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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노예 12년




애초에 정을 주지 않는다면, 갑자기 사라져도 그렇게 슬프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누리지 못한 권리라면 그 권리가 사라졌을 때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노예 12년> 이라는 영화를 보고 든 현대의 비슷한 공간으로 나는 군대를 떠올렸다. 물론 영화만큼 혹독하다거나 비인간적인 모습이 군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타인에게 강제로 익숙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 꽤 닮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군대가 떠올랐던 것 같다. 만약 군대로 끌려간 내가 혹독한 가혹행위가 행해지고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상황 속에서 12년을 있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예가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살아있을 무렵 자유인으로 살던 솔로몬 노섭이 백인들에 의해 납치되어 12년 동안 노예로 살았던 이야기는 꽤 있어보이는 영화다. 내용상은 굉장히 단순한데 영상으로 보여지는 것이나 배우들의 연기에서 예술영화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나는 배우들의 연기와 카메라로 자주 가깝께 찍는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서 많이 느꼈다. 억울함을 말하는 주인공이 말로써가 아니라 표정으로 말해주는 장면들이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예술영화 느낌을 주는 영화들은 다소 지루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뭐랄까? 뭔가 어려운 철학책을 뒤적이는 느낌이랄까? 보는 내내 뭔가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은데, 내가 해석하지 못해 느끼게 되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는 음... 볼만하다.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꽤 괜찮게 볼 수 있으리라 본다. 이미 유명한 상들을 받은 만큼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랄까? 그런데 만약 극적인 강렬함을 원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냥 흥미로울까 싶은 지점에선 다소 지루하다고 평할 수도 있는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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