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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칫솔

양치하면서 거울보다 문득 네가 생각났다.
나란히 놓여있는 주인잃은 칫솔.
거울속에 비춰진 모습이 나란 걸 알면서도 왠지 낯설기만 해 한동안을 칫솔을 입에 물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푸석해진 피부, 거뭇해진 눈가, 잠은 또 얼마나 설쳤는지 눈도 살짝 충혈된 듯
그래, 네가 떠나고 나니 이모양이다.
흡사 태풍이 휘몰고 간 것 마냥 방안은 어지러워진 지 오래

도둑도 훔칠 거 있나 찾아왔다가 안쓰러워 청소까지 해주고 갈 기세.
그래, 네 손길이 끊어지고 나니 내 손길조차 거부한다.
아니, 내가 거부하는 거겠지.
 냉장고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반찬들. 언제 만들었는지도 몰라 차마 꺼내지도 못하겠다.
이미 쉬어버려 먹지도 못할텐데 치울 생각조차 없다. 어짜피 먹을 일도 없을테니
싱크대안 설거지도 한가득.

물기 하나 없이 말라버린 밥풀을 떼어내려하면 그릇이 깨져버릴 것같다.
막상 너 떠나고 나니 이리도 추워진다.
같이 누웠던 침대도 허전해 가운데에서 자다가도 몸이 기억하는지 밤새 네 자리를 비워두고

아침이 되면 그 옆자리 한켠에서 눈을 뜬다.
모든게 두개이던 것들이 한쪽을 잃고나니 허전하다.
여백의 미라는 것따위 처음엔 홀가분해 시원하다시피 했는데
같이 했던 시간만큼 혼자인채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여백이 채워졌으면 싶다
사람이 이리도 간사한가. 나란 사람 그리도 어설프게 너를 비우려고 했던건가.
네 흔적 거두려고 했던건가,
먼저 씻는다며 들어온 내 옆에 어느샌가 다가와 같이 칫솔을 들며
이렇게 나란히 서서 거울보며 같이 양치하는 게 좋다며 웃던 네가 떠오른다.
애써 너를 닦아내려다 내가 깨어질 것같아 불안하다.
한참을 멍하니 그렇게 거울 속 내가 아닌 널 보던 난 컵속에 담긴 분홍색 칫솔을 꺼내려다 멈칫,

마저 입을 헹구곤 내 칫솔을 옆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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