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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마추어

언제나 사람은 내가 마주하지 않았던 문제를 만나기 마련이다. 


항상 해왔던 문제들도 언제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게 되는 일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이 골머리를 썩는 시간이 짧은가 긴가의 차이인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컴퓨터를 새로 조립했다. 6년 만의 일이었다. 그 때와 지금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그저 기계의 이름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이었다. 보통 그것을 우리는 모델명이라고 부른다. 그 모델명의 규칙이 6년 전에 비해 복잡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해졌다. 그 복잡해진 규칙과 성능에 대해서 알아보느라 하루종일 걸린 듯 하다. 


그렇게 제품들을 눈앞에 두고 차근 차근 옛 기억을 떠올리며 조립했다. 컴퓨터가 안켜진다. 제대로 다 꼽았는데... 이것도 변한 것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이렇게 저렇게 빼엇다가 꼽았다가 전원을 켜보았다가 꺼보았다가... 하루 반나절은 보낸듯 싶었다.



결국 자정이 다되어서야 알아냈다. 오래된 컴퓨터 케이스가 최신의 모델들과 달라서 꼽는 법이 조금 달랐던 것이었다. 반나절 만에 떠오른 생각으로 해결하고 나니 좀 허무했다. 왜 이런 단순한 것을 몰라서 해메고 있었던 것일까? 알고나니 별거 아니었지만 해결하기 전에는 엄청 심각했다. 혹시 헛돈을 쓴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량품들을 교체하기 위해 해야할 정신없는 일들이 떠올랐다. 컴퓨터를 켜기까지 2~3일이 더 걸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만약 프로였다면, 이 고민의 시간이 더 짧았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하는 진단(?)들을 통해 제품의 이상 유무 먼저 확인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인 나는 일단 해놓고 보자는 마음에 무작정 시도했고, 그 원을 찾는데 시간을 한참을 소비하고 말았다.



이 모든 일이 해결된 뒤, 나는 조마조마하고 헛되어 보이던 이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지나왔던 그 모든 시간들 처럼. 그래서 내가 마주하지 않았던 문제를 만나서 고생할 때는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지만...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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