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출처 : http://www.xiami.com/album/525552)
이렇게 신나는 퀴어(이 용어를 퀴어 아닌 사람이 쓴 것 사과한다. 한마디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빌린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너무 화를 내지 말아주길) 영화가 있었을까 싶다. 영화에서는 그런 그들의 치열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무거운 영화들과는 많이 다르다. 무겁지 않고 발랄하면 맑은 느낌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이번 주는 쓸 글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요즘 한창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많이 나오고 그것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서 그의 역사적인 행보에 힘이 되어 주고자 이 글을 쓴다.
먼저 일단 좀 억지스러운 것부터 나열하겠다. (욕을 먼저하고 칭찬은 나중에....) 민수(남자주인공)을 좋아하는 게이친구인 티나의 죽음에 대한 부분이다. 그의 죽음은 택시 기사의 폭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회통념과 비교하면 게이가 성가시게 한다고 게이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 매스컴에 노출된 일반사람들의 게이에 대한 감정은 불쾌하다며 욕 한번 해 주고 돌아서는 정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택시 기사는 좀 오버스럽게 귀찮게 하는 티나를 마구잡이로 두들켜 팬다. 택시기사에서 맞다가 차에 치이게 되는데 이 장면은 영화의 갈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억지스럽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물론 감독과의 대화부분에 이를 지적했더니 감독은 "제가 장편이 처음이어서요" 하며 그 부분을 쿨하고 예의 바르게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난 감독의 예의바름에 반하고 말았다. 사실 처음에는 그의 여성적인 말투에 살짝 간지러운 느낌이었는데 그런 그의 성격과 결합된 나긋나긋한 말투가 어느새 캐릭터화 되어서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심지어 나도 따라하고 싶어질 만큼......
좋았던 점은 게이바에서 게이 동료들의 만담 장면이었다. 그것은 너무 현실적이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해 박장대소를 하면서 볼 수 있었다. 배우 중 게이는 한명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나올 수 있을까 신기했다. 나도 저렇게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도 저렇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겠구나 싶었다.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첫 장면인 효진(여주인공)의 입양 또한 좋았다. 난 그냥 이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아무 이유없이... 남들은 안하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 혹은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혹은 사명감으로라도 해 내는 캐릭터 말이다. 요즘 세상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는 항상 특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그런 모습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아서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효진의 계획에 선뜻 동참해준 민수도 사랑스러웠다. 이 영화의 가장 쇼킹하면서 좋았던 장면은 바로 민수와 그의 남자친구의 배드신이었는데 난 그 때까지 게이가 어떻게 잠자리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둘 다 바텀의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폭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둘 다 바텀이라니...... 뭐 아무래도 좋았다. 번갈아 즐기면 되니까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이 좋은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살짝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민수와 그의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참석한 민수의 부모님 중 어느 누구도 마음편해 보이지 못했다. 뭐 당연하다. 그러나 아버지만큼은 충분히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영하 중간에 보면 결혼한 아들 내외를 찾아 오는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방문한 아내(민수의 어머니, 효진의 시어머니)를 타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아버지는 자식을 한 개체로써 존중하는 장면이 돋보였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이해는 못해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쉬운 마음에 김조광수 감독에게 이런 점은 아쉽다라고 질문을 했더니 과거 비슷한 결말에 대해서 이 영화와는 다르게 희망적으로 표현했더니 판타지가 아니냐고 하는 비판을 많이 들어서 이번에는 자체 검열을 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지만 사회적은 많은 비판과 비난을 들었을 감독을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사회라는 곳이 원래 복잡한 곳인줄 알았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느꼈던 김조광수 감독의 사람 됨됨이를 섣부르게 판단해 보자면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중과 다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다소 거칠고 우월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대중과 떨어져 있으면서 대중과 어울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의 성격 중 가장 위대한 면은 다른 사람들의 발언에 방어적인 성격을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게이이다. 여기저기서 그를 외면하는 눈길을 거의 항상 느낄 텐데 어떻게 전혀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려하는지 뛰어난 인품과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의 소수자(장애인, 성소수자 등등)가 보이는 어떤 적개심을 그에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 만큼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만들어갔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역사적인 행보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서 비아냥대지만 난 이 영화를 감상한 후 김조광수 감독을 응원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내가 그의 행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똑같은 사람이지만 자신 스스로에게 떳떳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그로 인해서 성격의 어디 한 부분이 일그러지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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