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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2013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특집 (1)



여름입니다. 7월입니다. 장마철입니다. 그리고 매년 장마철에는 부천에서 영화제가 열립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이후 줄여서 피판-Pifan)은 '세계 최대의 장르 영화 축제'라는 슬로건을 달고서 올해 17회를 개최한 영화제죠.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내에서 큰 영화제 3개 안에 뽑히는 영화제이며, 장르 영화제라는 확실한 아이덴티티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17년이나 하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기도 했고, 2005년에는 웃기지도 않는 사건으로 서울에서 영화제가 따로 열리는 등 꽤 재밌는 역사도 있는 영화제입니다.

여튼 장르 영화 축제이고, 세계적으로 봐도 장르 영화중 최강세는 호러 영화다 보니 대체로 호러영화가 범람하는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영화제들이 홍보 대사를 남/녀 페어로 세우는 것과 달리 대체로는 여성 한명만 세우는 경우도 많은 영화제죠. 그 이유는 소위 말하는 호러퀸이라는 개념 때문인것으로 봐도 피판에서 호러라는 장르를 얼마나 내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남/녀 페어가 홍보대사를 맡았는데 아무래도 올해의 여성 홍보대사가 일본인인 후지이 미나이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아무리 호러퀸이라도 외국인 한명을 달랑 올리기는 힘들테니 말이죠. 그래서 최근에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인기몰이를 몰아친 이현우군이 페어로 올라왔습니다.


영화제를 다셔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홍보대사들은 레드 카펫에서 사진찍고 인터넷 기사에 올라오고 가끔 영화제에 출몰해서 사람들 깜짝놀라게 하는 것 외에 크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시작전에 영화 관람 에티켓을 소개하는 일이죠. 올해는 재밌는게 후지이 미나양이 한국어로 해줍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한국어 NG가 심했던 모양인지 미나양이 말을 할때는 느닷없이 원샷으로 혼자 말을 해요. 덕분에 처음 보면 꽤 웃깁니다. 그래도 한 4편쯤 보다보면 익숙해지는데, 미나양이 말을 안할때 표정을 보면 꽤 재밌습니다. (혼자 진지해요.) 그래서 올해는 극장 에티켓이 꽤 재밌습니다.


영화제에 대해 떠들때 영화제의 트레일러 영상을 말하지 않을수가 없죠. 아마 2008년 12회...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홍보대사가 유진이었으니 맞을겁니다.) 그때의 트레일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되도 않는 B급 액션영화의 예고편 인 척 하는 영상이었죠. 그런 센스가 꽤 재밌었는데, (아마) 그 다음해인 2009년 부터는 묘하게 정신을 빼놓는 싸이케델릭한 영상들로 계속 올라오더군요. 올해 트레일러도 그렇습니다. 사슴머리를 한 3D 캐릭터가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걸로 시작해서 3D 애니메이션과 2D 애니메이션, 흑백 처리된 실사 영상등이 교차되죠. 아마 정신없기로는 근 몇년 사이에 최고의 트레일러 인듯 합니다만 음악과 영상 조화가 오묘하게 예뻐서 질리지가 않아요. 그래서 올해는 트레일러도 마음에 드는 편입니다.


다만 부천 시청을 중심으로 하는 번화가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지하철도 뚫렸고요.) 정작 영화제는 점점 더 축소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제가 실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니까 명확하게 뭐라 할 수는 없지만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활기같은 것도 예전에 비해서 썩 느끼기 힘들고요. 후원 부스들도 점점 구색맞추기로 세워놓는 느낌이 강해서 왠지 보고 있으면 김새는 느낌도 있고요. 피판 뒤에 막걸리 부스가 서있는걸 보면 웃기지만 웃지도 못하겠죠. 전체적으로 GV도 예전만큼 활성화가 덜되는 감도 있고, 야외 공연도 꾸준히는 하지만 뭔가 확 끌어당기는 힘이 없네요. 확실히 공연 게스트도 점점 알아보기 힘든 사람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확실히 끌어 당기는 상영작이 별로 없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시각일 수도 있어요. 물론 미이케 타카시의 <악의 교전>처럼 확실히 여러사람한테 마크되는 작품이 있긴 하지만요. 예전에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세르비안 필름>처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나도는 작품이 상영되거나 했었죠. 게다가 한 4-5년 전에는 정말 장르 분포가 다양해서 전세계에서 몰려온 좀비 영화나 슈퍼 히어로 영화, 훨씬 정통적인 SF 드라마 등이 꼼꼼히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올해는 묘하게 전체 배분이 스릴러로 몰려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막 심하게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분포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던 <괴물들>이나 <지구 멸망의 날, 사랑하다> 같은 영화가 너무 없어요. 뭐 대신 올해는 이상할 정도로 오컬트 영화가 많아 진 것도 같습니다만...


