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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이 세상 모든 건 나이를 먹지

이 세상 모든 건 나이를 먹지.

 

한참을 고민했다. 이것도 한 번 바꿔보고 저것도 한 번 바꿔보고 안 되는 일이 있을 땐,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다. 인터넷 회선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다시 원래대로 만들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런데 아무리 용을 쓰고 인터넷이란 괴물에게 덤벼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내가 실수한 것이 있나?’ 괜한 주변 환경 탓도 하고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어떤 해결책도 찾지 못한 채.

 

결국 인터넷 회선 수리를 하는 분을 불러서 점검을 받았다. 혼자서 무언가 해결해 보려던 욕심을 버리고 얻은 답은 인터넷 회선이 오래 되었다는 답이었다. 정확하게 말해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내가 사는 집까지 이어지는 선이 노후화 된 탓이라는 결론이었다. 전문가의 말 대로 그 인터넷 선을 싹 갈아버리자 속도는 예전보다 더 잘나왔고, 내가 몇 날 며칠 동안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것이 해결되었다.

 

여기서 내가 생각했던 건 왜 나는 그 회선이 오래되어서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느냐는 점이었다. 워낙에 의심이 많은 인간인지라 전문가가 원인으로 노후화된 인터넷 선을 지적했을 때도 믿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이 사람도 이유를 알지 못해서 뻘 짓을 하는 구나였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다르게 인터넷 선을 싹 갈아버리자 인터넷은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하게 잘 돌아갔고, 나는 다행스러운 표정과 함께 씁쓸한 미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왠지 누군가에게 잘못된 것을 지적 받고 혼난 느낌이랄까? 어쩌면 누군가에게 진 듯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회선도 나만큼이나 오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터넷이 대중화 되던 시절에 연결해 놓은 선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약 15년 쯤 지났으니 뭐...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한 번 씩 느낄 때 마다 나는 그동안 무얼 했나 싶다. 특별히 돈을 왕창 모아 놓은 것도 아니고 이름을 알린 것도 아니며, 잘 살았다고 자부하지도 못하는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나이만 먹은 어른이 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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