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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하버드 사랑학 수업


그림 출처 : http://www.yes24.com/24/Viewer/DetailImageView/7958957


  그래 나도 안다. 이 책은 처세술 장르이다. 내가 극악하게 싫어하는 그런 종류의 책임을 부인하지 않겠다. 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처세술 책은 쓰레기라고 경멸을 담은 말을 쏟아내곤 한다. 마치 난 고고한 인품과 독서습관을 가진 것처럼 남들 앞에서 자랑스레 그렇게 말을 하곤 한다. 지금도 물론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해서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나는 인간관계 자체에 관심이 지대하다. 하지만 학생시절에는 성과지향형 성격이었다. 간혹 내가 무임승차자라는 생각으로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말이다. 일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입힌 적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일을 우선시 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결과다. 나는 무심했고 주변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섣불리 해답을 제시하려고 했다. 나에게 그 사람의 감정보다는  고민 해결이 우선이었고 그 사람이 대처방법을 듣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마치 내가 근사하고 훌륭한 일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답은 제대로 된 답이 아니었다. 고민에 빠져 있는 그를 보기 힘들어서 서둘러 봉합해 버린 것이다.  난 그냥 아는 척 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어느새 바뀌어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매우 늦게 말이다. 이제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허무해 보이고 실증 날 때도 있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빼면 시체라는 말을 이제야 깨달았고 그럼 어떻게 잘 사랑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데 나의 삶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이 나의 인생의 목표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피식 웃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나의 말에 꿈에서 깨라는 얼굴로 사람에게 데여 보지 않아서 그런다거나 사람들을 동정하는 거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거나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은  아니냐 혹은 어려운 없이 살아온 나의 인생을 인용하면서 그런 망상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냐고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살짝 열이 받지만 그런 말을 내가 듣는다면 그럴 만한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반박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단지, 나는 진지하다는 답변만 돌려줄 뿐 애써 나의 철학과 생각을 늘어 놓지 않는다. 이유는 나의 생각은 아직은 좁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키만한 경험과 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쟁에서 상대편의 뾰족하고 섬세한 말에 나 스스로 상처를 입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쓸 때 없는 잡설이 길었다. 사랑에 관한 수업은 연애를 잘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행동지침을 나열하는 책은 아닌 것이다.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여자도 있고 금성에서 온 여자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느 연애 카운셀러들처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라는 이야기를 아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제목대로 수업이다. 수업시간에는 편향적인 사고에 자주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연애에서 버려야 할 편견들, 가져야할 마음가짐, 나 자신에 대한 탐구력을 높이는 방법,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 등을 심리학을 이용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감명을 받았던 것은 라캉의 '그것'을 상대편에게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깊은 호감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우리 무의식에서 원하는 '그것'에 의해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로부터 연애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설명이 좋았던 이유는 상대의 열정을 발현시키기 위해 무리 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 좋아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자신의 기존 성격 밖으로 튀어나가게 되는데 이런 행동을 하면서 상대는 나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나에게 잘 해주기 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인연이라면 두 사람이 자연스레 상대에게 호감을 끌어내는 행동을 하게 되어서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즉 나는 상대편에게 '그것'을 발견하고 열렬히 구애를 해도 상대가 나에게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둘의 인연은 자연스레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서로에게 '그것'을 발견한다면 자연스레 가까워지며 인연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계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에게 "나는 네가 찾고 있는 '그것'이 있다"고 억지로 주입하는 노력이 쓸데 없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즉 상대에 대해 너무 애쓰지 않을 수 있는 생각이 될 수 있다. 내가 일정한 노력을 하고 신호를 충분히 보내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생각만큼 다가 오지 않을 때 더 노력하면서 가슴 아파하기 보다는 "아, 저 사람은 나에게 '그것'을 느끼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면 관계를 좀 더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억지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이 사랑하는 감정 때문에 덜 가슴 아플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인생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이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도 좋았다. 우리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 연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결혼이 우리의 사랑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은 사랑의 한 과정일 뿐이고 그런 과정을 통과한다고 해서 우리의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원래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운 것이니 다시 이런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으리란 생각에 상실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자신의 작은 행동과 말로써 사랑이 어그러질까봐 두려워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맞지만 사랑은 행복감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다고 역설한다. 연애를 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면 항상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인간이 사랑에 빠지면 사랑을 위해서 지옥의 불속으로라도 뛰어들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사랑 이후에 올 상실감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 풍덩 빠질 수 있는 무모함을 보이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별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인간을 거듭나게 된다. 우린 실연은 당하게 되면 그 상처로 인해 자신의 영혼을 통찰할 수 있게 된다.  힘들고 괴로운 일로 인해 넓은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자신의 내부적 원인을 구석구석 뒤져지고 찾아서 더 포용력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 자신도 그랬고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실연을 당한 후에 좀 더 새로운 분위기를 장착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은 더욱 깊고 진중해졌고 그의 손길과 말투에서는 어느새 연륜이 묻어 나오는 듯 했으니까 실연은 나를 완성해 나가는 가장 현실적인 기회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 자신을 이렇게 비유하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낚시를 하지 않는 내가 낚싯대를 만들기 위해서 좋은 나무를 연마하고 있는 느낌, 혹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좋은 헬멧을 고르기 위해서 샵에 들러서 이러저리 살펴보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 무덤덤해졌다고 해도 어느새 사랑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고 있는 나를 보면 나도 사랑 앞에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인가보다. 그럴 수록 더욱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그리우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왜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에로스라는 감정 말이다. 사랑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도 못하면서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그리며 사랑하면서 사는 것일까? 우리는 원래 둘이었는데 신에 의해서 남녀로 쪼개진 그 이야기가 진실일까?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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