영화의 분포를 보자면 올해 다루는 거장도 약간 애매합니다. 올해는 츠카모토 신야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를 다루고 있는데요. 솔직히 조도로프스키는 조도로프스키의 영화를 다룬다기 보다는 조도로프스키 본인을 다루는 느낌이라 '조도로프스키의 원작'이나 '조도로프스키에 관한 다큐멘터리'(취소됐지만) 같은걸 상영하고 있죠. 그러니 진짜 다루는 거장은 츠카모토 신야 한명 뿐인데... 물론 츠카모토 신야를 거장이라고 다뤄줄 영화제는 피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무게가 잡히지 않아요. 그나마도 상영작중 두개가 <철남> 시리즈고 말이죠. 직접 비교는 애매할듯 하지만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뤄놓고 <기동전사 Z 건담> 극장판 3작을 마구 상영하면서 감독을 불러오던 그런 패기가 잘 안느껴진단 말이죠. 이런 와중에 심야상영은 난데 없이 라스 폰 트뤼에의 <킹덤> 1,2를 상영합니다... 흠...


이런 느낌이 저한테 닿아서 그런지, 아니면 진짜 그런 영화만 골라보는지 모르겠는데... 올해 제가 보는 영화들도 딱 그런 정도의 느낌만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재도 전개도 나쁜건 아닌데 정말 애매해요. 조금 더 나가도 될것 같은데 멈추는 영화들 같아요. 그리고 재밌는건, 올해는 미묘하게 감독의 정체성으로 영화가 좀 달리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것도 제가 그런것만 고르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여튼 그런고로 저번주 금요일부터 관람한 11편의 영화를 관람 시간 순서대로 적당히 소개하고 끝내겠습니다.


- 7월 18일 금요일



더 콩그레스

The Congress 
8
감독
아리 폴먼
출연
로빈 라이트, 하비 키이텔, 존 햄, 폴 지아마티, 코디 스미스 맥피
정보
애니메이션, SF | 이스라엘, 독일, 폴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벨기에 | 120 분 | -

공교롭게도 올해 피판의 첫 영화가 개막작이 되었습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감독인 아리 폴먼의 전작 <바시르와 왈츠를>을 굉장히 좋게 봤기 때문입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감독(이스라엘인 입니다.)이 계속 악몽을 꾸게 됩니다. 그래서 그 악몽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 함께 참전했던 과거 전우들을 찾아다니다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던 진실을 되찾게 된다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하지만 형식은 애니메이션이예요. 


여튼 감독도 <바시르와 왈츠를>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덕분에 이 <더 콩그레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옛날부터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죠. 이 작품은 영화 <솔라리스>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스타니스타브 렘의 단편 소설 <미래학 학회>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원작을 못 읽어 봐서 어떻게 각색을 했는지 잘은 모르겠네요.


영화는 꽤 흥미로운 도입을 가져요. 주연배우인 로빈 라이트는 실명으로 영화에 출연합니다. 배우이지만 아들이 점점 감각을 상실하는 병에 걸려서 거의 작품은 못하고 아이를 돌보고만 있죠. 그때 배우를 전부 스캔해서 CG 아바타로 만들어서 영화에 출연시키는 업자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로빈 라이트를 스캔해서 CG 인물로 만든뒤 계속 영화에 출연시키고 그 개런티를 받지 않겠냐고 종용하고요.


이 도입도 흥미롭고, CG 캐릭터가 진짜 '연기'인지 고민하는 로빈 라이트의 모습이나 그녀의 감정을 끌어내면서 스캔을 처리하는 장면은 진짜 환상적이예요. 하지만 그 뒤에 영화가 느닷없이 20년뒤로 튀어나가고, 약물을 통해서 자신과 그 환경을 애니메이션(!!)처럼 보게 되는 세계가 나오면서 부터 작품은 확 반전됩니다.


