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요일

[끄적끼적] 하루 성찰 -1

요즘 들어 부쩍 생각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온 소설가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늘 딴짓 투성이에, 생각하는 것이라 해봤자 그야말로 진부하기 짝이 없고 틀에 박힌 것들뿐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 밥 뭐 먹지, 다음은 무슨 수업이 있지, 이거 좀 재밌는데, 같은 단순한 생각들만이 내 전두엽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히 좀 두렵다.
따라서 이제부터 블로그를 통해 깊은 사색을 해보고자 한다.
자연스럽게 아주 긴 글이 될 수도 있겠으나 독자분들은 이해해주시길.
오늘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손가락과 혀가 쓸모 있을 때는 치킨을 뜯을 때뿐이다

깊은 성찰을 위한 내 예민한 더듬이에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친구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혀'.
내 친구들은 그야말로 10대 청소년답게 욕설이며 폭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게도 그것은 뒷담화를 불러온다.

아이들은 뒤에서 맘에 안 든다니, 정이 떨어진다니 하며 비난을 하지만 막상 친구 앞에 서면 또다시 낄낄거리며 폭언을 주고받는다.

청소년들 고유의 특징일 뿐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어렸을 적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점차적으로 커가면서 어른들 또한 이런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망언을 일삼는 친구를 보며 실망하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진다. 원래 그런 애들인데, 실망하면서 감정 소모해봤자 힘든 건 나니까.

내가 예민하다고 하기에, 그들의 망언은 파도가 치는 것처럼 간격도 짧고 거세다. 쉴 새 없이 밀려들어 오는 것에 싫증이 날 정도다.

 

내 친구 A는 심한 장난과 욕설을 거침없이하는 여자애인데, 그녀는 몇 달 전 B라는 친구가 그 이유로 자신을 따돌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A는 눈시울을 붉혀가며 나에게 그 일을 털어놓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B는 자신이 A의 말로 상처 입었다 했지만, B 자신도 말로 A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가. 뫼비우스의 띠인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악당이 말로 상처를 헤집어 주인공이 괴로워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오지.

장난선에서 끝낼 수 있는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의 경계를 지켜 농담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렇게 비판하는 나조차 누군가에게는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소셜 네트워크를 하는 누구나 들어봄직한 명언이 하나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나는 그 말에 심히 공감한다. 트위터는 눈과 혀의 최종 진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트위터로 해명을 했네, 이상한 사진을 올렸네, 개념 없는 발언을 했네 하며 날마다 떠들썩하다.

큰 논란이 일면, 트위터를 캡처해 상황까지 정리해놓는 글까지 등장한다.

 

이런 일들을 보고 있다 보면 혀와 손가락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궁금해진다.

왜 신께서는 혀와 손가락을 창조하셨을까? 혀와 손가락은 음식물을 집어삼키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어 보인다.

그 두 가지로 인간이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까.

공갈, 사기, 협박, 이 모든 것은 조그맣고 말캉한 살덩어리에 불과한 혀로 인해 이루어진다.

사실 대부분의 범죄는 혀가 원인을 제공하고 손이 일을 치르며 다시 혀로 범죄를 마무리 짓지 않는가.

이 조그만 살덩어리가 우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니 조금 우스울 정도다.

 

물론 혀와 손가락이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해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보다 보니, 냉소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오늘따라 기분이 우울한 것도 있고.

세상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고쳐야겠지.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이 꿈틀거리는 손가락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목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끄적끼적] 하루 성찰 -2  (6) 2013.11.22
[717]의 첫 연재를 마치며  (4) 2013.11.21
[717] 글쟁이 핑계  (2) 2013.11.14
[717] 혼자보는 영화  (2) 2013.11.07
[717] 문명하셨습니다  (0) 201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