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요일

C1+y = :(8): 김중혁

  군대 제대 후 잠시 인라인 스케이트에 재미가 들려 일주일에 두 세 번 이상 타고 다닌 적이 있다. 집이 홍대 근처이기 때문에 주로 월드컵 경기장 주위 공원인 평화의 공원에서 인라인을 탔었다. 이 곳에서 인라인을 탔던 이유는 평화의 공원 바닥 재질이 대리석 비슷한 재질로 표면이 매끈하여서 작은 힘으로도 빠른 속도를 얻었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당히 마찰력이 좋아서 슬라롬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위로 불광천과 홍제천이 있어서 슬라롬 기술 연마에 지칠 때는 빠른 속도로 주행을 하면서 기분 전환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실력이 왠만큼 늘고 나서는 늦은 밤 시간에 도로를 주행하기도 하였다. 이유는 월드컵 공원에서 집인 홍대쪽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당연하게도 도로는 군데군데 작은 균열이 많았으며 노면에는 모레나 작은 유리 파편이 등이 떨어져 있어서 인라인을 마음 편하게 탈만한 곳이 못되었다. 또한 갓길을 달려도 인라인의 주행 특성상 발을 양쪽으로 넓게 지치기 때문에 마지막 차로는 내가 차지하는 꼴이라 차량 교통 흐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늦은 시간이라서 실제로 교통량이 많지 않아서 실제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해 보면서 느꼈지만 우리 도시는 이런 류의 스릴이나 재미를 느끼기엔 너무 자동차 위주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 도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없다. 서서히 시나브로 바뀌어갔다. 속 깊은 기사나 칼럼에서 접하는 도시공학자들의 목소리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던 책에서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변해 가는 중이니까 급하게 마음 먹지 않으리라. 이번에 읽은 이 단편소설 C1+y=:(8): 또한 이런 생각을 연장할 수 있어 좋았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무리들의 표식을 따라가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까지 신호등 없이 빠른 시간 지날 수 있다. 정글 속 미로 같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면 어느새 만나게 되는 목적지를 말이다. 마치 정글 속을 헤치고 나가다 보면 짜안~!하고 광활한 해변을 만나게 되는 것들 비슷한 경험이라고 소설에서는 말하고 있다. 만약 도시가 그런 식으로 여행되어질 수 있다면 도시에서 산책 하는 것 자체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설레이는 일상 속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번에 보았던 '아파트'에서도 읽었다시피 A 지점과 B지점을 오갈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가능하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 또한 골목길을 걸어다니는데 학교와 집을 오가는 방법이 수 십 가지가 되는 데 시간이 여유 있을 때는 다양한 경로를 지나치면서 골목의 풍경에 빠져 들고는 한다. 급한 경사로를 지나면서 경의선 열차가 오고 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고 좁고 좁은 골목의 퀴퀴한 냄새를 맡으면서 삶의 양면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 더욱 편리하고 쉬운 도시 이제 지양해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 재미있고 설레임을 주는 도시로의 철학적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이 서서히 변하는 방식이 이런 철학적 기반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물론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성장이 지체되면서 유지 가능한 구조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로 바뀌어가려고 하는 문턱에 겨우 도달했을 뿐이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주변을 한꺼번에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많다.


  서울을 다양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면 도시에서 느껴지는 색채나 맛 또한 다양하리라 생각된다. 도시에서 이동 수단은 다양하다. 걷기, 자전거, 버스, 지하철, 차 등등 말이다. 각각의 이동 수단이 갖는 한계와 효용뿐만 아니라 정취까지 생각해서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루트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경제적인 가치에만 얽매여서 도시를 꾸며나갈 수는 없다. 지금까지 방식으로 살아온 우리는 이제 거의 한계지점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까지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앞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에 방점을 두고 장단점을 결합함으로써 더 나은 방식의 삶을 건설하는데 우리의 잉여 시간을 투자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소설에 나오는 1인칭 화자도 그런 잉여의 시간을 아주 많이 갖는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도 너무 자신의 전공만 파고들지 말자.

'수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6) 2013.09.12
숨바꼭질  (0) 2013.09.04
아파트(박철수 저)를 추천한 이유  (2) 2013.08.21
캐리 - 1976년작  (2) 2013.08.14
카모메 식당  (3)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