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커피 세 봉지 커다란 머그잔에 믹스 커피 봉지 세개를 뜯어 부었다. 촤악 촤악 촤악. 거무스름한 갈색의 가루와 하얀 가루들이 떨어진다. 원래 커피를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식후 한 잔 하루에 최소 한잔 같은 일상커피 중독도 아니다. 20살 적엔 일년에 한번 가야 캔커피 하나 마실까 말까 할 정도로 커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커피전문점이 한국에서 유행을 타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자들을 된장녀라며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때, 사실 나도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 속에 있었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처럼 커피전문점 문화 속에 나도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내가 손가락질 하던 된장녀의 된장남 버전으로 커피전문점에 앉아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 된장녀.. 더보기
냉침 커피 * 지난 주에 이어 또 커피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내 일상에서 커피를 빼면 남는 게 몇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커피에서 시작된 이 글은 안드로메다에서 끝을 맺는다; 날이 부쩍 더워졌다. 낮에만 조금 풀리는 척하다가 아침, 저녁으론 쌀쌀했던 날들이 이어져 '봄은 대체 언제쯤?'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장 여름으로 직행했다. 차가운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커피숍에서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커피는 크게 3가지이다. 에스프레소를 얼음에 붓고 차가운 물을 적당량 채워 만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좀 진하게 얼음 위에 바로 내린 뒤 다시 얼음을 채워 만드는 아이스 드립커피, 분쇄한 원두 위에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려 아래쪽에서 우러난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해 그걸 모은 더치.. 더보기
커피의 기억 커피를 좋아하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더운 여름 날 너무 졸렸던 수업이 끝나자 마자 엎드려 자기 시작하면서 매점 가는 친구한테 차가운 캔커피를 부탁하곤 했다. 땀을 흘리며 쪽잠을 자다 깨서 마시는 네스카페 캔커피의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소위 '원두커피 전문점' 열풍이 불었다. 지금까지 마셨던 캔커피니 맥심이니 하는 것들을 단숨에 '한 단계 낮은' 커피로 만들어 버린 이름이었다. 사실, 그 커피가 월등히 맛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학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가 아니라 그 기분을 사기 위해 들락거렸다. 대학생이 된 후 몇 년 동안은 커피 공백기 같다. 별 기억이 없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일이라면 커피메이커를 산 일. 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