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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파트(박철수 저)를 추천한 이유

 

(그림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osblog&logNo=50176137274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다. 조그마한 읍내 시가지 한 가운데 딱 버티고 서 있던 아파트였는데 요즘처럼 몇 천세대가 사는 대단지 아파트는 아니고 5층 높이의 나즈막한 아파트로 30세대가 전부였다. 각 세대는 모두 같은 평 수로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있는 삭막한 풍경과는 달리 모든 동네 어른들이 몇 호에 사는 지 알고 있었으며, 동네 아이들과도 매일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었던 곳이었다. 30세대가 사는 작은 마을과 같은 분위기였다. 앞마당에는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가 있었고 뒷뜰은 잡초가 무성한 공유지로 취학전에는 매일같이 그 곳에서  뛰어놀던 생각이 난다. 이런 시끌벅쩍한 동네의 아파트이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아파트에서 성장하였고 그로 인해 내 자신의 생각이 좀 더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남과 같이 뭔가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나의 생활 반경을 남과 나누어 쓰는 것에 대한 불편함 같은 거 말이다. 우리 것이라는 개념보다는 내 것이라는 개념에 더 편한 감정을 느끼는 무엇 말이다. 이런 옹졸한 마음이 어디서 만들어졌고 다듬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아파트에서 자란 나의 성장배경에서 그런 것을 자연스레 흡수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난 공공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내 것이 아닌 것에는 관심을 가지는 빈도가 매우 낮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분노하지 않는 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봐도 그렇고 나이가 들어서 고생하며 굶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뿐 스스로 우리 동네라는 공동체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좋은 의도의 모임이 있으면 물질적인 서포트만 하며 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한다거나 행동하지 않으면서 바른 길이 무엇이다 입으로만 이야기 한다거나 하는 일 말이다. 이런 내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을까 항상 고민했다. 나의 생각은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내 주변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영향을 받았을까? 그들의 성장배경 또한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60년대부터 시작된 성장일변도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효율 혹은 비용대비 편익이라는 잣대로 판단해 왔던 것이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사회에서, 파이가 커져 가는 상황에서 공공의 것이 아닌 개인의 것이 커져도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내 몫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개인주의적 욕망을 권해 왔던 것이다. 그런 개인주의적 욕망이 우리를 더욱 잘 살게 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서 우리는 아파트라는 곳을 욕망해 왔다. 의식주는 우리의 욕망이 고스란히 표현된 객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파트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 땅에 사는 누구나 욕망하는 공간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상이 거주하는 곳도 아파트이다. 그리고 서울로 들어오는 교통편을 이용하면서 드는 생각이 서울에는 참 아파트가 많구나 하는 생각과 저 많은 아파트 중에서 내것은 없네 하는 생각이 있다. 우리의 욕망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무심히 동경해 왔고 그 허점을 놓치고 있었던 아파트라는 곳이 우리를 옭아매는 지점은 어디일까?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곳이 어떤 욕망의 과정들이 모여서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진화했는가?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야만 현재 답답해진 내 자신의 모습을 벗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아직도 믿고 있는다. 우리가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공적인 일에 무심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공 소유라는 말도 한결 더 편하게 생각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잠시 잉여의 생각을 하는 시간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우리가 아파트를 읽어야 하는 나의 대답이다. 


 더불어서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은 "도시예술산책"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도시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기억하는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도시라는 곳이 차갑고 삭막한 공간이라는 편견에 가득찬 나의 생각을 여지없이 깨트려버렸다. 내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인 이 곳을 세상 어디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아파트"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우리는 도시를 지금과는 달리 인간적이고 다원적이며, 다채로운 곳으로 만들어 굳이 올레길이나 한옥 마을처럼 여행을 가지 않고도 그런 여유를 내가 사는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나는 이 책들을 다른 이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그림 출처 : http://www.kpec.or.kr/site/web/sub_frameView.asp?menuKMCD=KP0062&selKMCD=KP0073&BKNO=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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