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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그녀다. 1

 

 

 

ep. 떨어지는 벚꽃이 달빛을 머금다 ( 벚꽃도 늙어간다 )

 

풋풋했던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바람따라 끈적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는 계절이 다가온다.
이곳 저곳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손에 손잡은 커플들의 거리. 너네 여기서 정모하냐.


" 아나, 벚꽃축제 끝난거 아니었어?. "

 

딱히 나에게 피해준 것도 아닌데 애정어린 닭살행각에 아니꼬와 코웃음치는 나란 남자.
차가운 도시 남자라고 하기엔 모양새가 영 아니올시다인 그냥 남자.
' 아가들아, 이제 벚꽃놀이 끝났다. 딴데가서 놀아라. 형아가 니들 보고 있기 힘들다. '

하고 싶지만 부러워서 그러는거라고 오해할까봐 입밖으로 뱉진 못했다.
뭐 사실 딱히 부럽진 않......긴 뭐가 부럽다. 젠장.
그래도 20대 초반 나름 잘나가던 쏠로였을 때는 친구들이랑 와서 벚꽃 흩날리는 나무 아래서

멋있게 폼잡고 " 흩날려라, 천본앵. " 이라며 되도않는 만화의 명대사를 흉내내기도 했었다.
그럼 옆에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막 ' 꺄악, 오빠 귀엽다. 완전 웃겨요. ' 하면서 들러붙고

친한척하고 사진 같이 찍자고 했었는데......

이제는 같이 꽃구경 올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그저 길에 떨어져 이리저리 밟힌

꽃잎들 만큼이나 더러워보여 차마 할 생각이 안난다.
예전과 다르게 이 나이먹고 하면 나이먹고 추하다고 비웃음이나 실컷 받겠지. 하아.
외로움에 사무쳐 주위 연인들이나 구경하며 싱거운 웃음 날리던 자칭 차도남.

28살 쏠로 서호연.
죽어버린 연애세포 인공호흡하는 기분으로 베이스기타를 연인삼아 살아가던 4월의 끝자락,
벚꽃이 화사했던 삶을 끝내고 장렬히 땅으로 내리앉던 어느 봄 날,

유난히도 달빛이 고왔던 그 날 밤. 난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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