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다른 여자들 같지 않았다.
뭘 사달라며 바라는 것도 없었고 지나가는 말이라도 갖고 싶다 한적이 없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보다 시장 근처 국밥이 더 정겹다며
좋은데 가자는 내 손을 잡아끌던 너였고 일이 바빠 전화할 틈이 없었다던 내게
밥은 잘 챙겨먹었냐며 전화안해줘도 되니까 야근에 끼니 거르지말라던 그런 여자였다.
그런 너를 난 아줌마같다며 깔보기만 했었고 다른 여자같지 않아 편하기는 하다고 생각했었다.
인사동. 11월의 어느날 밤.
거리를 밝혀주던 가로등 불빛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빛이 나던 네 웃음이 기억난다.
소위 없이살았어도 넌 그 빛을 머금고 살았었다.
배고프다며 밥을 먹자며 들어간 곳에서도 난 밥값을 계산하며 머릴 굴리고 있었지만
넌 그때도 ' 오늘 밥은 내가 사는거니 먹고 싶은거 먹어 ' 라며 네 눈에 빛을 담았었다.
가난한 사랑. 가난했던 너와 나.
그래, 난 얊아진 지갑만큼이나 내 인내심도 얊아졌나보다.
내 앞에서 자존심 세우지 않고 내 어깨를 세워줬던 너인데 괜한 일로 툭하면 짜증을 내고
성질을 부렸었지.
그럴때마다도 넌 날 받아줬었다.
통장의 돈을 걱정해 길 한복판에 서서 좀 더 싼 모텔을 검색하던 나를.
네 숨결을 하얗게 만들던 11월의 바람도 넌 괜찮다며 묵묵히 나를 기다려줬었지.
그 날, 손수 만들었다면 건네줬던 과자들을. 난 단건 안먹는다며 먹는 둥 마는둥
다만 만들어준 네 정성 고맙다며 한 입 베어물고 갖고 온 그대로 놔뒀어도 넌 미안하다 했다.
단 걸 안먹는 나를 신경 못 썻다며 그때도 넌 미안하다 했었다.
그 어떤 것도 네가 잘못한게 없었는데 넌 나를 먼저 생각해 미안하다 했었다,
그 후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 혼자만의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었을때
네 아침 밥 한번 사먹일 생각 보다 그저 내 지갑을 걱정했었다.
친구에게 연락해 있지도 않은 약속을 만들어 내고 난 네게 약속이 있다며 가라했었다.
" 친구가 점심 사준다네? 약속이 생겨서 어쩌지."
" 아, 그래? 어쩌긴 뭘, 오빠 친구 잘 만나면 되지. 난 집가서 푹 쉬면돼. "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널 먼저 보낼 맘이 앞섰다.
그래도 남자라고 자존심에 돈없어 널 보낸다는 얘기는 못하고 그저 약속에 늦었단 핑계를
대면서 가는 모습도 미쳐 못보고 먼저 가겠다며 떠나온 나였었다.
그런 나에게 너의 문자가 왔다.
" 친구에게 얻어먹는다고 기죽지말고 친구 커피라도 사줘, 나 잘들어갈테니 걱정말고 잘놀아.
말 안하고 넣어놔서 미안해. "
그래, 넌 그때도 미안하다고 했다.
뭐하나 잘 못 한게 없는데도 넌.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까봐 미안하다 했었다.
가방에 접혀진 만원 한장.
네가 어떤 기분으로 돌아갔는지 난 몰랐었다.
그 돈을 몰래 넣었을 그 순간 네가 어땠을지도 난 모르겠다.
헤어지자 먼저 말하던 네게, 역시나 그 날도 가는 모습 보지않고 돌아섰던 나를 어찌봤을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이제서야 알 것도 같은 건 너도 지쳤을거다. 너도 아파했을거다.
다른 여자같지 않았던 너였기에 그래서 아직도 내가 아파하는 건가보다, 네 몫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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