으로 적은 수의 손님만 초대했더군요. 주례도 없이 사회자의 진행으로만 식을 마치는 점도 신선하고 좋았어요. 음식이 조금만 더 맛있었으면 아주 만족스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요 ㅎㅎ 이날 함께 간 친구(B라고 부를게요)도 같은 반 단짝이었어요. A가 결혼하니까 당연히 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우리들 참 질긴 인연이다 싶더군요. A가 겨울방학 직후에 갑자기 전학을 가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아이러브스쿨 열풍 덕분에 잠깐 연락이 닿았다가 한동안 또 소식을 못 들었죠.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만났다가 다시 끊겼다가 하는 일이 내내 .. 더보기
맥주 저도 이번 글은 경어체로 써볼까 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이 글을 맥주를 마시며 쓰고 있습니다. 맥주가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알코올이 이뇨 작용을 해서 오히려 수분이 몸 밖으로 나가게 만들잖아요) 덥고 목마른 여름밤이면 자꾸 생각이 나네요. 매일 마시지는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마셔요. 대체로 330ml 한 병만 마시구요. 오늘은 제가 찾는 맥주가 병으로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500ml 캔을 샀습니다(일전에 썼던 글에서 언급했던 것 같은데 전 가급적 알루미늄 캔에 든 음료나 맥주를 마시지 않아요. 제조 과정에서 많은 원석, 전기, 물이 투입되는 데 비해 재활용은 어렵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약간 찜찜하네요). 우리나라 맥주는 대부분 라거(Lager)죠. 맑고 황금빛을 .. 더보기
버니 감독 특별전 같은 게 아니면 한 감독의 영화 여러 편이 맥락 없이 극장에 동시에 걸리는 일은 흔치 않은데 요새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 두 편이 상영중이다. [비포 미드나잇]과 [버니]. [비포 미드나잇]은 생각보다 순항 중인데 비해 [버니]는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아 이런 추세라면 금세 내려갈 듯하여 얼른 챙겨 봤다. 주연 배우가 잭 블랙이어서 감독의 전작 [스쿨 오브 락] 같은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예고편에서도 코믹함이 묻어나는데다가 매튜 매커너히가 연기하는 검사가 잭 블랙을 곤경에 빠트리는 설정인 것처럼 보였기에 한바탕 유쾌한 소동이 벌어질줄 알았다. 직접 본 영화는 기대와 좀 달랐다. 실망스러웠던 게 아니라 새롭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스토리는 무척 단순하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데 의외로.. 더보기
공부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인문학스터디'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꾸준히 연다. 주로 최근에 책을 낸 저자가 강사로 나선다. 홍보를 염두에 둔 행사인 건 분명하지만 그리 노골적이지 않기도 하고 텍스트가 아닌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 시간 되는 대로 참석하곤 한다. 지난 주와 이번 주 목요일에는 철학자 김영민 님의 강좌가 있었다. '김영민의 공부론'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두 시간의 강의와 두 시간의 질의 응답으로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분의 말투가 전혀 대중친화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려운 용어들을 잔뜩 섞어 말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듣는 사람이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고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을 알아서 채우기를 요구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이게 대체 뭔 소리야.. 더보기
앤젤스 셰어 * 영화 리뷰라기 보다는 영화의 소재에서 비롯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적은 글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켄 로치의 영화 [앤젤스 셰어]를 봤다. 영화에 나오는 설명에 따르면, 위스키를 오크통에 넣고 숙성시키면 해마다 2% 정도가 증발하는데 이렇게 날아가는 양을 '천사의 몫'이라 부른다. 오크통이 숨을 쉬고 있어 생기는 현상이지만 이걸 천사가 가져간다고 여기는 점이 재미있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했다. 이걸 만약 천사가 가져간다고 하지 않고 '매년 2%가 사라짐'이라고만 했다면 사람들 기분이 어땠을까. 오래 묵힐 수록 위스키의 가치가 오르는 건 생각하지 않고 '올해 가치가 천만 원이니까 2%면 이십만 원이 공중으로 사라졌군' 하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증발한 부.. 더보기
여행 단상 간밤에 외국으로 여행 간 꿈을 꿨다. 현지에 살고 있는 후배의 가이드를 받는 설정이었는데 꿈인 만큼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었다. 숙소가 게스트하우스 느낌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느닷없이 그곳에 묵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소개했다. 비록 꿈이었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맞닥뜨렸을 때의 묘한 긴장감이 무척 생생했다. 친구를 잠깐 만날 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오려니 허전해서 [로마 위드 러브]를 봤다. 어젯 밤에 꾼 꿈도 있고 해서 영화를 보고 나면 로마에 가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날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기괴한 제목으로 개봉했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봤을 때 바르셀로나로 바로 날아가고 싶었던 것에 비하면 참 뜨뜻미지근했다. 여행 경험이 .. 더보기
인간적인 에누리 지난 금요일에 글을 쓰지 못 했던 건 집안 일 때문에 1박 2일로 지방에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기왕 가는 거, 익숙한 홈타운 말고 다른 곳도 가고 싶어서 전주에 들렀다. 예상과 달리 일정이 꼬여서 전주를 구경할 시간은 저녁 나절 두어 시간밖에 나지 않았다. 한 끼라도 전주 음식을 먹고 싶었고 비빔밥이나 한정식은 내키지 않아 콩나물국밥을 선택했다. 대충 찾아 보니 유명한 곳이 세 곳쯤 있었다. 밥 먹고 나서 한옥마을이 어떻게 생겼나 둘러 보면 적당할 듯싶어 그쪽에 있는 '왱이집'을 가기로 했다. 메뉴는 단출했다. 콩나물국밥 육천원, 모주 한 잔에 천원. 끝. 국밥 두 그릇과 모주 한 잔을 시켰다. 펄펄 끓이지 않은 전통 방식이리고 벽에 설명글이 붙어 있었다. 뜨거운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밥알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