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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끄적끼적] 인생계산

 시험날인데도 친구들과 게임을 했다. 
부모님과 여러가지 얘기를 나눠보고난 뒤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지만 이미 요 몇달간 수업을 듣지도 않은 나에게 공부는 무리였다.
게임 좀 하다가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내가 관심있는 몇몇개를 보고나니 시간은 벌써 1시.
저질러버렸구나. 정해놓은 주제가 있지만 너무 길어 힘들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야지. 그럼 이를 시로 표현해보는 수밖에.
매번 이렇게 깜빡해서야……내 꿈이 소설가가 맞는걸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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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계산>

인생은 행복하지 않아 그건 당연한 소리야
가장 처음의 혀가 말한다
못 가진 것보다 가진 것을 생각해 너만 불행하니
모든 혀가 말한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소리 나는 웃는다
지긋지긋한 희망이 지껄인다 너는 행복할거야
 행복을 수치로 환산해 세상 사람들이 주는 계산기를 두드려
티브이에서 컴퓨터에서 신문에서 혀가 지껄인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내 머리는 계산기가 되어있다

친구의 유무+가족의 유무+재산 소득+질병과 장애의 유무+왕따 경험 수+가정 폭력 횟수
차곡차곡 더한 값에 외로움을 곱한다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린 횟수, 결국 체념했던 횟수, 누군가 빌었던 용서의 횟수, 다시는 누구도 믿지 않겠다고 생각한 횟수
나는 울고 있다 계산기는 멈추지 않는다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가 실망했던 기억, 친구에게 털어놓은 비밀이 소문이 되었던 기억, 지켜지지 않는 약속
실제로 자살 생각 중이신 분들이 많이 전화하시니까라고 말했던 전화기 건너 여자
=19960513

넌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행복하네
모든 혀가 말한다
너는 이대로의 삶에 만족해야해 네가 가진 것을 즐겨야해
나는 울고 있지만 그들은 내 눈물을 보지 않는다 울음소리도 닿지 않는다
=19960513x∞

내가 우울해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것이 남들보다 못해서가 아니다
가진 것보다 못 가진 것이 많다거나 내가 못 가진 것만 생각해서도 아니다
내 손에 들린 것은 타협. 타협은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될 인간이라고 믿게 한다
네가 이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널 싫어하는 거야 하지만 넌 이걸 못 고쳐 넌 늘 이 상태 그대로야
옥상에서 떨어져 죽으려면 죽어 신문에도 안나올거 아무도 너한테 관심없어 나쁜년
혀는 말했다

나 나빠?
내가 묻는다
아니야 네가 왜 나빠 이렇게 착한데 뭐가 나빠 누가 그랬어……이렇게 착한데
내가 답한다
기쁘다
이런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보일까? 나는 웃는다
=19960513x∞x0

봐봐 남들보다 행복하네
모든 혀가 0이란 숫자를 보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