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 한명이 내게 그랬다.
자기는 기억이 싸이월드 사진첩처럼 저장되는 것 같다고.
기억이 함축되서 이미지로 저장되는 것 같다고.
나는, 그 날의 온도를 기억한다.
네가 내 손을 살며시 잡았을때 느껴지던 따스함, 그리고
서늘한 찬 공기, 제법 추운 날씨에 내 뺨이 발그레할 새도 없이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던, 네 손의 온기를 기억한다.
거기에 옆에 있던 고등학생들의 시선까지 덤으로.
그 시선에 당황한 나를, 넌 예전 어느 초콜릿 광고처럼 껴안았고,
네 점퍼에 달린 모자를 같이 쓰고나니 그 애들은 내 시야에서 완벽하게 사라졌다.
모자 안이 어두워서 내 회색 머플러의 털실이 네게 옮겨갔었지.
헤어지기 싫다던 너를 택시 태워 보내면서도,
사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는건 이야기 하지 않았었다.
그 낯선 감정이 두려워서, 내 자존심 때문에.
지나고 나니, 그것도 사랑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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