이 뒷부분은 보는 것 만으로도 호사일 정도로 매력이 넘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 로빈이 아들에게 갖는 어떤 감정들이 확실히 전이되어서 오지 못하는 느낌이 있어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고, 시간도 20년과 7년을 마구 건너뛰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후반에 세계의 실체를 보는 부분은 정말 폭발적입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관람'하는 것과 그 미디어의 감각안에서 '생활'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것이지요. 제 생각에는 사유하지 않는 미디어의 폐해를 보여주는 설정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혼령의 집

Haunter 
0
감독
빈센조 나탈리
출연
아비게일 브레스린, 스티븐 맥허티, 데이빗 휴렛, 피터 아우터브리지, 사라 마니넨
정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 캐나다 | 100 분 | -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감독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빈센조 나탈리는 <큐브>(1편만), <스플라이서>를 연출했었죠. <큐브> 1편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이고, <스플라이서>는 후반부가 좀 미적지근하긴 하지만 중반까지 끌어 올리는 에너지도 좋고, SF적인 소스를 다루는 방법도 꽤 흥미로웠기에 재밌게 봤던 영화죠.


이 영화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 이후로 나온 '귀신들린 집' 장르의 최신판입니다. 너무 멀다 싶으면 니콜 키드먼이 나온 영화 <디 아더스>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구도도 비슷하죠. 되려 이쪽에서는 <디 아더스>와 비슷한 종류의 진실을 영화 전반부에 그냥 아무렇지 않게 노출해요. 스포일러꺼리도 안돼요.


이 장르 내에서는 꽤 참신한 설정을 부여하고 있는데, 장르 외적으로 보면 사실 좀 심심한 영화긴 합니다. 그래도 유령의 기억의 작동 원리, 유령과 유령간의 접촉원리등 꽤 치밀하게 쌓아놓은 부분들이 그럴싸 합니다. 전체적으로 긴장을 만들었다 푸는 능력도 여전히 좋아요. 다만 원체 무서울 거리가 없는 설정이다보니 호러로써는 썩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 7월 19일 토요일



타이거 마스크

The Tiger Mask 
0
감독
오치아이 켄
출연
웬츠 에이지, 나츠나, 아이카와 쇼
정보
| 일본 | 91 분 | -

제가 부천에서 이런 영화는 안놓치고 봅니다. 아무래도 취향이 좀 닿아서...


모두 잘 알고 계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만화는 <내일의 죠> <거인의 별>의 원작을 쓴 카지와라 잇키의 또다른 스포츠물이죠. 프로레슬링 만화입니다.


일단 이야기 자체는 원작과 비슷합니다. 주인공 다테 나오토는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고아인데, 비밀 암살기 조직인 '호랑이굴'에 스카웃되어서 강력한 살인기를 익힙니다. 그리고 타이거 마스크가 되고요. 여기까지는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타이거 마스크'는 총 3종류가 있습니다. 각각 힘의 화이트, 민첩의 골드, 최강의 블랙이라는 모양입니다만... 원작 만화와 다르게 이 타이거 마스크는 얼굴에 쓰는 순간 전신에 특수한 갑옷을 만드는 소위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갑옷이 착용자의 능력을 강화시켜줘서 강해지죠. 장착자가 단련하는 이유는 이 갑옷을 사용하는데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유죠...


사실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설정을 납득하기 힘들겁니다. 단련과 단련을 통해서 강해진다는 강력한 마초이즘이 작품의 매력이었는데 말이죠. 이건 그냥 갑옷이 세니까 센겁니다. 물론 본인이 세니까 갑옷을 입는건데, 갑옷을 벗으면 그만큼 세지 않은거죠....


게다가 원작의 가장 큰 딜레마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고아원을 위해 파이트 머니를 쓰게 되는데, 이게 호랑이굴의 사상과 충돌하게 되는데서 시작되죠. 그래서 호랑이굴에서 타이거 마스크를 잡으려고 자객을 보내게 되는데, 타이거 마스크는 자객을 무찌르기 위해서라도 살인기술을 쓰느냐, 그래도 정파의 기술만을 사용하느냐로 고민합니다. 이건 꽤 큰 문제예요. 고아원 아이들은 타이거 마스크가 정의의 히어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의 꿈을 부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객들과 정정당당한 싸움을 한다는게 작품의 딜레마였습니다. 지금봐도 굉장히 매력적인 설정이죠.


