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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카모메 식당


그림 출처 :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665 

 

  내가 잘 하는(?) 아니 즐겨하는 음식은 안심돈까스와 토마토 스파게티이다. 내 스스로 좋아하는 종류의 음식일 뿐만 아니라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이런 종류의 것들은 한번 만들면 꽤 많은 양을 만든다. 그래야지 맛이 있고 마음도 든든하기 때문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고두고 내가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음식을 한달에 한 번 정도 만들고 나의 후배들이나 동기를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을 먹는 것을 나를 위로하는 의식처럼 하고 있다. 이런 의식을 치르는 동안 새삼 느낀 것은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내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확 풀어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내가 먹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핀란드의 어느 동네 갈매기 식당이 들어선다. 일본인 여자 주인공이 소박하게 운영하는 까페겸 식당이다. 식당 주인인 사치에는 손님이 없어서 매일 매일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유럽 변두리에 자리잡은 동양인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사치에는 천천히 주변사람들에게 용기 있게 다가서면서 자신이 애초 생각한 바를 실현해 나간다. 갓차만의 가사로 이어진 미도리, 항공기에서 잃은 짐 때문에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는 마사코도 곧 까페에서 사치에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외로운 세상은 이런저런 이유로 떠도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마음이 허전하고 삶에 지쳐 갈 곳이 없으면 아마 어머니 아버지를 보러 집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곳이 나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할까? 자신을 고갈 시키면서 일상에 찌든 현실에 부대끼던지 마음의 고향을 찾기 위해서 정처없이 떠돌지 않을까? 사치에는 그런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서 맛있는 연어구이 정식, 포크 커틀렛, 겨자롤, 오니기리(주먹밥)을 만든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므로써 우린 서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사치에처럼 혼자서의 외로움을 잘 감당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도리처럼 자신의 외로움이 불쑥 불쑥 드러내는 사람도 마사코 처럼 자신의 외로움이 철저히 내면화되어 책임감의 형태로 외부로 나오는 사람도 모두 갈매기 식당에서 평안을 찾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마사코가 핀란드를 떠나려고 결심한 날에 동네 어느 아저씨로부터 고양이를 넘겨받는 장면이다. 뜬금없어 보이는 장면이지만 이것은 그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돌보던 부모님을 여의고 그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추측된다. 그녀는 머물 곳을 찾기보다 머물 이유를 찾기를 원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짐을 잃어버린 설정도 어쩌면 억지로 자신을 핀란드에 남겨두려는 이유였다. 그랬던 그녀에게 아무런 맥락없이 동네 아저씨로부터 고양이를 넘겨받게 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의 성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열렬히 사랑한다면 그이와 같이 있을 마음이 드는 유효기간이 얼마나 갈까? 3년쯤 될까? 만약 그 사람이 그 기간 동안 나를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이상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이 옆에 머물 수 있느 기간은 얼마나 될까? 그 사람이 존재하고 나의 사랑이 필요한 그 기간동안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난 내 인생이 이런 책임감의 릴레이 위에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나 역시 나의 열정과 나의 마음만으로 끝없는 신뢰를 가지는 것은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 역시 마사코와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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