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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물건 이야기] 그 후 어찌어찌 하다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을 읽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2011년의 일이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여서 발제하고 이야기하는 형식이었다. 내가 [물건 이야기](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김영사 펴냄, 2011)를 읽자고 제안했고 그 책이 결정됐는데 덕분에 발제를 맡게 됐다. 막상 책을 읽어 보니 500쪽에 걸쳐 (나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져서 뭘 넣고 뭘 빼서 요약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주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자면, 제목 그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환경이나 자원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책들은 대체로 생산과 폐기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 더보기
냉침 커피 * 지난 주에 이어 또 커피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내 일상에서 커피를 빼면 남는 게 몇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커피에서 시작된 이 글은 안드로메다에서 끝을 맺는다; 날이 부쩍 더워졌다. 낮에만 조금 풀리는 척하다가 아침, 저녁으론 쌀쌀했던 날들이 이어져 '봄은 대체 언제쯤?'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장 여름으로 직행했다. 차가운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커피숍에서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커피는 크게 3가지이다. 에스프레소를 얼음에 붓고 차가운 물을 적당량 채워 만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좀 진하게 얼음 위에 바로 내린 뒤 다시 얼음을 채워 만드는 아이스 드립커피, 분쇄한 원두 위에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려 아래쪽에서 우러난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해 그걸 모은 더치.. 더보기
커피의 기억 커피를 좋아하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더운 여름 날 너무 졸렸던 수업이 끝나자 마자 엎드려 자기 시작하면서 매점 가는 친구한테 차가운 캔커피를 부탁하곤 했다. 땀을 흘리며 쪽잠을 자다 깨서 마시는 네스카페 캔커피의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소위 '원두커피 전문점' 열풍이 불었다. 지금까지 마셨던 캔커피니 맥심이니 하는 것들을 단숨에 '한 단계 낮은' 커피로 만들어 버린 이름이었다. 사실, 그 커피가 월등히 맛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학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가 아니라 그 기분을 사기 위해 들락거렸다. 대학생이 된 후 몇 년 동안은 커피 공백기 같다. 별 기억이 없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일이라면 커피메이커를 산 일. 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