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나는 외로움과 괴로움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했었다.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게 된건 초등학교 3학년때 즈음..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몸소 느끼게 된건 사회인이 되고나서,
그 전엔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나이드신 상사분이 가끔 혼자서 Bar에 가서 술을 마신다고 했을때..
의아한 어조로 왜 혼자 가서 드시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말상대가 필요해서 라고 말하며 씁쓸한듯 웃던 그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그 말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던 것 같고,
요즘에서야 그 말이 가감없이 이해되는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싶다.
새삼 그 상사분이 생각났던건,
내가 퇴근길에 자주 가는 커피집에 나도 단순히 커피가 목적이 아니라 실은 말 상대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싶어서.
커피 내리는 동안 커피집 아주머니랑 정말 별거 아닌 소소한 얘기를 하며 이유없는 우울감을 떨쳐내는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Bar에 들르던 그 분도 이랬을까..
회사 - 집을 탈피한 제3의 장소가 필요했던게 아니었을까..
익숙한 가족, 친구, 직장동료, 지인들 외에 그냥 아무 선입견 없이 소통할 사람이 필요했던게 아닐까.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도 알고 보면 외로움을 달래려고 마시는거고
마음 한켠에 구름같이 드리워져있는 우울감을 걷어내기 위해 마시는것인지도.
이렇게 나도 그냥 외로운 사람이 되어가나보다.
다들 이렇게 살잖아 - 라는 같잖은 말로 위안삼으며.
내가 그렇게나 싫어했던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기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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