근데 영화는 이런걸 싹 무시해요. 애당초 싸우는 배경도 거대한 파이트 머니가 왔다갔다 하는 지하 격투굴입니다. 애들의 관람은 택도 없어요. 물론 영화가 다루는 시기 자체가 타이거 마스크가 대중에게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럼 타이거 마스크가 저 우악스러운 갑옷을 입고 프로레슬링 무대에 서야 된다는 건데 이것도 억지죠.


물론 영화를 꼭 원작에 비춰서 볼 필요는 없어요. 그건 맞습니다만. 문제는 원작을 떼어놓고 영화에서 만든 갈등들이 원작보다 훨씬 매력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게다가 무리하게 시리즈물을 상정하고 찍어놔서 이 작품 하나만 봐서는 아무것도 해결되는게 없습니다. 그나마도 호랑이굴에서 라이벌관계가 된 3명의 청년 이야기를 작품의 테마로 잡았는데, 이것도 너무 빈약합니다. 애당초 악당으로 나오는 캐릭터인 죠가 매력도 비중도 없으니 몰입이 될수가 없죠.


생각보다 좀 많이 떠들게 됐는데 이게 다 원작에 대한 애정때문입니다. 흥.


이 영화는 거장들의 신작을 다루는 섹션인 '더 마스터즈'에 포함된 영화입니다. 감독인 장-끌로드 브리소는 <하얀 면사포>라는 영화로 꽤 유명하지요. 다만 전 이분의 영화를 한편도 본적이 없습니다.


한때 교사였지만 아내가 죽고 현재는 외롭게 사는 노년의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집 앞에서 구타받는 여성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여자는 경찰도 앰뷸런스도 부르지 말라고 하고, 그러다보니 이 외로운 남자와 젊은 여성이 동거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뭐 요약으로는 흔해빠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영화가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명확하게 알아듣기가 힘들어요. 다만 남자는 책을 쓰고 있으며, 이 책은 인생을 바라보는 - 그리고 인생에서 만족과 행복을 얻는 관점에 대한 책입니다. 그리고 남자가 느끼는 극도의 외로움, 젊은 여자가 가지고 있는 본색을 알 수 없는 신비함과 때때로 보이는 이상한 도덕성은 상호 연계가 되어있어요. 크게 보면 외로움으로 인생을 탐구하던 남성이 외로움을 해소 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남으로써 그 관점을 달리해가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주인공은 아내와 헤어지고 난 그 긴 시간을 수많은 글과 영화, 회화들을 바라보면서 보냈고요. 그가 쓰는 글도 이런 시간의 흐름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존하는 해소의 대상과 만나는 순간, 그 형체가 없는 사유의 대상들은 상대적으로 무의미해지게 된 모양입니다. 이것을 뒷받침 하기 위해서 어떠한 오컬트적인 장면들이 꽤 나와요. 그리고 예상하신대로 이 영화는 읽기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친절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노년의 감독이 말하는 '삶에 대한 탐구' 이야기는 꽤 들을만 하다고 봅니다.


- 7월 20일 일요일


<그들!>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핵무기 실험을 하다가 개미들이 엄청 커져서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내용이죠. 지금보면 인형인게 확 티나는 거대 개미들이 나옵니다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영화였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지금봐도 꽤 재밌는 부분이 많은 영화예요. 이 영화는 나중에 <에일리언 2>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했고요... 한때 장르를 선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때문에 수많은 벌레들이 마구 커졌어요.


그리고 1958년에 <거미>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개미보다는 거미가 커지는게 더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웠겠죠. 그래서 거대한 거미가 커진 영화입니다. 요새야 별 괴물들이 다 나오는 시대다 보니 거미가 커진 정도로는 재미를 못보겠죠. 그래도 과거에는 계속 먹히는 공포였는지 '거대한 거미'가 나오는 영화가 주기별로 한두번씩 나와줬습니다.


<빅 애스 스파이더>도 그 계보에 있는 영홥니다. 이 영화의 플롯은 거대 벌레 영화의 가장 정석적인 방향이예요. 미군이 실험하다가 거대해지는 거미를 만들었는데, 바보같이 그냥 도시에 풀리는거죠. 그리고 거미는 사람들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도시를 부술 정도로 까지 성장하는겁니다.


그런데 위에도 계속 강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요새 사람들은 만족이 안돼요. 거미가 커진 이야기야 몇번씩 반복된거고요. 그래서 이 영화는 가벼우면서도 계속 터트리는 2명의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웁니다. 그래서 영화는 거대한 거미가 나오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됐습니다!


