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목까지 숨이 오간다해서 목숨이라 하던가.
내 목숨에 대한 얘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던 걸로 제일 오래전 이야길한다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 미취학 아동이었던 때로 나이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시골 큰 집에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동네 할머님이신지 내 친척 어르신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하게 기억나는건 내 손을 보시고 어루만지시면서
“ 아이고, 우리 강아지 어쩌누..이리 살면 어쩌누.“ 하시면서 걱정스럽게
보시던 얼굴.
그당시에나 그 뒤로나 그게 뭔소린지 몰랐었다. 여태까진.
살아가면서 재미삼아 손금 한번 안보고 사주 한 번 안본사람 있을까
나도 그러했다.
단순 재미로. 몇번을.
그때마다 들었다.
길어야 마흔이다. 마흔 넘기면 오래사는거다.
뭔소리야, 어짜피 오래 살 생각도 없었으니 다행이지 뭐하고 넘겼을뿐
가위를 눌려본 적도 없었고 귀신을 봤다라고 느낀적도 없었다.
그래서 난 오히려 어떤 느낌인가 궁금하기까지 했었다.
그냥 모르고 살걸, 관심갖지도 말걸..
스무한살때쯤인가.
새로 이사한 이후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워낙 예전부터 기쎄다는 소린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사한 집, 그 곳에 놀러오는 모든 사람이 가위가 눌리더라.
물론 난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것 따위 없었고.
심지어 내 방에서 자던 두사람이 똑같은 꿈을 꿨다며 놀라
뛰쳐나왔을때도 설마 이렇게 생긴 애 였어? 하며 방금 내 꿈에서 같이
놀았던 애를 설명해서 맞다고 할때도 난 심각성을 몰랐었다.
주량 소주 대여섯병을 먹던 그 시절의 내가 한두잔으로 필름이 끊겨
헛소리를 내뱉었다 할때도 컨디션이 안좋았나 했고
회식때 느닷없이 평소 얼굴만 보면 옆팀 사람에게 가서
본적도 없는 동생 시집얘기를 떠낼때도 뭐지? 나 촉이 있나 싶었고
택시타고 오다 기사님한테 펑펑 울면서 따님 얘기를 할때도
내가 주사가 생겼나보다 하고 넘겼다.
23살, 다시 이사한 집에서부터 가위라는 걸 겪어보고
한두잔에 필름이 끊겨 헛소리하는 게 늘어가는걸 보던
언니가 동영상으로 찍어주면서도 너 술 좀 작작먹어라 였다.
24살. 드디어 일이 터졌었던 해.
주사인지 방언인지 소위 개소리를 내뱉던 나,
그 모습에 지쳐가던 언니.
하루는 제대로 미쳤다며..다음날 내게 어마무시한 욕들을했지
멀쩡하다 갑자기 길바닥에 드러누우면서 저 차 타면 언니 죽는다
다시 개소리를 시작하더니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쳐울었다한다
다행인건지 당시 같이 있던 지인이 이런거 할머니댁에서 본적있다며
부엌칼에 소금물을 뭍혀서 내 입에 몇방울넣고 칼로 몸을 훝는데
목에 핏대세우면서 저리 가라고 아프다고 하더란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며 운동 조금해도 몸이 고장나던 내가
성인남자 둘을 힘으로 누르더란다.
겨우 셋이서 잡아서 칼짓을 하고나니 푹 쓰러져서 자더란다.
다음날 욕지거리를 거하게 들어먹더니 얘길하더라.
언니 지인중에 신받으신 분이 계셔서 사주 좀 봐달라 써서보냈더니
얘들은 그냥 데리고 오라 하셨더라.
그 날이었다.
내가 주사가 아니었구나 안 날이.
이상하게도 기억은 다 난다.
너 목소리 변했다고 당황하며 왜 그러냐고 하던 언니
그런 언니보고 울면서 나 왜 미워하냐고 했던거
내 말, 행동 다 기억이 난다
근데 언니는 내가 아니랜다.
애기란다. 애기선녀. 그래서 그렇게 어리광부리면서 나 좀 봐달라했단다
그 집을 걸어 나오면서 점점 멀어지면서 다시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언니가 더 놀라더라. 정작 난 모르겠는데.
내가 주사가 아니었어, 내 잘못 아니야 란걸 확인한게 기뻤지
그뒤의 일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갈수록 안 풀리는 일들, 난잡하고 더러운 꿈, 술만 먹었다하면
터지는 헛소리, 안아픈곳 없는 몸뚱이.
그저 내가 기가 약해져서 잡귀들 오나보다 했다.
내 팔자가 그러려니 뭐 나만 이러겠냐 싫다하면 되겠지했다
2013년 여름.
