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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

2회 영화토론회 <더 헌트> 정리



참여해주신 분들 - 가람님, 인생다그렇지님, 조제님, 훈님


<더 헌트>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인상은 고통스럽다는 것 입니다. 이 영화는 보고 있는 동안 계속 고통스럽고, 보고 나서도 그 고통이 전부 가시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본다는게 이정도로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가 고민이 될 정도죠.


이 영화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이 영화가 다루는 공간, 덴마크의 시골마을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헌트>는 바로 공동체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동체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그리고 어떤식으로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면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의심과 폭력의 배경또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덴마크라는 국가의 특수성까지를 학술적으로 공부할 필요는 없을것입니다. 그보다는, 토론회에서는 영화내부에서 표현되고 있는 이 공간의 특성에 대해서 한번 추적해 봤습니다. 주기적으로 마을 남자들끼리 사냥을 나가고 그 안에서 유대를 표출하는 외부와는 다른 특수한 문화를 가진 작은 마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내부의 유대를 강조하고 그 안에서의 흐트러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마치 '사냥'을 하듯 놀이를 하고, 성인이 되면 총을 받게 되며, 사냥을 주도할 수 있어야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를 간직한 마을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사냥'은 삶의 시작이며, 어른이 되는 훈련입니다. 어찌보면 세계 그 자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들이 아동 성추행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된 루카스를 사회적으로 '사냥'하는 것이 낯선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언제나 사냥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내부에서 정화하기 위해서인지 마을은 종교라는 배경을 토대로 유대감을 증폭시킵니다. 도덕과 사냥이라는 서로 어긋나는 두개의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감정적 표적이 된 누군가를 극한까지 몰아세우는 일을 익숙하게 처리하게 된것 아닐까요.


주인공인 루카스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수동적인 것 또한 그런 사회가 가져다 준 특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사회의 시스템에 반항하지 않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결속을 요하는 이 사회에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루카스는 이런 폐쇄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흔하고 전형적인 사람이었던 것이죠. 루카스가 자신의 무죄를 위해 분노하기 보다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다른 이들에게 분노한다는 것. 그런 행위들을 통해서 루카스가 집단이라는 가치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봅니다. 루카스는 조직과 집단이 존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관객의 분노는 결국 이 부정합, 끈끈한 결속을 요하기 때문에 가장 평범한 일원을 사냥하는 상황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토론회는 잠깐 그 상황에 들어가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때문에 분노를 합당화 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 역시 그 사회 안에 존재했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정말 손수 나서서 루카스를 도와줄 수 있었을까요. 만약 영화가 루카스의 무죄를 증명하는 몇가지 장면을 떼어버린 채로 상영했다면 우리 역시 루카스에게 손가락질을 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가치와 도덕을 지킨다는 판단하에 쉽사리 누군가에게 비난을 행사하는 그런 집단의 일원이니까요. 


이 영화의 엔딩은 그래서 강력합니다. 루카스는 다시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클라라와는 신뢰를 회복합니다. 루카스의 아들 마쿠스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사냥 자격을 받아 사냥꾼이 됩니다. 하지만 저번의 사냥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슴을 총으로 쏴 쓰러뜨리던 루카스는 그저 사슴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자신과 사슴의 감정적 일치였을까요. 그리고 루카스는 또다시 사냥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루카스를 '사냥하려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토론회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아직 앙심을 품고 있던 클라라의 오빠일 수도 있고, 계속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요한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루카스의 아들 마쿠스였던 것으로 마쿠스 또한 사냥꾼이 되어 누군가를 공격할 것이라는 은유일 수도 있습니다. 혹여, 루카스를 지지해주던 남자들 중 한명으로 그의 지지의 배경에 사냥꾼의 공격성이 남아있었던 것일수도 있지요. 아니면 아예 그냥 오발인 것을 루카스가 잘못판단 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의견은 마을 사람 중 그 누가 되어도 이 이야기가 성립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이 폐쇄된 사회는 누군가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해체해 버리는 것에 너무나 익숙한 사회니까요.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 역시 이런 세계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까요? '누구도 될 수 있다'는 것은 진짜로 누구도 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라고 해도 말이지요.



- 토론회가 뽑은 명장면 -

인생다그렇지님이 뽑아주신 장면입니다.

사건이 거의 마감되었다고 생각했을때 충격을 줘서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라 선정하셨습니다.


인생다그렇지님이 뽑아주신 두번째 장면입니다.

가장 마지막, 사냥터에서 루카스가 바라본 사냥꾼의 실루엣입니다. 이 실루엣이 과연 누구였는지, 그렇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인지가 토론회에서 다룬 큰 주제였습니다.


가람님께서 뽑아주신 장면입니다.

사회에서 밀려나 생활까지도 불가능해진 루카스의 극단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무엇보다 날아오는 통조림이 너무 아파보이기도 하고요.


조제님이 뽑아주신 장면입니다.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클라라와 테오의 대화를 통해 루카스가 진짜 무죄라는 것을 확실히 환기시켜주는 장면이라고 하셨습니다.


조제님과 가람님께서 뽑아주신 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가치있는 장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클라라와의 관계 회복, 그리고 클라라와 루카스가 서로에게 보내는 신뢰가 계속 유지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루카스의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회복의 가능성 또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 토론회의 한줄평 -

(점수는 5점 만점입니다.)

4.2 : 마지막까지 가시지 않는 찜찜함

3.2 :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폭력적인 경험.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4.5 : 개인의 힘으로 타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절망감

4 : 사냥꾼은 사냥감으로, 사냥감은 사냥꾼으로.


- 토론회가 추천하는 같이보면 좋은 작품 -

<버니>(영화) : 확실한 범죄상황이지만 되려 그의 무죄를 믿어주는 마을 사람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살인자ㅇ난감>(만화) :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것이 되려 정의실현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역시나 범죄와 옹호라는 면에서 <더 헌트>와 방향이 대비됩니다.

<도그빌>(영화) : 단절된 사회 내부에서 개인을 향한 극단적인 폭력이 닮아있습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당일 와의 사장님께서 일이 있으셔서 후다닥 장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매번 장소때문에 당황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군요. 그래도 어찌 잘 해결되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주는 일과 건강문제로 인해서 꽤 늦었네요. 그래도 이번주 내에는 올려야 겠다는 마음에 금요일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봤습니다. 함께 의견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모임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