이 영화의 코미디는 그렇게 막 세련된건 아니예요. 그렇지만 보면 계속 피식거리게 만드는 흐름이 있죠. 이 영화의 코미디의 리듬은 꽤 좋아요. 그리고 이 코미디를 걷어내면 영화의 플롯은 흔한 거대 거미 영화고요. 즉 가장 간단한 이야기 위에 쓸만한 코미디를 얹어서 영화를 탄탄하게 만들죠. 이 영화가 엄청 대단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못되지만, 잘 만들어진 B급 영화라고는 충분히 말할만 합니다.


재밌는건 중간에 한 3m정도로 커진 거미가 공원에서 사람들을 마구 습격합니다. 이 장면은 거의 봉준호의 <괴물>의 카피에 가까워요. 물론 표절일리는 없을테죠. 아마 큰 영향을 받은듯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을 주인공의 조수로 주장하는 멕시코인 캐릭터 '호세'는 정말 재밌습니다. 이 캐릭터때문에 이 영화가 살아요. 게다가 이런 영화에 대한 울분인 '하여간 백인들은 골치아픈 일만 만드는군!'이라는 통쾌한 대사도 해줍니다.




변태 가면

HK: Forbidden Super Hero 
10
감독
후쿠다 유이치
출연
스즈키 료헤이, 시미즈 후미카, 무로 츠요시, 야스다 켄, 사토 지로
정보
액션, 코미디 | 일본 | 105 분 | -

... 네. 이 영화도 (다행히) 만화 원작입니다. 안도 케이슈의 만화인 <궁극! 변태 가면>이 원작이죠.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몇가지 있습니다만, 첫째로는 원작을 꽤 재밌게 봤습니다. 정신나간 내용이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둘째, 이 영화 일본 내 평이 굉장히 좋습니다. '만화 원작 영화 중 최고'라고 할 정도니까요. 셋째, 이건 그냥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피판에 출품된 슈퍼 히어로 영화는 모두 찾아 봅니다.


영화의 내용은 만화와 거의 똑같습니다. 주인공 시키죠 쿄스케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 아버지와 SM 클럽 여왕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정의감이 넘치는 쿄스케는 학교에서도 권법부에 들어서 권법을 연마하거나 하죠. 그러다가 은행강도 사건이 벌어져서 해결하려 합니다. 이때 얼굴을 가리려고 복면을 쓰려고 했는데 그만 팬티를 뒤집어 쓰자... 어머니의 유전자로 받은 변태 파워로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는 슈퍼 히어로 변태 가면이 된다.. 는 이야기입니다.


만화와 다른점은 주인공인 쿄스케가 만화쪽에서는 권법에도 꽤 재능이 있다는 정도입니다. 영화에서는 전혀 못싸웁니다. 뭐 그거 외에는 진짜 만화랑 똑같습니다.


네. 이건 간단힌 문제가 아닙니다. 이 만화랑 똑같다는건 정상적인 영화이길 포기했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냐면 무진장 웃깁니다. 아 솔직히 개그의 소재가 그렇게 세련된건 아닙니다. 반쯤은 질펀한 농담이죠. 하지만 이 농담을 진짜 기똥차게 잘칩니다. 아무리 우아한 척 하려고 해도 이 영화 앞에서는 완전히 무장해제 당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게다가 이 영화는 의외로 슈퍼 히어로 영화의 플롯에 충실합니다. 히어로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주인공의 고뇌 같은것도 진지하게 풀고 있어요. 다만 그 진지함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것 뿐입니다. 즉 이 영화가 웃긴 이유는 진지한 슈퍼 히어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변태일 뿐이죠.


이런 소재이면서 무려 10개국의 영화제에서 오퍼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대체로 영화제들에서의 실적도 굉장히 호조인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개봉할리는 없겠죠... 여기서 봐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한가지 큰 문제는 말입니다. 중간에 동성애를 가지고 잠깐 농담을 치는데, 이게 꽤 보기 안좋을 수가 있어요. 자세한건 말하기 힘들지만 대략 그때의 느낌은 '변태가면에게 변태소리를 들을 정도다' 같은 뉘앙스죠. 물론 원작이 꽤 오래된 만화고,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보는 경우가 많았긴 합니다만... 이건 21세기에 다시 만드는 거니 그런 부분은 신경을 쓰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뭐 정작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요.


