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요일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 고백의 울림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저자
세스 지음
출판사
애니북스 | 2012-10-26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소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삶의 진실『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
가격비교


세스의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이 작품은 세스가 연재중인 자기고백적 시리즈 만화 <팔루카빌>의 그래픽 노블판으로, '캘로'라는 이름의 옛 만화가의 행적을 추적하는 몇개의 에피소드만을 엮은것이다.

작품은 작가 본인을 그대로 묘사한 캐릭터인 세스의 자기고백으로만 구성된다. 세스 본인의 행적과 그에 따르는 긴 내레이션들. 그리고 수수께끼의 만화가 캘로를 쫓으면서 그 안에서 우울과 몽상으로 범벅이된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간다. 만화의 말미에는 그가 찾아낸 캘로의 만화들과 사진을 수록하여서 이 만화가 가진 진정성에 보탬을 주고 있다.

북미/유럽권에는 작가의 자기고백이 그다지 드문일은 아니다. 프레데릭 페테르스의 <푸른 알약>이나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라던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도 아버지의 고백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나오는 본인의 이야기들 역시 놓칠것이 아니다. 대니얼 클로즈의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원작인) <고스트 월드>도 가상의 캐릭터들을 내밀고 있지만 그의 과거사에서 기인한 이야기들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과연 이런 만화를 통한 고백들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사실 이런 작품들은 어떠한 멋들어지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작품들에 비해서 크게 흥미점이 없다. 간혹 개인의 고백에서 장엄한 역사의 한 흔적을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적으로 개인화된 이야기들일 뿐이다. 결국 그 안에서도 한명의 개인이 가지는 드라마는 보폭이 짧고 결이 작을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멋지지만 만들어진 이야기는 때로는 진실을 머금은 작은 이야기앞에서 힘을 잃을때가 있다. 과연 어떠한 천재가 그의 머리만으로 대단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한들, 한명이 말하는 진실보다는 신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까지 드러내면서 스스로의 삶을 고백하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그 한명의 인간 전체가 묻어있다. 이들의 고백은 곧장 나-독자-의 고백으로 연결되고 별것아닌 소소한 에피소드들 마저 그와 나의 결이 함께 묻어나기 때문이다. 설령 이들이 겪은 짧고 나약한 이벤트들이 환상만큼 매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의 깊이가 있음은 분명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결을 한국의 작가들에게서도 느껴보고 싶은 바램이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앙꼬의 <나쁜 친구>같은 작품들 말이다. 먼나라, 먼땅에서 피부색이 다른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더 가까운 고백을 듣고 싶다. 멋진 환상은 즐겁지만 그것만 보는것도 때로는 너무 피로하다. 사람냄새가 맡고 싶은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