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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캐리 - 1976년작

   76년 영화 캐리 포스터는 잘 만들어진 나머지 흉측한 느낌이 강해서 이미지 삽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아무래도 블로그 대문에 피를 흘리는 캐리를 한동안 봐야 한다는 것이 심란할 것 같다. 지난 번 독서토론의 주제 책이 스티븐 킹의 캐리였다. 처음 소설 캐리를 접했을 때는 좀 생소했다. 호러 장르라는데 호러라기보다는 사이코 드라마같은 느낌이었다. 돼지 피를 담긴 양동이가 떨어지는 장면에 대한 묘사를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글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않았고 캐리가 일어키는 염력이 건조하게 느껴졌고  이미 앞부분에서 힌트가 다 있어서 뒤에 벌어질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소설 캐리가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는데 소설로써는 그 재미를 알기 쉽지 않았다. 


  영화 캐리를 보고 나자 영화로써는 괜찮게 제작된 느낌이었다.캐리가 행하는 염력을 눈으로 보는 것도 좋았고 그리고 돼지피가 든 양동이가 떨어지는 장면에서도 긴장감을 한껏 조성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봐서인지 소설 속에 중구난방이었던 플롯이 단일하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실제로 소설 캐리에서는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온다. 캐리가 왜 왕따가 되어야 했는지, 캐리의 어머니가 왜 캐리를 그렇게 폭력적으로 다루는지, 왜 어머니가 광신도가 되었는지, 그리고 캐리가 어떻게 해서 염력을 가지게 되는 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다양한 배경을 이해하기 때문에 훨씬 현실감있게 읽히고 실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라는 느낌까지...... 또한 신문기사나 목격자들의 진술이 그 때 그 때 계속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책으로써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내용을 모두 담기에는 러닝타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핵심을 캐리의 감정상태의 변화, 즉 왜 캐리가 염력을 사용해서 졸업파티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소설과 영화에서 묘사된 인물 중에 괴리감이 가장 많은 등장인물은 다름아닌 캐리의 어머니이다. 소설에서는 캐리의 어머니에 대해서 전형적인 아줌마, 팔뚝 두껍고 여자로써 전혀 아름답지 않고 힘으로써 캐리를 제압할 수 있는 덩치 큰 인물일 것 같은 상상을 했는데 영화에서는 곱게 나이든 아줌마로 매력적인 중년 여성이 역할을 맡아서 좀 느낌이 살지 않았다. 소설에서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혀 아름답지 않았던 캐리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고 그런 영향인지 광신도적인 측면이나 성에 대한 부분에 억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 캐리 어머니를 맡은 배우는 매력적인 나머지 주변의 인기로 사랑을 독차지했을 듯 하다. 내 스스로가 외모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매력적인 여성이 지역사회나 친구로부터 소외되기는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영화 출연진은 왜 캐리 어머니 역에 그런 여인을 선택했을지 좀 의아스럽다. 


  소설에서 늘어지는 이야기를 영화에서 짧게 설득력 있게 잘 담았내었다는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를 먼저 보았던 사람들은 이야기의 결말이 이렇게 날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 하는 걸로 봐서는 반전의 맛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소설의 구성이 관점을 새롭게 하는 면은 있지만 이야기의 힘을 빼버리는 효과를 가져와서 극적 긴장감이나 반전의 매력을 죽이는 듯 보인다. 2013년 10월 개봉할 캐리는 76년작 캐리를 리메이크 했다는데 필요하다면 체육관의 학살장면 뿐만 아니라 주유소나 마을을 파괴하는 캐리를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짧은 시간에 이를 어떻게 담아낼지는 걱정스럽지만 76년보다 좀 더 파괴력 있는 진정한 호러블한 캐리를 만나고 싶다. 소설 속의 캐리 화이트를 맡은 배우는 단연 76년도의 캐리인 씨씨 스페이식이 더 나았던 것 같다. 소설 속의 캐리가 그대로 화면으로 옮겨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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