- 7월 21일 월요일


원래 예정에 없었던 영화인데 하두 인기가 좋아서 편승해서 봤습니다.


2013년 선댄스에 출품됐던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확실히 선댄스가 흥미를 보일만한 영화긴 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어떻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확실한 감성의 영화입니다. 그것도 굉장히 미묘한 시기의 소녀의 감성을 다룬 영화죠. 이 영화는 관객에게 어떠한 직접화법으로 말을 거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라일라라는 한 소녀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행동하고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죠.


그러다보니 다르덴 형제의 냄새도 좀 납니다. 하지만 저는 소피아 코폴라의 <섬웨어>에 더 가까운것 같습니다. 둘다 너무나 섬세해서 어디선가 툭 하고 끊어져버릴 것 같은 감정을 다루니까요. 저는 이 영화 보는 내내 거의 숨을 멈추고 봤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관객이 라일라의 감정을 읽는데 그렇게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 소녀의 감정이긴 하지만 대체로는 보편적인 감정이거든요. 특정한 감정에 대한 동경. 동경과 진짜 감정에 대한 오해. 가까운 타인에 대한 엇갈리는 감정등 말이죠. 하지만 이 라일라라는 캐릭터는 그런 감정들로 인해 어딘가로 훅 떨어져 버릴것 같은 느낌이예요. 캐릭터가 나약하다기 보다는 (나약한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누군가 그런 감정들을 잡아주지 않다보니, 자신이 잡은 끈을 너무 쉽게 놓아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있는거죠. 


아마도 이 캐릭터에게 설정되어 있는 어머니의 부재가 이런 부분들을 잘 잡아주는 듯 싶습니다. 라일라는 친구인 키아라에 대한 질투와 동경, 배신감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키아라는 마치 엄마처럼 라일라를 감싸주거든요. 이런 관계를 다루는 방법도 굉장히 성숙해 보입니다.


뭐 무엇보다 라일라 역을 맡은 지나 피에르산티의 외모가 꽤 한몫합니다. 이 배우가 정확히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설정된 나이보다 앳되 보이게 만드는 마법같은 캐릭터거든요. 그냥 정면 클로즈업만 보고 있어도 어디로 툭 떨어져 버릴것 처럼 생겼어요.



페이퍼보이 : 사형수의 편지 (2013)

The Paperboy 
10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매튜 매커너히, 잭 애프런, 존 쿠색, 니콜 키드먼, 데이빗 오예로워
정보
스릴러 | 미국 | 107 분 | 2013-08-08

이 영화도 피판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았습니다. 역시나 편승차 보게 됐네요.


무엇보다 잭 애프런, 존 쿠색, 니콜 키드먼이 나오는 영화니 관심이 혹하지 않을리가 없지요. 그리고 영화는.. 전 좀 애매하게 봤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69년입니다. 한 남자가 동내 보안관을 살해했는데, 그 사형수하고 편지를 주고 받던 여인이 그 사형수는 무죄라고 주장을 합니다. 그래서 신문사의 기자가 두명 파견을 나오고, 기자의 동생까지 포함해서 4명이 사건의 진실을 파해친다는 내용입니다... 만


사실 진실을 파해치는건 그다지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건 이 4명의 인물이 모이도록 만들어진 셋팅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 바탕이며, 소설로 된 원작도 있는 모양입니다.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영화만 봐서는 어느정도 의도한 셋팅으로 보입니다.


이게 왜 그렇게 보이냐면, 1969년 남부 미국이 배경입니다. 그럼 흑인은 페널티가 꽤 있지요. 그리고 한명은 동성애자고 한명은 창녀입니다. 그리고 한명은 대학때 수영선수였지만 짤리고 고향으로 리콜된 친구죠. 게다가 어머니가 없어서 좀 심하게 콤플렉스가 있어요. 보면 알겠지만 완전하게 아웃사이더 집단으로 만들어진 셋팅이죠.


그러니 이 영화에서 다루는건 이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아웃사이더들이 어떻게 뭉치고 어떻게 반목하느냐죠. 하지만 정확하게는 이것도 명확하게 다루지 않아요. 왜냐면 네명은 뭉치지 않거든요. 그저 각자의 욕망으로 향해서 미친듯이 달리기만 합니다.


