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끄러운가?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이 한국의 인터넷을 뒤 흔들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사실이 있다. 그저 수많은 아이돌 가수 중 한명인 전효성의 말이 왜 대한민국의 인터넷을 뒤흔들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벌때처럼 몰려들고 저마다 한마디를 하게 되는 것일까? 아마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오가는 말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통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전효성이란 가수가 마치 조용필이나 싸이의 말 한마디 보다 더 큰 파급력과 무게가 있는 말을 내 뱉던 사람도 아니기에 더 심하게 미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자 그럼 여기서 한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문제의 시작은 전효성이 속한 시크릿이란 여자 아이돌 그룹이 최화정의 파워타임이란 프로에 나와서 한 말이었다. 이 방송을 들은 누리꾼의 글을 보도록하자.
문제의 단어 '민주화'는 그냥 보고 있으면 문법적인 문제를 빼고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속뜻을 알고나면 왜 인터넷 누리꾼들이 들썩이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글을 쓴 누리꾼의 마지막 문장의 "일베하나요?"란 질문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민주화의 역사적 의미
원래 한국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는 굉장히 숭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등의 군부독재자들의 통치와 이승만의 부정부패에 대항해 피흘리며 싸운 사람들의 단어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체제의 단어다. 민주주의란 단어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한 기회를 얻고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들은 그런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을 실천할 의지가 없었다. 이승만 부터 시작된 부정부패는 4.19 혁명이 일어나게 만들었고, 이꼴을 지켜보던 군인 박정희는 자신이 제대로 나라를 세워보겠다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을 접수해버렸다. 이후 박정희는 독재적인 통치를 시작했다. 나름의 이유는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이었지만, 사실상 들춰보면 그와 이승만의 부정부패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박정희가 자신의 부하의 권총에 의해 죽고나자 전두환이 탱크를 몰고 한국이란 나라를 통치하게 된다. 박정희 정부 아래서 신음하고 투쟁하던 민중들이 전두환의 독재에 크게 저항해 몰아냈는데, 그것을 흔히 6월 항쟁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권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무너진 첫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의 친구 노태우가 되면서 군인들의 통치는 좀 더 길어졌다.
제대로 설명하면 어마어마하게 긴 한국 현대사를 이렇게 짧게 그리고, 연예인 이야기 하는데 왠 한국사까지 들먹이느냐 할지 모르겠다. 핵심은 이런 역사 속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는 절대 권력자 대통령에 항거하는 단어였고, 그로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리며 죽은 단어였으며, 모진 고문으로 평생 공포라는 단어를 머리속에 품고 살아가게 만든 단어였다는 점이다.
나와 당신이 가장 최근에 붉어진 윤창중의 성추행 문제를 가지고 시끌벅적하게 정부의 잘잘못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역사속에서 피를 흘리고 고통받은 사람들 덕분이었고, 그들이 목표하고자 했던 민주화 때문이었다.
민주화가 나쁜 의미를 품다
자... 여기까지는 아마 제대로 현대사라는 부분을 배운(?)사람들이 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이 민주화란 단어가 문제의 단어가 되었는지 알아보도록하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쉽게 이야기 하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만큼 인터넷에서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 끼리의 반목도 심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초창기에는 다소 진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높았다면,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스스로를 보수라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진보라 말하던 사람들과 비슷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이 보수라고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다보니 그들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든 것을 비하하고 비꼬고, 격하시키게 된 것이다. 앞뒤 안가리고 했던 그들의 행패는 사람들의 눈쌀을 찌프리게 했고, 최근에는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라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모여 활동하게 되었다.
이 일베의 운영자는 그 곳에서 활동하는 다른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들의 장난(?)을 그대로 수용했는데, 그것이 바로 '민주화'라는 단어를 격하시키는 작업이었다. 어떤 식이었느냐면, 재미있고 호응이 된다는 글을 '일베로'라는 단어로 추천케 했고, 재미없고 호흥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 표시는 '민주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런 행위는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민주화라는 단어를 격하시키는 의미의 은어로 쓰게 만들었다.
그것이 그들만의 문화였을 때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허나 이 사이트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고, 이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채 민주화라는 단어를 나쁜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아마 20대 중후반을 넘긴 사람들에게는 이런 문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이런 단어 사용은 10대와 20대 초반의 남자들을 중심으로 꽤 호응을 얻었다. 왜 남자들이 중심인지는 일베라는 사이트의 특징 때문인데, 그건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이 글에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전효성이 민주화를 말한 이유를 추측해보자
이제 본격적으로 전효성의 문제로 돌아와보자. 전효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그 뜻을 모르고 써서 죄송하다는 표현을 했다.
이 글을 전적으로 100% 믿는다고 치고 상황을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가있다.
여자 아이돌 그룹이라는 특성상 주된 팬은 10대와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주축을 이룰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민주화라는 단어의 의미도 모르고 알 생각도 안하는 이들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나쁜 의미로 장난(?)삼아 사용했을 것이다. 아이돌의 특성상 스케쥴로 인해 광범위한 인터넷을 사용할 시간이 적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에게 민주화란 단어가 왜 나쁘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기는 힘들었다고 추정하는 이유다. 또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의 다수가 어린 나이에, 다시 말해 학교에서 공부를 주로 하게 되는 시기 부터 준비를 하다보니 왜 민주화라는 단어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알 기회가 일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배우고 있어야 할 그리고 배웠을 만한 20대 초반의 사람들까지 왜 민주화라는 단어를 그렇게 쓰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우선 제대로 된 현대사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입시위주의 외우기 강요식의 학교교육은 아이들이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해할 기회를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그 입시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아이들에게서 빼앗게 되는데, 이런 것이 극심해진 세대가 바로 지금의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느는 세대라고 추정해볼 수가 있다.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민주화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전효성이 아무 생각없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나쁜 의미로 사용했을까를 짚어보았다.
남은 문제는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선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절대 다수의 네티즌은 자칭 보수라하는 집단을 썩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일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극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일베의 이미지 때문이다. 가장 우선 되는 이미지는 여성비하다. 뭐 개념없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이상한 여자들이 한국 여성들의 전체라 비하하고, 여자에 대해 같은 사람이 아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절제할 줄 모르는 폭력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성이란 실제 주먹으로 치고 받고 싸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악플러들의 온상지라는 의미다. 또한 보수라 자칭하는 인물들에 대한 우상화 등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베는 인터넷 상의 절대 다수의 여성과 진보적 성향을 지닌 사람과 인터넷 상의 폭력성을 싫어하는 사람들 등의 대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로 부터 좋지 못한 이미지가 구축이 되었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 붉어지는 정치적인 사건 사고에도 얽히고 섥히면서 유명세와 더불어 악명도 높아져갔다.
이런 와중에 나름 인기를 끌고 있던 여자 아이돌 가수가 일베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를 툭 내뱉고만 것이다. 결국 이 발언이 일베를 혐오하던 모든 사람들을 자극시켜버린 것이다.
결론...
그녀의 선택은 많지 않다. 설사 모르고 썼다 하더라도 잘못한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잠시동안의 자숙의 기간을 가지는 것 뿐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이 일을 계기로 현대사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교육 말이다. 하긴 몇십년째 그 주입식 교육이 나쁘다 나쁘다 말만 하고 결국은 도로 주입식 교육이 되어버렸기에 별다른 희망을 가지지는 않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특히 10대 부터 20대 초반에 이르는)들이 민주화라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본글 : http://myahiko.tistory.com/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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