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물었다.
' 지옥을 걷고 있는 것 같냐'
나는 답했다.
' 빛을 본 적이 있어야 어둠을 알 수 있는거다. 행복했던 적이 있어야 지옥 같다는 걸 느낄 수 있다. '
빛의 존재를 느낀 적이 없어서 지금이 어떠한 지 비교할 수 조차 없다는 건 너무나도 서러운 일인거라
언제쯤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그저 이러한 삶이 당연한거 겠거니 수긍해야 하는게 고독했다.
어릴때 가끔 '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넌 뭘 빌겠어? ' 라는 질문에 늘 대답은 같았었다.
' 나의 소원은 소원의 갯수를 늘려달라. 그게 안된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의 지구멸망. '
뭐 이런게 다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왜냐고 묻는 그들에게 난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지금도 사실 별반 다를 것은 없다. 로또1등 되게 해주세요, 초능력을 갖게 해주세요 뭐 이런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나의 소원은 내가 말한 날짜와 시간에 지구가 멸망하는 것,
그리고 불교에 따른 윤회사상을 곁들인다면 나의 영혼은 다음생에 다시 태어나질 않는 것.
사는게 누군들 안그렇겠냐만은 적어도 난 지금 생의 힘겨움을 후생의 나에겐 주고 싶지 않다.
그나저나 소원으로 지구멸망을 빈다는게. 참 이기적이지?
괜찮다. 어짜피 신이 있다해도 들어줄 리 없으니.
지구멸망을 꿈꾸며 살아온 내가 지금도 다를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서글펐던 말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가끔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슬그머니 떠올라 다시 웃게해주던 말.
' 지구가 멸망하길 바라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
별거 아닌 말이라 치부하기엔 그 당시 나에게는 충격이었달까. 그러니 여태 잊혀지질 않는 거겠지.
그러고보면 난 소원이 뭐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만 했지 누군가에게 되려 물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른이의 생각을 들어보려고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개구리였기 때문인가.
이제와 물어본다해도 피식 웃어넘길 법한 , 아주 쓰잘데기 없는 질문이긴 하나 이제라도 다른이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유를 물어본다면 글쎄,그냥...이랄까?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