이런 구성이면 대충 알겠죠. 굳이 스포일러 라고 할것도 없이, 결과는 다 파국으로만 갑니다. 좋은 구석으로 갈 여지가 없어요. 다만 전 이 영화가 이 아웃사이더들을 다루는 자세가 좀 불확실해 보입니다. 영화가 항상 어떤 방향을 옹호하거나 거절하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 영화에서의 아웃사이더들은 좀 방치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딘가 확 뚝심을 박아놓지 않은것 같아요.


그래도 1969년을 재현한 비쥬얼은 굉장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보면 진짜 그때 찍은 영화로 보일 정도예요. 영화의 템포도 거의 그렇죠. 이것을 알고 있는 상태라면 시각적인 만족도는 정말 굉장합니다. 그리고 진짜 존 쿠색의 연기가 굉장해요. 항상 좋은 사람 역할은 다 가져가더니, 정신머리 없는 꼴통 사형수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합니다. 


이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하듯이 N워드가 굉장히 많이 나와요. 그리고 영화 내의 드라마에서 N워드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감독인 리 다니엘스는 흑인입니다. 스필버그의 <링컨>에도 N워드의 등장 여부로 굉장히 시끌벅적 했었던걸 기억하자면 꽤 흥미있는 상황이죠. 아무래도 리 다니엘스가 자신의 영화에서 N워드를 사용하는건 스필버그랑 달리 보이지 않을까요.


- 7월 22일 화요일


이 영화도 '더 마스터즈' 섹션에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하야시 카이조는 <꿈꾸듯 잠들고 싶어>, <20세기 독본>등으로 유명하며 특히나 탐정 영화를 잔뜩 만든 사람입니다. 아예 본인이 탐정 면허가 있는데다가 탐정 사무소도 차린다니 할말 없죠. 저는 애석하게도 전작들은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도 원작이 있습니다. 이나가키 타루호의 <미륵>이라는 소설입니다. 국내에는 출간된 역사가 없고요. 듣기로는 이 영화가 정식 개봉 할때 출간을 할까 간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고로 저는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어떤식으로든 원작을 꽤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은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에밀이 성장한 후에 그의 감정은 모두 내레이션으로 처리되고 있거든요. 그 내레이션들이 모두 굉장히 시적이고 철학적인 방향을 지니니 아마도 원작에 사용되었던 지문이 거의 그대로 이용되고 있는걸로 보입니다.


여튼 영화를 봐서는 원작이 되는 <미륵>은 만만히 볼 소설은 아닌듯 싶습니다. 저는 보는 내내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이나가키 타루호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하긴 힘들지만, 아마 전체적으로 작풍은 비슷하지 않았나 추측하게 됩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대충 감이 올텐데, 그냥 단순한 극영화는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미술들이나 시대를 쉬이 읽기 힘든 설정등도 그렇고요. 이야기 자체도 통상적인 구성의 극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주인공 에밀이 갖게되는 그때그때의 감정들이 더 직접적으로 대두되죠.


여튼 이야기는 '에밀'(한자로 이름을 쓰는걸 보니 '에미루'도 됩니다. 의도한 듯 싶어요)이라는 소년이 소설가라는 꿈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 그리고 소설가가 되었지만 밑바닥에서 허우적대기만 할 뿐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두 시기는 명백하게 대비됩니다. 자신이 진짜 해야할 일을 찾아내는 희망찬 에밀과, 꿈도 이상도 잃고 그냥 밑바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에밀로 말이죠. 하지만 소년 에밀은 '우주와 은하'라는 책에서 우연히 미륵상의 사진을 보고, 그 영향으로 (다른 영향도 많지만) 소설가를 택했었지요. 그리고 청년 에밀은 지옥같은 밑바닥에서 자신이 '미륵'이 되어야 할 이유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영화도 간단히 보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작은 소품들을 통해 동화속 처럼 의도된 소년 에밀의 배경. 그리고 현실을 반영하듯 진흙으로 질퍽거리는 청년 에밀의 배경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확실한건 이 영화는 이미지의 영화입니다. 보고나면 잊지 못하게 되는 장면들이 꽤 있어요. 한번은 해볼만한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거의 초기에 선택했던 영화입니다. 카탈로그에 설명이 꽤 재미있게 적혀 있었거든요.


