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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월 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그림 출처 : http://pagetopremiere.com/2012/08/check-into-the-perks-of-being-a-wallflower-on-getglue-for-exclusive-movie-quote-stickers/ )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2달만에 영화를 본다. 영화가 나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 줄지 기대를 잔뜩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감정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야 말았다. 별로 감흥이 없는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으니 할말이 많을 리는 없다. 주인공이 왜 그렇게 왕따를 당한 것일까? 엠마왓슨에게 왜 매력이 느껴지지 않지? 성장 드라마를 그만 봐야할까? 난 이 영화를 보면 왜 캐릭터들을 사랑할 수 없었을까? 미국식 성장 드라마를 보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학대를 당했을 때 학대를 당했다고 느끼지 못했다면 훗날 커서 자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만약 한 순간 학대를 당했고 그 후에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더라도 자의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심리적인 요소가 비가역적일까? 학대를 당한 후에 충분한 관심과 보살핌이 있다면 이런 학대의 기억을 극복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의 부모는 아들에게 헌신적이다. 그의 심리적 상처를 정확히 꼬집어 내지 않더라도 그는 충분한 회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왜 반드시 학대의 원인을 집어내어야 할까?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집어내어야 할까? 그리고 왜 엠마왓슨의 손이 그의 허벅지에 닿는 순간에 그 생각이 났을까? 왜 그의 여자친구였던 메이 휫먼의 손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성적 충동을 느낀 것이 문제였을까? 인생은 그렇게 우연히 찾아오는 사건이 만들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우연이 삶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삶이란 개개인의 특수성도 있지만 인간이라는 보편성이 가지는 특성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역할로써 겪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원인으로 내 안의 무의식이 나를 그런 환경으로 자꾸 이끌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매력적이지 않다. 이렇게 잘 생기고 귀여운 배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유가 뭘까 고민스러웠다. 혹시 전형적인 플롯에 있는 것은 아닐까? 성적인 학대로 인한 자의식 결여, 학교 생활에서 왕따, 그러던 중 자신감 넘치는 또래집단과의 만남, 그들과 삐걱거리지만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던 중 갈등 발생, 그리고 자신의 심리적 불안정을 일으키는 문제와의 만남. 친구들과의 관계와 자의식 손상의 회복 또는 해소 어떤가? 전형적이지 않은가? 내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전형적인 이야기 진행이다. 잘 짜여진 드라마지만 나의 관심을 이끌만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장인이 사위를 고발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느꼈던 반전을 이 영화는 내게 선사해 주지 못했다. 그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는 이야기 구조속에서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극의 흐름을 이끄는 주인공의 자연스런 성격 이런 것들이 보고 싶었다. 주인공에게도, 엠마 왓슨에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헤어드레서'를 보고서 뚱뚱한 여인에게는 느꼈던 흡입력을 평소 눈빛만으로 나를 상기시킬 수 있는 매력의 소유자인 엠마왓슨에게 느낄 수 없었다. 이제 한동안 성장 드라마류의 영화나 소설을 읽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 뿐이다. 나의 감성이 무뎌져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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