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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단 한번의 연애


그림출처 : http://www.yes24.com/24/Viewer/DetailImageView/8117721


  성석제 작가의 첫 연애 소설이다. 제목만 들어도 제법 끈적이거나 질척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의외로 아니었다.  복잡한 일상 가운데 재밌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인 듯 하다. 소설은 민현이라는 고래잡이의 딸이자 영재와 천재 사이쯤 되는 좋은 능력 가진 제멋대로인 듯 보이는 한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세길은 그 후로 그녀의 주위를 맴돈다. 그는 그녀와의 연락의 끈이 닿아있을 때 삶의 활력이 돋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저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할까


  민현의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고래잡이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민현의 어머니에게 자주 폭력을 가하고 참다 못해 그녀의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린다. 그 후 민현은 집을 떠나 무당의 수양딸로 보내어지는데 어릴 때부터 평탄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탓인지 그녀의 삶은 일반적인 여성들의 삶과 많이 다른 독특한 인생의 루트를 나아가게 된다. 민현은 인형같은 외모를 가진 아이였는데 이는 그녀의 어머니를 닮아서 그러하였다. 또한 민현은 어릴 때부터 도도하고 자존심이 무척 센 아이였다. 세길은 그런 민현을 동경하며 주위를 돌면서 그녀와 친해지고 바라며 눈치보는 아이였다. 그녀는 사춘기 이후부터 매우 실력 있는 학생이자 미모를 가져서 그 동네 방귀 좀 뀐다는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불량배 형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아이였다. 그녀를 그런 남자들을 모두 일회성 연애 상대나 감정 해소 상대로 생각한 듯 하다. 누구와도 진지하게 사귀지 않았고 그 때 그 때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나쁜(?) 여자였다. 또한 그녀의 능력은 보통 사람의 그것을 뛰어 넘어 계속해서 승승장구해서 우리나라 최고 학부의 가장 좋은 학과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고등학교 시기부터 민현은 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인데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에 이른다. 철학책이나 정치학 책을 통해서 무언가 세상에 대한 불만을 품고 대학 진학후엔 운동권 학생이 된다. 그리고 공장 노동자로 위장 취업 후 노동자들의 생활의 변화를 위해서 독재정권과 맞서는 노력을 보이는 등 여러모로 열정넘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간적 흐름때문에 그저그런 유치한 연애소설과는 다른 양상을 느낄 수 있다. 민현도 세길도 그 골곡진 현대사를 별 생각없이 관통하는 우리나라 보통 사람의 입장이라고 할까? 그런 투쟁을 통과의례 정도로 간주하는 듯 하다. 연애소설의 한계인가? 어쨌던 그 후 경찰에 잡히고 친 엄마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도미하게 된다. 그곳에는 그녀는 경영컨설턴트로 일을 하며 막대한 부를 이룩하게 된다. 세길은 이런 과정 속에서 때로는 민현과 가장 친한 친구로 때로는 민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평생 민현을 지켜봐 온다. 끝은 해피엔딩이지만 나같이 소유욕이 강한 사람에게는 뭔가 미진한 해피엔딩이다. 사랑의 또다른 정의를 찾을 수 있는 결말이 아닐까라는 억측도 해 보았다. 


  이 소설은 연애 소설이라서 그런지 속편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어쩌면 이런 연애 소설을 놓고 뭐가 어쨌다느니 현실적이지 않는다느니 이런 말을 하기는 민망하지만 우선 소설이라면 그럴 듯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데서 나의 생각은 시작한다. 소설을 들으면서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세길의 일편단심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세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졌다가도 세월이 지나면서 그 사람의 단점들을 보면서 실망을 하게 되고 결국 그(그녀)도 인간이라는 것은 인식하고 처음에 좋아했던 마음이 많이 없어지거나 혹은 연민으로 변하게 되는데 세길에게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세길의 성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현실적이다. 난 누구를 짝사랑하더라도 1년을 넘지 못한다. 그녀가 적당히 모이를 나에게 던져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사료를 놓아줘서 어장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더라도 결국 그녀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어느새 열정이 싸하게 식게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주는 관심은 나의 외로움을 충분히 만족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것을 느끼고 시들해지는 시기가 오는데 이런 과정을 세길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내 생각에 이것은 세길이 민현을 엄청 좋아해서만은 불가능하다. 민현에게서 어떤 특별한 의미 발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세길과 민현이 모두 민중을 향한 사랑으로 넘실거리고 민현이 인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감탄해서 그녀를 끝까지 보살펴야 겠다는 다짐 같은 것을 세길이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길은 철학이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없다. 즉 그녀가 관심있어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단지 그녀의 관심을 더 받기 위해서 똥마른 강아지마냥 '낑낑'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 인간에 대한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민현이 학창시절에 뭇 남학생들을 이용하는 면모라든지 아니면 학생 운동 과정에서 투옥되고 탈출하고 미국가서 공부한 후 그녀가 가진 직업은 그녀의 꿈많던 대학 시절에 철저하게 반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약간의 실망도 하지 않는 세길이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맹목적인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필시 소유라는 것을 수반하게 된다. 그 사랑을 나만 소유할 수 없다면 도저히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을 텐데 어떻게 그는 이 과정을 무리 없이 해내는 것일까? 그는 실제로 민현과의 연결이 끊어짐에 대한 고통을 받고 있다. 소설 군데군데 이런 심리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이런 것을 내보이지 않는다. 뭘까 정말? 심리학적인 문제를 가진 세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몇 세기 후에 나타날 남성의 전형적인 상이 세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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