일이 또 터졌다.
애기가 온 이후로 늘 그렇듯 롤러코스터 타던 인생이었지만
늘 그랬으니 뭐 것때문이겠냐 했지만 이건 넘길래야 넘길수가 없겠더라
온 삭신이 다 쑤시는 건 그렇다치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병원을 가면 어쩜 이리 정상일수있냔다.
그러게요, 근데 왜 난 아플까요..
설마하는 생각에 찾아간 곳에서 결국 나오더라.
얼씨구나, 이번엔 할매란다. 것도 3대조상 할매란다
자기 델꼬 살면 니 명줄 늘려준다 쇼부치더라.
아 망할, 오래살 생각도 없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애기때부터 들었던 서른둘. 내 명줄 서른둘이다.
야 서른둘에 죽는거 나 괜찮은데 아프면서 버티다 서른둘이면
너무한거아니냐....
안아프다 죽어야 억울하지나 않지..
그런데 그때도 난, 됐어 오래 안살거야 하고 쇼부치던 할매 무시했다
그러고나서 지금 이 꼴이 났다.
이제서야 그간 일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들이 다 생각이 난다
그냥 노래방서 언니들하고 놀다 휴지뽑아 들었는데
그거 살풀인데 너 어찌아냐했던 본인이 장군신이라던 언니 말.
너랑 말하다 보면 할머니같다던 얘기
꿈이 더럽다 싶으면 어김없이 터지던 일들.
분명 사람있는 거 봤는데 나만 봤던것들
어딘가 처음가거나 누군가 봤을때 머리 깨지는것 같았던 것들
아, 이유가 있었구나.
혹자들은 안 믿으니 이런 얘기하면 관심병 돋아 그런거다 하더라
미친, 너 다칠까봐 해준다 새끼야..하고 싶은데 패스.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 꾀병이라하는 사람들.
난 진짜 차라리 피라도 뿜어져 나와라, 그럼 믿겠지 하고싶었다
어느순간부터 입에 달고 사는 어이고. 내팔자야.
이게 진짜 내 팔자인가 싶어진다.
한번은 답답하고 속이상해 혼자 집에서 술을 먹으며
빈공간에 소리쳐본적도 있다
내 조상이면 자손 잘되라 도와줘야지 이게 뭔 자손 명줄잡고
협박질이냐고. 불쌍하지도 않냐고. 뭐 들었는진 모르겠다만..
이제서야 내가 하고싶은걸 찾아내서 하려는 찰나인데
이렇게 할매가 날 못살게 군다.
도대체 왜. 왜 난데. 죽은지 몇백년은 됐을건데 왜 이제와서.
먹고 살기 급급했던 내가 이제야 좀 쉬어가자했더니만
할매가 찾아와 쉬지말라하는갑다.
이게 니미..그 유명한 신병인건가.
누군가 뭐 어디아픈곳 있어? 물으면 안아픈곳이 어디야? 에 답하는게
더쉬운것같다.
응 안아픈곳 있어. 손가락. 그런데 글 못쓰겠어
잡생각이 너무 나거든..
처음으로 나 글써봐야지 다짐하고 누군가 내 글을 봐줌에 기뻐했던 이곳에
내가 이 얘길 적을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건 그동안 밀린 글에 대한 핑계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그냥 모른척 빠져도 봐줄 사람없겠지.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남기는 건 내가 하고싶었던 일을
내게 할 수 있게 해준 공간이니까.
내 글을 봐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아, 겁나 서글프네 . 지금도 허리가...하아..
이제 3월중순이다.
난 내 몸뚱이에 지쳐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웠다
이 글 쓰는 지금 할매가 보고 있을진 모르겠다
난 이제 그러려니 할란다..
이번달 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다가 정말 안되겠다싶으면
나도 할매한테 쇼부쳐볼거다.
최대한 할매 그냥 나 욕심부리지말고 가시던가
정 안된다싶음..
그래 할매 원하는 대로 받아줄게
딱 서른까지만 나 하고픈 대로 살게만 해주라.
서른까지만 안 아프게 일 안꼬이게 해주면
나 서른한살되는 날 토 안달고 할매 받아줄게.
그뒤엔 하고픈대로 해도 돼.
그런데 이거보다 더 걱정되는건
나보다 울언니 걸고 할매가 협박할까봐.
그럼 뭐 말짱 꽝이지..젠장..
나도 모르겠다. 내 팔자를.
내가 서른두살에 멀쩡히 이글을 볼지
아님 할매가 되서 살아가고 있을지
답은..이번달 지나봐야 알겠지..
부디, 내가 다시 이 곳에 돌아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