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저 댄 픽션. 해석하면 소설보다 더 이상한이다.
영화를 본 것은 대학생 때. 당시 코미디 영화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를 재밌게 보고 주연인 윌 페렐을 찾다가 보게 된 영화다. 성인개그와 B급정서가 강하게 뭍어나는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와는 천지차이의 작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더욱 더 헐리웃 블록버스터만 찾던 시절이라 이런 조용한 영화는 볼 생각도 안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자 홀린 듯 빠져들었다.
*주의, 이 글은 영화의 스토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윌 페렐, 19금 개그를 마구 때려대는 영화로 유명하다.
이야기는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부터 시작한다.
평소 편집증적으로 일과를 철저히 반복하는 주인공 헤롤드(윌 페렐)는 자신의 일과를 묘사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도 질러보고 못들은 척도 해보지만 끊임없이 지속된다. 그리고 그가 곧 죽을 거라는 여자의 말에 헤롤드는 전문가를 찾아나선다.
문학교수 역의 더스틴 호프만
그 전문가는 문학교수인 쥴스 힐버트(더 스틴 호프만). 그는 헤롤드의 말에 코웃음 치고 무시하지만 억양에 대한 말을 듣고 흥미를 느낀다. 결국 그는 헤롤드에 대해 묘사하는 어투와 형식의 작가를 찾아내는데, 그녀는 주인공을 반드시 죽이는 것으로 유명한 여류작가 케이 에이펠(엠마 톰슨)이다.
신경질적인 여류작가를 잘 표현한 엠마 톰슨
엠마 톰슨은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예술가의 모습을 잘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휴지에 담배를 비벼 끄고 꼭 침을 뱉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저분할 수 있는 장면인데 그마저도 예술가적 매력으로 느껴지는 건 배우의 연기에 푹 빠졌기 때문일지도. 케이는 헤롤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소설의 주인공을 어떻게 죽일지 고민중이다.
이 영화의 히로인, 매기 질렌할. 하앍!
다크나이트의 히로인으로도 나온 배우. 지구에서 광대뼈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
개인적으론, 다크나이트의 화려한 드레스보다 본 영화의 펑키한 차림이나 내니맥피2의 자연스런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선 세금을 내지 않는 아나키스트 빵집 주인 안나 파스칼로 나온다. 세금 대신 기부와 구호활동을 하는 그녀에게 헤롤드가 세금을 징수하러 오지만, 그녀의 기세에 눌려 번번히 물러난다.
둘이 연인이 되는 과정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긴 헤롤드는 더욱 더 죽음이 두려워 진다. 거기다 일상이 점점 소설대로 진행되면서 해결을 위해 작가 케이를 찾아가려 한다. 쥴스 교수에게 그녀의 주소를 묻자 교수는 헤롤드에게 미완성인 케이의 원고를 건낸다. 그리고 작품을 위해 죽어달라는 쥴스 교수. 헤롤드는 황당했지만 케이를 찾아가는 버스에서 원고를 모두 읽는다. 그리고 케이에게 원고를 건내며 자신은 신경쓰지 말고 꼭 완성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고민하던 케이는 결국 사고는 나지만 기적처럼 죽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소설을 마무리 짓는다. 때문에 문단의 평가는 내려가지만 케이는 만족한다.
당시 문학도로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독자로서의 헤롤드와, 작가 케이의 관계다.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않고 당신의 작품에 반했으니 완성시켜 달라는 독자 헤롤드를, 결국 케이는 죽이지 못한다. 문학이란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다. 혼자 쓰고 만족하려면 굳이 출판해서 보여줄 필요가 없다. 결국 독자 없이 문학은 성립하지 못한다.
당시 대중과 멀어진 순수문학을 보며 과연 이런 문학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물론 하고 싶다고 시켜주진 않지만...) 이 영화는 그런 고민을 말끔히 날려줬다. 독자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문학작품도 무슨 소용인가? 내 작품을 인정해주는 독자를 죽이면서(무시하면서) 쓰는 작품이 의미가 있을 수 없다.
학생 때는 이런 해석을 하면서 봤던 영화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 대한 글을 쓴 김에, 내일은 윌 페렐이 19금 개그를 하는 영화를 봐야겠다.
PS. 쓰고보니 감독이 월드 워 Z도 찍었네요. 이런 우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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