미국인 청년 사이먼이 실연을 당하고 파리로 여행을 떠납니다. 근데 이 외로움이라는게 잘 잊혀지지 않는데다가, 외국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니 잘 풀이가 안되죠. 그러다가 파리의 한 창녀를 만나게 되고, 여차저차 하다가 같이 사게 되는데...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만, 카탈로그에는 이 사이먼이 살인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이먼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살인자'가 되는지 중요하게 보게 됩니다만, 제 생각에는 영화제 카탈로그가 간간히 치는 페이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무리는 적힌대로 되는듯 싶습니다만.(좀 모호합니다) 중요한건 사이먼이 '킬러'가 되는 과정인게 아닌것 같아서요. 그보다는 젊지만 확신이 없고, 부모님에게 심하게 의지하고 있으며, 의욕이 없는 미국 청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조사같아요.


즉 이 영화에서 실연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실연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실연은 자신의 가치를 부정당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리고 사이먼은 아무래도 그런 상태로 보입니다. 이 사이먼은 원래 무기력한 인간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실연을 통해서 그보다 더 강력한 내상을 입은걸로 보여요. 


그리고 중요한건 이 사이먼은 파리에 있지만 '미국인 청년'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청년 실업율이 상승하면서 '미국인 청년'에 대한 백서같은 작품들이 줄줄 나오고 있죠. 이 사이먼을 그냥 생각없고 의욕없고 의존적인 한 청년으로만 볼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격자

The Shoo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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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네트 K. 올레슨
출연
트리네 뒤르홀름, 킴 보드니아, 니콜라이 리 카스, 라스 랑드, 크리스티안 할켄
정보
범죄, 스릴러 | 덴마크 | 100 분 | -

이 영화는 진짜 예정에 없던 영화입니다. 정말 우연하게 보게 됐네요.


다만 카탈로그를 보고 관심은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볼 생각은 없었죠. 여차저차해서 보게됐습니다.


설정이 꽤 재밌습니다. 덴마크 정부가 미국 정부와 손을 잡고 석유 시추선을 만들려고 합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사실 현 정부가 녹색 정책을 대두해서 정권을 잡은것이거든요.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대량발생시키는 석유 시추선을 만든다고 발표한 겁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날치기죠. 물론 석유 시추해서 나온 돈으로 환경 펀드를 할거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꿍꿍이가 있어보이고요.


그래서 여기자 미아가 이에 대해서 반대 토론을 나섰습니다. 근데 여기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를 했으니 폭력적인 사태까지 경험할 각오를...' 따위 얘기를 했다가 마치 강경파처럼 몰려가버리죠. 그런데 한 지구 물리학자이자 전 사격선수가 이 말에 감동을 먹고 저격을 하고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자꾸 접선을 해오죠.


다른것보다 꽤 스타일이 강력한 영화입니다. 가끔 영화를 보면 그 사람들이 사는 지방과 기후가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래요. 북유럽같은 차가우면서 강한 인상이 영화에서 엿보이거든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가벼운 부분 하나도 없이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와 주제를 끌고 다닙니다.


그렇게 막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설정과 장르에 맞는 정도로 끌고다니는 맛은 있어요. 특히 무게를 잡아주는 음악이 꽤 힘을 줍니다. 요새 유행하는 한스 짐머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영화랑 썩 잘 어울려요.


결국 영화가 다루는 딜레마는 '선의를 위한 폭력의 선은 어디까지인가'입니다. 신선한 주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주제를 다루는 배경을 현실적으로 납득할만한 상태로 만든것이 좋아보여요. 우리가 납득하지 못하는 악당이나 조직,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를 다룬게 아니거든요. 정부의 날치기 정책과 그에 대한 대응들이라는 설정 때문에 주제가 꽤 힘을 받습니다.


다만 저는 이 영화의 자세가 도데체 어디 서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이 영화는 전적으로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 반대 입장입니다. 하지만 저격자가 보이는 강경적인 행동에도 분명히 반대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 영화의 주된 자세는 그 중간에 끼어있는 주인공 미아의 자세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미아는 계속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거든요. 여튼 사람을 해치면 안된다 이거죠. 생각할 여지는 주지만, 영화 자체가 가진 의견은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미아는 인도에서 입양아를 받기로 예정하고 있었는데 이것과 주제를 확실히 엮어줬으면 더 잘 살았을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둘은 좀 따로 노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좀 아쉽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11편을 봤습니다만, 앞으로 9편을 더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글도 2개로 나눠서 나머지 9편은 다음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잡설도 없고 영화 수도 더 적으니 이렇게 무지막하게 긴 글은 안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