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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맥주

저도 이번 글은 경어체로 써볼까 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이 글을 맥주를 마시며 쓰고 있습니다. 맥주가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알코올이 이뇨 작용을 해서 오히려 수분이 몸 밖으로 나가게 만들잖아요) 덥고 목마른 여름밤이면 자꾸 생각이 나네요. 매일 마시지는 않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마셔요. 대체로 330ml 한 병만 마시구요. 오늘은 제가 찾는 맥주가 병으로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500ml 캔을 샀습니다(일전에 썼던 글에서 언급했던 것 같은데 전 가급적 알루미늄 캔에 든 음료나 맥주를 마시지 않아요. 제조 과정에서 많은 원석, 전기, 물이 투입되는 데 비해 재활용은 어렵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약간 찜찜하네요).


우리나라 맥주는 대부분 라거(Lager)죠. 맑고 황금빛을 띠고 5% 내외의 알콜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오비, 하이트, 카스 등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맛은 다 비슷비슷한데다 우리나라 맥주는 유난히 좀 톡 쏘는 맛이 강한 것 같아요. 뭔가 좀 멀건 느낌도 나구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맥주의 그런 맛을 waterly하다고 표현한다더군요. 이게 빈말이 아닌 게 우리나라 맥주는 발효 과정에서 알콜 도수가 10%쯤 되게 해서(하이그래비티 공법) 탄산수를 섞어 도수를 5%로 낮춘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비용이 절감된다네요. 제조사들은 이렇게 해도 맛의 차이는 없다고 주장한다는데요, 그런 선입견 때문인지 저는 국산 맥주가 좀 맛이 없어요.


맥스(Max)가 100% 보리 맥주라고 광고했을 땐 참 의아했어요. 맥주는 원래 보리(맥아), 홉, 물로 만드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우유를 100% 우유라고 광고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런데 맥스 이외의 국산 맥주는 맥아 함량이 7~80% 정도라는군요.  나머지는 옥수수 전분처럼 싼 원료를 썼다고 합니다.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함이죠. 이 경우에도 제조사에서는 맛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주장해요. 외국 맥주들 중에서도 옥수수 전분이나 쌀가루로 맛을 부드럽게 만드는 맥주가 있기도 하구요.


어쨌든 라거의 경우, 100% 맥아로 발효시키되 하이그래비티 공법을 쓰지 않고 좋은 홉을 써서 향을 좋게 한 맥주가 맛있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선입견이 작용한 것일 수 있겠지만 저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라거 또는 필스(필스너)가 좋더군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 중에선 크롬바허(Krombacher. 독일), 칼스버그(Carlsberg. 덴마크),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체코) 등을 좋아합니다(실은 귀찮아서 다른 걸 많이 찾아서 마셔 보진 못 했어요). 아시아 맥주 중에선 칭다오가 라거 본연의 맛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맥주들(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은 한두 번 마실 땐 화사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해서 좋은데 여러 번 마시면 질리더라구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요샌 기회가 되면 밖에서 에일 맥주를 마시곤 해요.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크게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로 나뉘는데 상온 또는 고온에서 발효시키면 효모가 위에 뜬 채로 발효가 진행되어서 뿌연 색깔이 되고 저온에서 발효시키면 효모가 밑에 가라앉은 채로 발효가 진행되어서 맑고 투명한 색깔이 된다고 합니다.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의 대표적인 예가 각각 에일과 필스(라거)이구요.


에일 맥주는 색깔도 탁하고 아주 차갑게 서빙되지 않아서 좀 실망스러울 수 있어요. 맛도 텁텁한 편이라 맑고 깔끔한 느낌의 라거에 익숙한 분이라면  처음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구요. 어떤 건 시큼해서 상한 것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향이 아주 좋아요. 어떤 건 꽃향기가 확 나고 어떤 건 오렌지향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아직 많이 마셔 보지 못하고 공부(?)도 부족해서 이런 향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는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상면 발효 맥주 특유의 향이 있을 것 같구요, 홉을 비롯한 원료를 어떤 걸 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거니, 짐작할 뿐입니다.


마트에서도 에일 맥주 계열은 비싸더군요. 한 병에 5천원 정도 하더라구요. 그럴 바에야 값을 조금 더 치르더라도 살균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생맥주를 마시는 게 낫겠다 싶어서 병맥주로는 안 마셔 봤어요. 일반 생맥주에 비해 값은 비싼 편이지만(330ml에 6천원에서 8천원쯤 하고 1만원이 넘는 것도 있더군요) 이런 맥주를 파는 곳이 (제가 가본 곳은)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펍이어서 안주를 안 시켜도 눈치 보이지 않아서 가볍게 한두 잔 마시며 이야기하고 일어나면 오히려 돈은 적게 들더군요. 술은 부어라 마셔라 하는 맛에 먹는 분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ㅎㅎ


쓰다 보니 에일 맥주 생각이 나네요. 조만간 친구 꼬셔서 한 잔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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