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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2013년 가족과학축제

<2013년 가족 과학 축제 브로셔>

  과학 축제와 같은 이벤트는 참석을 해 본 적이 없다. 과학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즐기는 과학, 즉 아마추어 과학에서 특별히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좀 시시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날 이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은 고 조경철 박사 기념회에서 천체사진전을 기획하면서 창의재단 측에 펀딩을 요청했는데 펀딩의 대가로 4월 21일 열리는 과학의 날 행사에 참석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 24점을 프린팅해서 걸어 놓게 되었는데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사람으로 내가 가게 되어서 하는 수 없이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일요일 아침, 8시 경에 집에서 나왔다.(일요일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천체 사진전을 홍보할 브로셔 1,000장을 가지고 나오는데 생각보다는 무겁다고 느꼈다. 지하철과 도보로, 아침의 상쾌한 공기와 맑은 하늘이 아니었다면 좀 짜증이 났을 터였다. 


 <광화문 공원>


  도착해 보니 이미 사진 전시 부스는 완성이 되어있었다. 사진을 걸어 놓는 프레임이 워낙 약해 보여서 그런지 아니면 광화문 공원에 바람이 사납게 불어서 그런지 모래 주머니를 프레임 기둥마다 눌러 놓고 있었다. 미관상 썩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처치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방을 한 켠에 놓아두고 사진이 제 위치에 걸렸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1분도 안 되어서 확인 작업을 끝내고서는 할 것이 없었다. 


<아름다운 밤하늘 전시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좀 지루했다. 앉을 만한 곳도 없어서 혼자 우두커니 옆에 서 있었다. 구경거리로는 근처 부스를 설치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면 광화문에서 교대식을 구경하는 여행객 인파, 바로 옆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무리들이었다. 느낄 수 있는 것으로는 이따금씩 사납게 불어오는 북서풍과 바로 옆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이 다였다. 그러다가 개막식을 시작하고 부스들이 하나둘씩 문을 여는 것을 보고는 11시가 좀 안되는 시각에 심심한 나머지 뭐라도 하고 싶었다.


<체험활동 부스들>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간이 전동기로 만드는 발레니나와 나만의 조명기구 제작에 참여했다. 간이 전동기로 만드는 발레리나는 발레리나 포즈의 그림 두 개에 색연필과 볼펜으로 열심히 색칠을 하고 대강 발레리나 윤곽대로 가위로 오려내어 구리선을 사각형 모양으로 구부리고 사각현 두 변에 양면테이프를 이용해서 발레니나를 붙이고 그것을 1.5V 건전지의 +극과 - 극에 대면 사각형 모양의 구리선이 빙글 빙글 회전한다. 즉 발레리나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전류가 흐르면 구리도선이 힘을 받아서 움직이려고 하는데 형태를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서 수직인 각 변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토크를 작용시키는 원리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로렌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그림과 같다. 건전지 아래쪽에 자석을 댄 것은 -극을 확장시켜서 구리선을 감아 전기가 흐르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다. 만드는 데 옆에서 앉아 있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비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이 와서 이런 것 만든다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았지만 난 꿋꿋하게 만들었다.

<간이 전동기로 만드는 발레리나 완성품>


  다음으로 나만의 조명기구 만들기이다. 나만의 조명기구는 직육면체 상자에 종이를 돌돌 말아 만든 원통을 많이 제작하는 것이 일이었다. 이렇게 제작하는데 실제로 10분여가 더 걸렸다. 많은 노력이 요하는 작업이었다. 좀 지루하기도 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보통 아이와 엄마가 같이 만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 하기 때문에 지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만들었다. 모양이 제법 예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 종이를 말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옆에 계신 아이어머니께서 몇 개 도와주셨다. 감사한 일이었다. 다 만들고 난 원통종이를 세워서 빽빽히 종이상자 안을 채우면 된다. 그리고 그 위를 갖가지 색깔의 셀로판지로 다양한 형태로 붙이면 된다. 나는 미적 감각의 부족으로 서로 다른 색 세 가지를 나란히 붙였다. 마치 유럽 국가들의 국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나만의 조명기구 만들기 완성품>


  그 외에도 원소주기율표 만들기, 볼록렌즈와 함께하는 3D명화 즐기기, 3D 사진 만들기와 그 원리, 물고기 비늘에 대한 과학적 설명들, 헬륨과 수소의 방출선을 확인할 수 있던 종이 분광기, 사이클로드 모양의 한옥 지붕모양, 네팔에 태양광 배터리와 조명을 보급 하는 사업, 착시 효과를 이용한 움직이는 그림 제작등 등등 10가지도 넘는 활동을 즐겼던 것 같다. 오후가 되니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구경하는 것이 다였다. 내 손으로 직접 관찰하기, 만들어 보기, 내 머리로 직접 이해하기 등 체험활동을 통해서 과학을 한다는 기쁨에 잠시 사로잡혔던 것 같다.  과학이라는 것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과 다르다. 자신이 생각해 보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도 보면 사소한 것일지라도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것은 이런 행사에 체험활동을 즐기려고 오는 것보다 체험활동을 즐기게 해 주기 위해서 나름의 과학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신나는 일이 될 것 같았다. 나도 비슷한 일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나의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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