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포스팅을 약속해 놓고 글을 쓰려고 하니, 왜이리 쓰기가 싫은지 모르겠네요.
본래 영화 <루비 스팍스>에 관해 쓰려다가 얼마전에 소개한 <스트레인저 댄 픽션>과 소재가 비슷해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파이트 클럽>을 쓰려 했더니 재밌게 보긴 했는데 뭐라 써야할지 모르겠고, 그러다가 책이나 소개해 볼까 하고 책장을 뒤졌습니다.
각종 소설, 만화, 게임 등을 뒤지며 고민하다가 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를 골랐습니다. <기생수>를 할까도 했는데 워낙 유명한 만화책이고, 최근 국정원 사태 등을 보면 <눈뜬 자들의 도시>가 더 어울릴 것 같더군요.
전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 포스터
<눈뜬 자들의 도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후속편입니다. 같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갑자기 장님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전작과 달리 '정치에'눈 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의, 이 글은 소설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는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다. 그의 작품 중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눈뜬 자들의 도시>는 비슷한 제목에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몇년 전 사람들의 눈이 멀어버리는 사건이 있었던 도시, 사건은 잊혀지고 도시는 지방선거를 치른다. 투표 당일은 폭풍우가 몰아쳐 투표율이 극도로 낮았고, 선거 관계자들은 이대로 투표가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오후가 되어 폭풍우가 더욱 심해지는데,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예상을 뒤엎고 사람들은 아주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다.
하지만 개표결과는 경악스러웠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백지투표를 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 백지투표를 가지고 각종 음모론을 제기했고, 시민들의 폭동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조용이 일상을 보낼 뿐이다.
이 소설에서는 가장 극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을 아주 조용히 묘사한다. 시민들이 비바람을 맞아가며 백지투표를 하는 장면은 투표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으며 우연처럼 묘사했고, 시민들의 조용한 압박으로 정치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장면에서는 시민들이 도로주변에 불을 키고 조용히 내려다보는 모습을 그렸다. 시장이 아무말 없이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스스로 시장직에서 물러났음을 알려주는 장면도 매우 유사하다.
백지투표의 상징성처럼 조용하지만 극적인 저항-정치행위를 다른 장면에도 대입한 듯 하다. 위에 설명한 장면들은 소설에서 가장 극적이고 재밌는 장면들이다. 그럼에도 과장하거나 돋보이려는 장치가 전혀 없어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장면처럼 보인다. 마치 투표가 극적인 변화가 없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흔히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그놈이 그놈이다', '나 하나 투표해봐야 안바뀐다', '뽑을 사람이 없다' 등이다. 이런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뽑을 사람이 없으면 백지라도 내라고 하면서.
소설속의 정치인들은 백지투표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하지만 그 안에 자신들의 부정이나 잘못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음모와 배후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본심을 따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잘못은 상상조차 못하는 정치인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려움에 떨던 정치인들은 전작에서 눈이 멀지 않았던 여주인공을 배후로 지정하고 그녀를 죽이며 소설을 마친다. 미네르바가 경제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당했던 사건을 연상케 한다.
최근 주제 사라마구의 다른 책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를 구매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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