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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집사의 하루-4

리배. 입맛 까다로운 녀석

 

 

 

처음 녀석을 집에 데리고 온 날. 녀석에게 사준 첫 음식이 베이비용 캔이었다. 참치 통조림과 꽁치 통조림 냄새 그 중간 쯤인듯한 냄새가 나는 생선 캔.

 그래서 인지 이녀석은 그것만 먹었다. 어제 부터 묽은 변을 싸는 녀석이 걱정돼 퇴근하자 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자켓 안에 안고 있던 녀석을 내려 놓기 위해 자켓을 벗는 순간..... 녀석은 이미 내 옷에 노오란 변을 한가득 싸 놓았다. 집에서 싸던 그런 변이 아니라 진짜 병아리 색처럼 노란 그런 변을 싸놓았다. 희안하게 냄새도 안난다.

 "리배야 괜찮아. 아파서 그런거니까 괜찮아..."

나보다 수의사가 더 놀랐는지 얼른 닦으라고 티슈를 내게 건넸다.

 "선생님 얘가 어제부터 계속 묽은 변을 싸더니 지금 보셨듯이...이젠 아예 설사를 하네요"

 "이거 걱정인데요. 게다 밖에서 데려오셨다고 했으니 혹시라도 범백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모르니 검사 해보죠"

 그러곤 끝이 둥근 플라스틱 막대를 녀석의 똥꼬에 집어넣었다.

 "끼양!!!!!!!"

 녀석이 그렇게 크게 울부짖은 게 그때가 처음인것 같다.

  임신 진단 키트 비슷한 검사 키트에 녀석의 변을 몇방울 떨구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제발...두줄 뜨지 마라..."

 행여나 모를 여자친구의 임신 여부에 긴장하는 남자의 기분이 이럴까?

 "선생님 잠시 담배 한대 피고 올게요"

 "네 그러세요."

 도저히 초조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다.

 10여분쯤 지났을까?

 "보호자분. 다행히 범백은 아닌거 같구요. 아무래도 스트레스거나 음식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음식 어떤거 먹이세요?"

 "그...베이비 캔? 그거 먹이고 있어요"

 "그거 먹이시면 되는데... 혹시 너무 기름져서 애가 소화를 못시키는걸 수도 있으니까. 물에 좀 헹궈서 주시구요. 사료 있으시면 물에 불려서 줘보세요. 요 며칠간은 스트레스 받지 않게 그냥 가만히 두시구요."

 "네.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그냥 스트레스.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그런건가보다.

집으로 돌아와 먹이부터 챙겨 줬다. 캔 내용물을 물에 행궈서 주니 아예 마신다.

아까 들은 수의사의 말이 생각나 병원에서 같이 사온 사료를 불려서 옆에 놓아줬다.

안먹는다. 그런데 진짜 사료 냄새가 낚시에 쓰는 떡밥 냄새가 난다.

캔 내용물과 섞어서도 줘봤다.

캔 내용물만 골라 먹는다.

"리배야... 잘먹는건 좋은데 내 주머니 생각도 좀 해줘."

그래도 병을 얻은줄 알았던 녀석이 잘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럼 난 좀 씻고 올게. 맛있게 먹고 있어."

그러고 보니 여지껏 녀석이 똥칠 해 놓은 옷을 그대로 입고있었다.

개운하게 샤워를하고 방안으로 들어오니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리배야. 너 어딨어?"

아무런 반응이 없다.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을 확인하니 열렸던 흔적은 없다.

'이놈이 어디로 짱박힌거지?'

방안 여기저기 이틈 저틈 다 기웃거리다 쳐다보니..

내 이불 속에서 자고있다.

'아예 저길 지 잠자리로 생각하는구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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