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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버림받은 녀석들 -1

"야!일단 관물대에 대충 쳐박고 다들 씻으러 갈 준비해! 서말년 뭐합니까?"

"뭐하긴 씻으러갈 준비하지 ㅋㅋㅋㅋ"

이틀째 입고 있던 속옷을 쓰레기통에 쳐박는 내게 분대장 녀석이 소리쳤다.

말년 휴가 20일 남기고 혹한기라니... 운도 지지리도 없던 군생활의 마지막 훈련이 끝났다. 

노팬티에 활동복만 걸치고 그동안 짱박아둔 새 속옷을 꺼내들고 샤워장으로 향한다.

 '1월 5일 전역자들 행정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뭐냐? 또 왜 불러대고 지랄이야!!!"

한 내무실에 알동기 3명... 타소대에 있는 몇명..

행정실에 모이니 중대장이 우릴 반긴다. 우린 그 누구도 그가 반갑지 않았다.

"니들이 가장 고참이니 희생한번 해라"

"어떤걸 말이십니까?"

"오늘 불침번 너희가 돌아가면서 서라"

'니미....'

"그런데 중대장님 저희 24일날 말년 출발은 정말 안됩니까?"

"규정상 안된단다"

"아니 휴가 출발을 일요일에 나가나 토요일에 나가나 그게 그거아닙니까? 차라리 토요일에 신고하고 나가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안된다"

"제발 크리스마스 이브는 밖에서 보내면 안되는겁니까?"

"이것들이... 됐고 이거나 다들 읽어봐"

'분대장 교육자'

"분대장 교육? 이걸 저희가 왜갑니까?"

"뭐? 분교대? 씨발 미친거 아냐?"

"박병관이 엎드려뻩쳐. 이새끼가 돌았나 내가 니 친구냐? 중대장이 니 친구야 이새꺄!"


중대에 남아있어봐야 빈둥거릴것이 뻔한 말년 휴가 10일남은... 

말년 혹한기 그것도 세번째 혹한기에서 복귀한 우리에게 떨어진 선물이다.

그렇게 우린 불침번을 섰고 주말내내 중대장 욕을했다.

그리곤 도살장에 끌려가듯 월요일 아침 분교대로 향했다.


"야 진짜 XX미친거 아냐?"

"우린 버린 자식들이야. 국방부도 하늘도"

우리 5명은 분교대 내무실에 들이누워 퍼지다 퍼지다 침상바닥에 늘러붙어있었다.

"아저씨들 난 수색대대인데..."

수색대대 특유의 전투모를 쓰고있는 한녀석이 썰을 풀기 시작한다.

뻔하다. 자기네 대대가 젤 빡세다는 거겠지..

"그런데 거기 누워있는 아저씨들. 몇대대에서 오셨어요?"

"대암산~~~"

동기녀석이 귀찮다는듯 대충 대답한다.

"대암산? 63?"

"네네~ 63요"

"몇대대요?"

"3요 3. 3대대. 아저씨 우린그냥 우리끼리 알아서 있을테니 일보세요"

역시 싸가지라곤 2년전 집에 두고온 박병장..

"3대대? 63? 아저씨 미안해. 아저씨네가 젤 빡세. 내가 썰푼거 미안해"

참.....실없는 녀석이었다.

'쾅!!'

"이런 겁없는 새끼들. 분명 조교가 개인관물 정리하고 있으랬지. 퍼져있으랬나?"

분교대 중대장인듯하다. 그리곤 벽에 기대 앉아있는 나와 눈이 마추쳤다.

"니들 병장 달았다고 군생활 끝났냐? 니들이 이래서 분대장 하겠어?"

"뭐...알아서 잘 할거같습니다."

"뭐? 너 이리와봐. 너 군생활 얼마나 남았어? 군기교육대 한번 갈래?"

"8일 남았습니다"

"뭐?"

"저희 일요일 크리스마스에 말년휴가갑니다."

황당하다는 듯이 모든이들이 우릴 쳐다본다.

"이런 미친놈들. 니들이 여길왜와?"

"중대에 있어봤자 도움안된다고 가랍니다."

"일단 알았어. 내가 알아볼테니까 니들... 사고치지말고 조용히들 있어."


그렇게 분교대의 황당한 사건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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