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나온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책은 <요괴헌터>와 <머드맨>이외에는 전부 다 본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이 <공자암흑전>을 꼽는다.
사실 <암흑신화>의 후속작이자, 내적으로는 프리퀄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감히 <암흑신화>와 직접비교는 아쉬울 정도. <암흑신화>역시 흔한 작품은 아니지만 모로호시가 가진 단점들이 꽤 직관적으로 나오는 만큼 아쉬운 작품이다. <암흑신화>는 연구와 자료, 고찰을 바탕으로 하는 모로호시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과잉적으로 사용되어 버렸다. 그 아구가 딱딱 맞아들어가는 신화의 탐구는 신기하긴 하나, 정작 그것에의해 움직여야 하는 극이 심하게 경직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막을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이며, 딱 잘라서 그만큼 재미가 없다.
본작의 주인공 하리하라.
태극(太極)에 의해 태어난 양(陽)의 존재 적(赤)과 음(陰)의 존재 아수라가 하나가 된 인물이다.
너무나 선하기도, 또한 그만큼 너무나 과격하기도 한 두개의 극단성을 지니게 되었으며 덕분에 가장 신에 가까운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공자암흑전>은 모로호시의 장단이 모두 살아있다. <암흑신화>가 가진 설정적/고찰적 디테일은 여전히 살아있고, 전작에서 미스테리를 몽땅 고찰안에 넣어서 부여하지 못했던 동기를 주인공 하리하라에게 직접 투영하여 훨씬 집약적인 느낌을 준다. 하리하라의 가용성, 그리고 조금 비틀린 공자의 캐릭터 덕분에 작품이 다룰 수 있는 범주는 꽤 넓어졌다. 이 작품은 사극, 기담, 신화, 영웅담, 활극 심지어는 SF 마저도 품고 있는 이채로운 물건으로 거듭났다.
이 모든 장르를 유려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이 모로호시의 장점이며 본작에서는 그런 강점이 십분 활용된다. 특히 모로호시의 화풍때문에 어울리지 않을거라 여겨지는 활극은 본작의 클라이막스로써 폭발적으로 사용된다. 겨우 열몇명이 벌이는 전쟁이지만 그 박력과 흐름, 긴 설명이 끼어들었음에도 잃지 않은 템포는 모로호시의 화풍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뒤집는다.
인도에서 붓다를 만나 세상의 진리를 보게되는 적과 아수라.
이렇듯 모로호시는 실존 인물, 실제 사건등을 교묘하게 연결하고 비틀어서 하나의 연결된 사건으로 만들어낸다.
작가로써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깊은 통찰력에는 항상 감탄하게 되는 법.
특정 작품을 손에 쥐었을때 눈을 못떼고 겨우 몇컷 뒤가 궁금해서 힐끔힐끔 옆 페이지를 본 작품은 한 손가락에 꼽는다. 나에게는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스컬맨>, 나가이 고우의 <데빌맨>,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 정도였다. 그리고 <공자암흑전>역시 이 리스트에 넣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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