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퍼즐, 어드벤쳐
발매년 : 2009
기종 : 닌텐도 DS
제작사 : 5th CELL
스크리블(Scribble)이란 '휘갈겨 쓰다', '낙서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글을 적요하지 않게 샤샤샤샥 쓰는 모습을 말하는 거죠. 이 게임의 제목인 <스크리블너츠>는 이 Scribble와 Astronauts(우주인)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이 게임은 당장의 어떤 스토리는 없습니다. 통상적인 퍼즐게임들 처럼 스테이지가 정해져있고 주인공은 각각의 스테이지에 배정된 목적을 달성하면 됩니다. 오리지널판인 첫번째 <스크리블너츠>는 이 목적이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주인공 캐릭터가 각각의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별을 손에 넣는것, 또 하나는 진짜로 스테이지 마다 배정된 상황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해변에 어부가 있고, 이 어부가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 모든 상황을 클리어 하는 방법은 크게 정리하자면 하나입니다. 화면에 자신이 필요한 도구를 글로 입력합니다. 그럼 그 도구가 나옵니다. 이걸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하면 됩니다. 아! 아주 간단하죠?
높은 곳의 별을 갖고 싶으세요? 그럼 LADDER를 입력해서 사다리를 만드세요!
물론 이 아이디어는 너무 간단합니다. 너무 간단해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요. 아니 사실은 지금까지 몇명 정도는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겠죠. 하지만 정확하게 구현한 것은 이 <스크리블너츠>가 처음입니다. 왜냐면 이 아이디어는 너무 단순한 만큼 치명적인 문제가 산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위에 나온 상황대로 어부가 고기를 잡게되는 방법을 찾아보죠. 간단히 생각해보면 단어 입력창에 'FISHING POLE(낚싯대)'라고 쳐서 낚싯대를 만든 뒤 어부에게 쥐어주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을 만들 경우 필수적으로 함께 동반되어야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이 어부가 이렇게 만들어진 '낚싯대'를 잡아서 자연스럽게 낚시질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고기를 잡을 수 있어야죠. 풀어서 보자면 어부는 '고기를 잡는다'는 목적과 '낚싯대를 사용한다'는 행동양식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방법을 바꿔보죠. 그럼 플레이어가 직접 FISHING POLE을 이용해서 고기를 잡아 어부에게 줘 보자고요. 그렇게 되려면 FISHING POLE에 고기를 잡을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 이 '낚싯대'를 이용한 클리어 방법에는 몇가지 구동방법이 걸립니다. 일단 NPC가 되는 어부는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하며, 플레이어가 주는 도구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꺼낼 '낚싯대'는 고기를 잡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게다가 게임이 이러면 시시하잖아요. 그냥 고기를 잡는다고 낚싯대를 이용하니 말이지요. 무엇이던 도구를 꺼낼 수 있다는 컨셉을 살리려면 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서 고기를 잡는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그러려면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DIVING SUIT(잠수복)을 만들고, 고기를 공격할 수 있도록 HARPOON(작살)을 만들어야 겠죠. 그리고 물속에 들어가서 고기를 잡으면 됩니다.
여기에도 같은 방식의 부하가 걸립니다. '잠수복'은 플레이어가 '입을수 있는' 도구여야 하며, 이 도구는 물속에서 숨을 쉴수 있게 하는 '기능' 또한 있어야 합니다. '작살'도 마찬가지겠죠. 플레이어가 '들고 쓸 수'있는 도구여야 하고, 이것을 통해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능'도 있어야죠. 궁극적으로 고기가 이런 도구들에 의해서 '잡혀야'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방법들 많을거예요. 총을 만들어서 고기를 쏴서 잡는다던가, 배를 만들어서 바다위에 띄우고 낚을수도 있고요. 그물로 잡아도 됩니다. 아니면 그냥 아예 'FISH(고기)'를 써서 만든 다음에 어부를 줘도 됩니다! 이런 모든 과정들도 상기와 마찬가지의 부하가 걸려요. 즉 NPC는 목적과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고, 대상이 되는 목표물은 캐릭터가 사용하는 도구와 상호작용을 해야하며, 각각의 도구는 그에 걸맞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건 이런 단어들이 게임 내에 엄청나게 많이 존재해야 한다는 거죠.
즉 <스크리블너츠>는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들 수 있는 모든 부하를 감당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내역에는 다른 보조적인 설명이 필요 없어요. 그저 수만개의 단어들을 게임에 넣고, 그 모든 단어가 아이템(혹은 NPC)으로구현되도록 데이터를 넣고, 이 모든 아이템(과 NPC)들이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어 넣은 거죠. 이 단순해보이는 게임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물건이 된 겁니다.
