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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집사의 하루2


천안. 내가 자취하는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참 많다. 그리고 그중에 반의반 정도는 흔히 말하는 애교덩어리 개냥이들이다. 아무래도 주변 많은 대학의 자취생들과 같이 살다 그들이 학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길고양이가 된듯하다. 가끔 마주치는 그녀석에게 주려고 가방엔 소세지를 한두개 가지고 다녔다.

 조그만 녀석이 우리집에 들어온 다음날에도 퇴근길에 배트맨 마스크를 쓴듯한 초록색 눈의 길고양이와 마추쳤다.

 "나비야~ 이리와봐." 

장난삼아 던져본 말이었는데 녀석이 다가온다. 흰색과 검은 무늬의 흔한 길고양이다. 눈이 초록색인게 참 이쁘다.

 "넌 집이 없어? 밥은 먹고 다니냐?" 

혼자 떠드는 것이지만 녀석은 아무 거리낌없이 내 다리에 머리를 비비적 서렸다. 그리곤 졸래졸래 쫒아온다.

 "지금 먹을거 없는데... 심심해?" 

녀석을 좀 쓰다듬어주다 가까운 벤치에 앉으니 녀석은 내 무릎위로 폴짝 올라와 앉았다.

 '버려진 녀석인가?' 

참 안됐다는 생각에 계속 쓰다듬어주니 그에 맞춰 그르릉 소리를 냈다. 

"근데 너 여자냐 남자냐? 함 보자" 

녀석의 다리를 들어 슬쩍 까보려는데.. 어라? 젖이 불어있다.

 "너....새끼가 있구나..."

 그리고 순간 머릿속에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그녀석이 생각났다. 

"잠시만 기다려. 어디 가지말고!!"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들어와 방한구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녀석을 안아들고 그 자리로 뛰기시작했다.

품안에 녀석은 놀랐는지 울어대기 시작했다. 

 벤치로 돌아가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않는 시간이었지만 어미고양이 녀석이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다행히 녀석은 그자리에 앉아있었다. 

"너 혹시 얘 아니? 니 애기 아냐?"

 이 물음에 어미고양이가 답을 하기도 전에 새끼 고양이는 아무 거리낌없이 달려들어 젖을 물었다.

'이녀석이 엄마였구나...'

두녀석을 무릎위에 올려두니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밑에 깔려 젖을 빨고있는 녀석의 꼼지락거림이 다리를 통해 느껴졌다.

'어미 품으로 돌려보내는게 나을까? 날도 추워지는데 내가 키우는게 나을까?'

서로 상반된 두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 동안 내 손은 마냥 어미녀석을 쓰다듬고있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어미녀석이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무릎아래로 뛰어내렸다.

 "어디가? 애기는?" 

녀석은 무심하게도 총총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니애 데려가야지!!"

  10미터 정도를 걸어가던 녀석이 뒤를 돌아보며

 "야옹!!" 

한마디를 건넸다. 그리곤 후다닥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잘 부탁한다는 소리였나?'

"애기야 너네 엄마 맞지? 어떻하냐.. 엄마갔다."

하지만 녀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잔다....

그냥 편하게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그렇게 자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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