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좋아해요?"
"락 스피릿은 좋아합니다. 음, 저항의 느낌, 뭐 이런 거 좋아합니다. 근데 헤비메탈은 관심 있게 들어본 게 메탈리카 정도일까요?"
"이번에 해리빅버튼이 단독콘서트를 가는데 같이 안 갈래요?"
"(그 이름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한 표정으로 약간 망설이면서)... 초대권 있어요?"
"그럼요, 같이가요."
"아, (역시 망설이면서)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가게 되었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겠지만 나에게 홍대 살면서 이런 홍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첫 기회임에 틀림없었다. 홍대 산 지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클럽, 인디 밴드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들 나를 보면 홍대 사는 사람 같지 않다고 하는데 왜냐하면 홍대인으로써 알아야 할 것을 하나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홍대 겉만 핥고 있는 사람이라나 뭐라나.
토요일 7시에 지인들과 함께 V홀이라는 곳을 갔다. 지하 3층인데 처음에 깊이도 내려간다 싶었다. 일단 공연을 시작하고 이해가 갔다. 더 깊은 지하에 있어도 그러려니 할만큼...초청밴드가 나왔는데 인디밴드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초청 손님이라서 그런지 자기 스스로 검열하는 느낌은 조금 났다. (뭐 당연한 심리다. 우리가 주인공은 아님 이런 심리) '잘 하네 사운드도 나쁘지 않고...'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해리빅 버튼이 등장하니까 사운드가 완전히 달라졌다. 마치 일부러 볼륨을 더 올리고 저음을 더 강하게 가져갔나 싶으리만큼 묵직한 느낌이 좋았다. 헤비메탈이 그냥 고함만 지르는 것인줄 알았는데(?) 완전한 나의 오판이었다. 그 그루브한 박자 감각이 일품이었다. 처음 콘서트 장에 들어갔을 때는 그리고 초청 밴드가 연주를 할 때 리듬을 타던 다른 사람들이 어색해 보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몸을 이탈한 마음의 눈이 나를 보기에 무리속에 이방인이 된 듯한 내 자신이 힘들었다. 이 공간을 떠나고 싶기도 하고 알지도 못하는 밴드에게 여흥을 느끼려니 심히 마음과 몸이 고되었다. 이렇게 박자를 타는 것이 어색했던 나의 몸은 해리빅버튼의 첫 연주가 시작되자 어느새 주변의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대는 그들과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완전 동화되지는 않았다. 미친듯이 흔들진 않았다. 나의 사회적 체면도 있고 이성을 잃을 만큼 끼가 충만한 스타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컬이자 밴드의 리더인 이성수는 기타연주도 일품이지만 분위기도 잘 잡고 무엇보다 무거운 저음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런 선입견이 없이 보아서 그런지 제대로된 락 스피릿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박자도 얼마나 시원스레 잘 타던지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음악을 못 하니 아파서 견디지 못해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혼이 실린 연주를 듣고 있으니 그런 말이 전혀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성수도 이성수지만 베이스주자가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 긴 머리가 특이해서 좋았고 나중에는 그에게 느껴지는 묘한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좋았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는 듯한 그의 몸짓이 관능적이어서 좋았다. 전혀 오버스럽지 않고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섬세하고 묵직한 연주가 가능했던 것이 그의 역할 때문이 않나 싶다.
나는 보통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 이런 소란스러운 공간에 오래 있지 못한다. 5곡 정도 들었나 1부가 끝이 났단다. 같이 간 일행들이 가잔다. 누군 앞에 있는 커플의 애정행각 때문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도 하고(이성을 놓는 친구들이 있어서 간혹 이런 연인끼리 온 친구들은 간혹 선을 넘기도 한단다.) 누군 시끄럽다고 한다. 나도 가고 싶었다. 이렇게 흔들어 대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지만 천연덕스럽게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어색해서 그 인내력에 한계가 오려고 했다. 그런 어색한 마음이 내 몸에 통증으로 다가왔다. 나는 또 이렇게 흐지부지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저는 가도 좋고 더 봐도 괜찮아요" 사실은 보고 싶은 마음이 반은 되었다. 차라리 앉아서 보았다면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러면 몸을 덜 흔들어도 되었을 텐데...... 빠져 나왔다. 지상으로 나오는 계단을 찾을 수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데 나오면서 든 생각은 불 나면 큰일이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다. 지상으로 나가는 방법이 엘리베이터 뿐인 것 같았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계단을 찾기 쉽지 않았다. 나오고서야 느낀 건데 홍대의 시끄러운 소음이 작게 들렸다. 이미 귀는 높은 데시벨에 익숙해져버려서 귀에는 아무 곳에서 발신한적이 없는 노이즈 '즈으으으' 하는 소리가 그 날 내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이런 식의 공연을 자주 갔다가는 환청으로 시달릴 것 같았다. 역시 내 스타일인 공연은 아니야 그냥 난 조용한 것이 좋은데 이런 나이지만 살면서 이런 공연을 혹시 기회가 된다면 가끔씩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로는 벗어나는 일탈과 같았다. 쓰고 나니 좀 우습다. 이런 것도 일탈로 느낄 만큼 내가 모범생이었나? 아닌 샌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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