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이 되려 게임을 더 리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의 그래픽이 단순하게 된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 기인할 수 있을겁니다. 그래픽을 복잡하게 하고 최대한 리얼한 구성으로 만들면 이 모든 구조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가 없겠죠. 이 게임은 시각적인 디테일을 어느정도 희생함으로써, 모든 단어들의 '리얼한' 상호작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그래픽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기도 하죠. 단순한듯 하면서도 깔금하게 만들어진 이 그래픽은 게임의 접근성을 한없이 높이고 있고요. 아무리 단순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게임 내부에 입력된 모든 도구가 전부 그래픽까지 구현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 높이 살 수밖에 없는 일이예요.
그리고 그 외의 대단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이 게임의 단어 입력기능은 단순히 명사만을 입력받지 않아요. 명사 앞에 형용사를 써넣음으로써 도구 자체의 성질도 어느정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냥 SWORD와 HUGE SWORD는 진짜로 크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다른 물건에게 주는 피해도 확실히 다르고요. SWORD와 COLORFUL SWORD는 능력에는 차이가 없지만 외견상 차이가 있죠. 컬러풀쪽이 더 알록달록해요.
설마 CTHULHU가 나올거라고 상상도 못했을걸요.
이쯤 되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사실 게임의 단순성에 비해서 쓸데없이 장황하게 설명한 듯도 싶네요. 어찌되던 이 게임의 본질은 하나로 정리가 됩니다. 상황이 있으면 - 필요한 물건(혹은 동물/사람)을 글로 쓰면 - 실제로 만들어져서 - 사건을 해결한다! 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때 만들 수 있는 물건의 가짓수는 여러분이 상상을 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포함하고 있고요!
다만 이 게임의 아쉬움은 조금 있습니다. 이 게임은 이렇게 방대한 내용물을 담고 있지만, 대부분의 퍼즐은 이것을 그렇게 다양하게 이용시키지 않아요. 목적이 너무 단순하거나 상식적이다 보니 대체로는 상식적인 해결법을 찾게 될 뿐이거든요. 물론 머리를 조금만 더 굴리면 엄청나게 파행적인 방법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만 (양초에 불을 붙이라고요? DRAGON!) 그래도 결국 단순한 목표를 다루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이 게임의 이 상상이상의 방대함을 즐기기에 판이 너무 좁은겁니다.
그래서 같은 기종인 닌텐도 DS로 후속작 <슈퍼 스크리블너츠>가 발매됩니다. 물론 이 게임은 오리지널에 단어를 추가하고 새로운 스테이지를 잔뜩 넣어놓은 확장판에 가까워요. 그래도 오리지널의 놀이에 슬슬 질려가던 사람들에게 새 장난감이 되었죠. 그리고 ios용으로 <스크리블너츠 리믹스>가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오픈월드 버젼. <스크리블너츠 언리미티드>!
그리고 그 후속작인 <스크리블너츠 언리미티드>가 발매됩니다. 기종은 3DS, 닌텐도 Wii, 그리고 PC(STEAM으로 발매되었습니다)입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모두가 기대하던) 오픈월드 게임입니다! 기존 시리즈처럼 목적을 한개 주어놓고 작은 판에서 이것저것 만들어볼 필요가 없는거죠. 언리미티드는 완벽하게 오픈된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싶은 만큼 마구 아이템을 생성하면서 놀아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STEAM에서 구매가 가능하니 한번 찾아보시는 것은 어떤가 싶네요.
그리고 후속작으로 <스크리블너츠 언마스크드>가 발매예정에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형 만화 회사인 'DC 코믹스'에서 판권을 받아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단어로 등록한 새로운 시리즈라고 하는군요.
다른때처럼 마구 장황하게 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시리즈여서 마음 편하게 작성해봤습니다. <스크리블너츠> 시리즈의 재미는 직접 해봐야 느낄수 있지만 그래도 설명만으로도 꽤 흥미가 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가치를 찾자면 <스크리블너츠>는 가장 간단하고 단순해서 아무도 실행하지 않을 아이디어를 뚝심으로 만들어낸, 그리고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낸 놀라운 케이스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정도 선의 표현에서' 이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나 굉장히 계산적으로 완성되어 있어요. 이보다 더 디테일했거나 더 단순했다면 아마도 이정도의 완성도는 불가능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아마 한번 플레이 해보는 것 만으로도 약간 세계관이 넓어지는 놀라운 경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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