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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집사의 하루-5

리배. 목욕하는 날

아침 7시. 항상 일어나는 시각이다. 

자취생이니 아침식사는 없는지 오래고 제때 일어나 씻으면 다행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 날도 일어나 샤워하고 나오는데.. 리배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이놈 또 어디 짱박혀 있는거지?'

"리배야~ 나와라~ 야옹!"

하지만 집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설마 집을 나간건가? 그 어린 녀석이?

20여분간 집안 여기저길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출근 생각은 머리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괜스레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렇게 싫었던걸까? 어미를 찾아갔을까?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냉장고 쪽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냉장고 안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문을 열어 보았지만 그 안엔 

물병 하나만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뭐지? 설마 뒤에 있나? 

냉장고 뒤편 공간도 깨끗했다.

그때 또한번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냉장고를 번쩍 들어올렸다(자취생용 소형 냉장고다). 냉장고 바닥에도 없었다. 그때....바로 그때...

냉장고 뒷면 몸체에 나있는 구멍으로 빠꼼히 고갤 내밀어 쳐다보는 리배녀석.....

눈이 마주쳤다. '나 찾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쥐어 패고 싶었다.

급한 마음에 그대로 머릴 잡아 끌어냈다.

온몸의 털은 먼지 투성이...

그래도 녀석은 좋다고 졸래졸래 방안을 걸어다닌다.

"퇴근하고 보자. 오늘 지옥한번 보자. 이 망할 시꺄"

출근 후 하루 종일 찾아본것은 '고양이 씻기는 법'

손 다칠지도 모르니 고무장갑을 끼라거라 욕실 전체가 물바다가 된다거나 하는 겁을 주는 내용들이 태반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세면대 가득 뜨거운 물을 받았다. 

따뜻한물? 아니다. 대중 목욕탕에 있는 열탕 정도의 온도일것이다. 리배 녀석을 들고 씩 웃어줬다.

"리배야~ 목욕하자~"

 처음 하는 목욕에 겁을 먹는건지 눈을 가만히 감고 세상 다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녀석은 뒷덜미를 잡고 들면 항상 졸린 듯이 눈을 감는다

다리부터 천천히 물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라?' 이녀석 가만히 있는다. 희안한 녀석이다.

'꿀꺽 꿀꺽 쩝 쩝'

망할놈. 오히려 지 몸에서 나온 먼지로 뿌옇게 변한 목욕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거...희안한 놈일세'

씻기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물을 마시려고 해서 그걸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씻기고 말리고.(새끼 고양이는 빠른 시간내에 말려줘야 감기에 안걸린답니다. 배와 등을 마른수건으로 탈탈 박박 문질러서 말려주면 됩니다. 헤어드라이기는 놀랄수도 있으니 사용하지 마세요) 녀석에게 좋은 냄새가 났다. 

그 뒤로 몇시간 동안 녀석은 그루밍을 해댔다.

그리곤....또 밥그릇으로 달려가 사료를 먹는다.

빨리 커라... 고작 몸무게가 300g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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