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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그녀다. 2

ep. 달도 안 뜰때가 있다.

 

벚꽃놀이에 빠진 커플 저주 기념. 아니 사실 그건 내 바람이고 하아.
평소 연주하던 동아리 밴드 공연을 끝내고 뒷풀이로 거하게 먹다가

먼저 가보겠노라며 자리를 떴다.
' 아까 미친듯이 뛰더니 지금은 왜 빼냐며 더 있다가 ' 라고 붙잡는 형들에게
' 더 있으면 막차도 못타요, 저 돈 없어서 택시 못타요. ' 했더니

택시비 줄테니 더 먹자고 말리긴 했는데 사실 막차보다 남자들끼리 먹는 술이 맛있어봤자

여자껴서 먹는 것보다 더 하겠냐.  그냥 나왔다.
내가 여자에게 인기가 없어서 그렇지 이거봐, 남자들에게는 인기 많다니까?
남자들에게 인기 있어봤자 어디에 쓰냐고 하겠지만 나름 뭐 쓸데가 있을건데...
그 흔한 소개팅 한 번 안들어오는 걸 보니 쓸데없을거란 네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성적 취향을 바꾸지 않는 이상 다 부질없구나. 허허... 씁... 눈물 좀 닦고.
지금 혼자 뭔 뻘소리 하냐 싶을거다. 훗, 눈치 챘겠지. 그래, 나 취했다.
오늘 공연 좀 괜찮았거든. 내 영혼을 하얗게 불태웠어.
흥에 겨워서 무대위에서 발차기 하다 바지 찢어질 뻔도 했다.
또 기분 좋다고 날뛰다가 걸리적거린다고 마이크 스탠드 던져버리면 가만 안두겠다는

선배 협박에 어쩌라고! 를 외치며 방방 뛰었던게 주체가 안됬나보다.
힛, 그래도 기분 좋~다.

 

" 아, 차 시간 늦었을라나. "

 

헐떡이면서도 나름 달린다고 달렸는데 남들 걷는 속도였나 싶어도

아직은 시간 남았겠지 했는데 정류장에 사람이 없다.

혹시나 막차 지나갔나 하는 불안감이 슬며시 나 여깄소 하며 존재감을 들어내길래

하긴 이 시간에 누가 있겠냐며 사뿐히 무시했다.

 

" 아, 오늘 진짜 너 너무 사랑스러웠다. 오빠 손길도 괜찮았지? "

 

누군가 본다면 미친 것 처럼 보이겠지만 아까의 흥분도 많이 가라앉았고

어짜피 주위에 볼 사람도 없으니 괜찮다.
지금 난 공연의 절정을 생각하며 나의 연인 베이스를 쓰다듬기 바쁘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 와서 옆에 앉음과 동시에 나의 미친 짓거리도 멈췄다.
그리고 또 다시 나 여깄소 하는 창피함이 내게 안녕했다.

 

' 아...쪽팔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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