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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회의

3회 영화토론회 <킬러들의 도시> 정리


참여해주신 분들 - 까치녀님, 아댕공쥬님, 인생다그렇지님, 조제님, 몽룡이누나님


한국영화 <킬러들의 수다>와 헷갈린다는 말을 많이 듣는 제목을 가진 <킬러들의 도시>입니다. 물론 원제는 <In Bruge>로써 영화의 배경이 되는 '브뤼주'를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킬러들의 도시>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한국내의 홍보를 위해서 적당히 지은 제목이겠지요.


제목이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배경이 되는 '브뤼주'는 벨기에의 관광도시입니다. 하지만 감독인 마틴 맥도나 감독이 직업 말했듯이 '이틀만 여행하고 나면 볼것이 없어지는' 아주 심심한 도시이기도 하지요. 토론회에서도 이 도시에 대한 인상은 살짝 엇갈렸습니다. 누군가는 지루할것 같다고, 누군가는 그 조용함이 힐링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곳이 좁고 외부와 단절되어 있으며 조용한 곳이라는 것은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저 영화의 켄과 레이처럼, 이곳에 어떤식으로 적응할지의 차이였던 것이겠죠.


이런 작은 도시인 '브뤼주'와 영화의 주인공인 레이는 너무 맞지 않습니다. 레이는 과격하기도 하고, 충동적이기도 하며 입만 열었다 하면 차별적인 발언을 마구 뱉어냅니다. 그만큼 레이는 조용한 브뤼주를 달가워하지 않고 말이지요. 하지만 작품에서 나오다 시피, 레이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아이를 죽였다는 슬픔을 가진 채로 브뤼주에 오게 되었습니다. 레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이 단순히 자신의 괴팍함에 의해서 나오는 것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토론회는 레이의 모든 표현들에 조금 더 집중해봤습니다.


레이는 슬픔에 빠진 사람입니다. 실수로 인해 생긴 죄의식으로 어쩔줄을 몰라하지요. 심지어는 자살기도까지 하고요. 레이의 그런 과격한 행동들은 자신의 슬픔을 지우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힘이 들때 억지로 들뜬 행동들을 하고나 하지 않나요? 레이 역시 자살을 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정신을 어떻게든 깨우기 위해 자극적인 선택들을 반복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극이 끝나갈때면 어김없이 슬픔이 치고 올라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해지게 되지요.


레이가 내뱉는 모든 차별적인 말들 역시 그가 느끼는 슬픔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는 그만큼 극단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이 슬픔과 격정사이에서 메트로놈을 치고 있는 것 처럼, 세상 역시 '나'와 '나와 다른 자들'로 구분되어 있는 것 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관점을 가진 인물은 레이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함께 브뤼주에 온 켄은 너그럽긴 하지만 그 역시도 '내가 죽은 자들은 모두 나쁜 사람'이라는 단호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고요. 특히 난쟁이 캐릭터인 지미는 그들과 마약을 하면서 '곧 백인과 흑인간의 전쟁이 벌어질거다'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이곳에 사는 모두에게, 세상은 그저 동전처럼 앞과 뒤만 존재하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를 가장 깊이 관통하는 것, 그것은 바로 레이와 켄이 오랜시간 공을 들여 감상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 <최후의 심판>입니다. 그 중에 둘은 연옥을 바라보고 있지요. 지옥에 떨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천국에 가지도 못한채 연옥에 갇혀 심판을 기다리는 자들. 토론회는 바로 그들이 '브뤼주'에 있는 인물들의 초상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레이도 켄도 그들을 쫓아온 지미도 모두 각자의 죄의식을 지닌 채 연옥에 들어온 인간일 뿐이겠지요. 그리고 그런 연옥에서 사는것, 세상을 두가지-천국과 지옥-으로 나눠서 생각하며 죄의식을 극복하고 천국을 지향하려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켄이 성혈 대성당에서 죄를 사해주는 성혈에 대해 말하는 것 또한 그런 의미 아니었을까요?


엔딩에서 레이가 읊는 의미심장한 이야기 역시 연옥에서의 선택에 대해 읊조리는 듯 보입니다. 이곳-브뤼주-에서 죽으면 지옥이지만, 살아남아서 속죄한다면 어쩌면... 같은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서로가 서로를 쫓는 연옥에 있어서도 결국 속죄의 고통속을 헤메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발버둥처럼요. 하지만 그 전에 죽은 켄과 해리는 어떨까요. 과연 그들은 천국, 혹은 지옥 중 어느곳으로 갔을까요. 토론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특히 켄에 대해서는요. 하지만 중요한것은 내세에 어떻게 되었느나갸 아니겠지요. 그보다는 어떻게 자신의 죄를 직면하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각자 켄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되었을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죄의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요.


일견 가벼워 보이는 영화지만 가볍게 보기는 힘든 영화였다고 봅니다. 특히 토론회 전반에는 영화의 대사들이 너무 산발적이라 집중이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였지요. 하지만 그런 산발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인물들의 슬픔을 다룬다 생각한다면 그것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토론회가 뽑은 명장면 -



인생다그렇지님이 뽑아주신 두 장면입니다.

어째 레이가 사람을 때리는 장면만 뽑아주셨습니다. 재미있는 장면들 이지요.



몽룡이누나님께서 뽑아주신 장면입니다.

데이트를 하는 도중, 서로의 직업에 대해서 묻는 장면입니다. 마치 거짓이듯 진실을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레이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제님이 뽑아주신 장면입니다.

초반에 종탑에 올라간 켄이 브뤼주를 내려다보는 장면입니다. 브뤼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아름답게 묘사되어서 매력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뽑은 장면입니다.

후반에 레이를 추적하는 해리가 임산부인 호텔주인 때문에 대치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자신의 법칙이라는 강박때문에 너무나 비현실적인 행태를 보이는 장면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블랙코미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토론회의 한줄평 -

(점수는 5점 만점입니다.)

4.2 : 오묘한 개그코드와 적당히 무거운 주제의 조합

3.8 : 위트있는 영화

4.0 : 죄책감을 지닌 사람의 현실감 있는 이야기

4.0 : 연옥의 미니어쳐

(이하는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하신 분들의 의견입니다.)

3.5 : 개인적으로 킬러 이야기는 부담스럽다.

3.0 :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좋아보인다.


- 토론회가 추천하는 같이보면 좋은 작품 -

<킬러들의 수다>(영화) : 제목도 비슷하고, 킬러들이 벌이는 엉뚱한 상황도 비교할만 합니다.

<고르고 13>(만화) : 킬러와 그의 철칙이라는 면에서 재미있는 비교가 가능합니다.

<럭키 넘버 슬레븐>(영화) : 역시 킬러가 등장하는 이야기. 그리고 어떠한 일 때문에 외지로 나가서 겪는 이야기 등 재미요소가 겹칩니다.


항상 장소의 이야기가 남게 되는데, 사장님께서 고지를 못받으시다 보니 시작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카페가 열렸습니다. 조금만 더 늦어도 다른 곳으로 갈 뻔 했으니 일촉즉발이었네요.

이전까지에 비해서 조금 높은 톤의 영화를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쉽고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가 아니었긴 했네요. 그래도 소소한 웃음이 터지는 영화인만큼 약간의 환기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