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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수상한 그녀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났다. 전날 예약해 놓은 조조 영화를 놓칠까봐 켜놓은 알람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가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순간에는 짜증이 훅훅 들이닥친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물론 남들보다 저렴하게 보려는 욕심 탓이긴 하지만. 


전날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고 고를 때 고심했다. 이미 검증받은(?) 미모를 자랑하는 박보영이냐. 아니면 검증받은 미모는 아니지만 귀엽고 연기 잘하는 심은경이냐 하는 선택 때문이다. 뭐 하나 보고나서 다음날 다른 것을 보면 되는 문제라 굳이 고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냥 막 선택할 수가 있겠는가. 나 또한 이쁜 여자 연예인 두명이 날 선택한다면 이란 질문에 서로 머리 뜯고 싸울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남자 무리에 속한 사람인 것을.


그런데 예매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나름 소리가 잘 들리는 중앙 쪽 자리가 예매가 안되는 것이었다. 통채로 예매가 된 것이다. 혼자 갸우뚱 하다가 다른 영화도 살펴봤는데, 역시 그렇게 예매가 되어 있었다. 중고딩 방학때라 학교에서 단체 관람하는 건가 싶었다. 막상 영화관을 가보니 그런 건 아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자리엔 중고딩이 없었고, 간간히 빈 자리도 있었다. ㅡㅡ;;; 뭘까?? 뭔가 의심이 들지만 그냥 괜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나름 그들만의 관행일 테니까.


여하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욕실로 들어가 대충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영화관에 갔다. 더불어 후드티모자를 모자까지 덮는다. 마치 할렘가 갱스터 느낌을 내줄 정도로 옷을 입는 것은 필수다. "예압~" 물론 그 옷차림과 내 얼굴로 누군가를 겁주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후즐근한 옷차림인데, 나 혼자 그런 설정 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들이 내 옷차림을 보면 딱 드는 생각은 '자다가 그냥 나왔나봐' 내 생각은 '갱스터 힙합퍼' 요런 차이랄까?  ㅡㅡ;;;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고 나왔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아래에... 



수상한 그녀  


심은경을 위한, 심은경에 의한, 심은경의 영화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뻔한 도입부에서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힘이 실려서 재미나게 보고 나왔다. 나 처럼 이야기를 심하게 의심하는 성격이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나문희라는 배우가 스크린에서 얼굴 비추며 많이 활용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단점이라면 단점. 하지만 스크린 뒤에서 꽤 많은 일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심은경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생에서 뭍어나오는 한계가 있었을 테니까. 

결론 : 영화 값이 아깝지 않은 코믹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