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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월드 워 Z 감상


  조금 늦게 월드 워 Z를 봤습니다.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커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 가운데 자리에서 영화를 보니 참 즐겁더군요. 흠흠. 지난 번 맨 오브 스틸을 볼 때도 느낀 거지만 남자끼리 영화관에 오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혼자보기 창피하다느니, 남자끼리 보러가기 싫다느니 하는 소릴 여러번 들었는데, 실제로는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영화를 즐기러 오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저처럼 혼자 보러 가는 사람도 자연스러웠겠죠?


  *주의, 해당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일단 보러가기 전 실망했다는 평이 많아 기대감을 한껏 낮추고 볼 수 있었고, 일반적인 좀비와 달리 빠르고 강력한 좀비 때문에 긴장감도 배가되었습니다. 평소 좀비물을 볼 때, 느릿한 좀비들 사이에서 홀로 긴장하는 주인공이 어색해 보일 때가 많았는데 그런 위화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좀비의 달리기는 물론 감염의 속도도 엄청나서 물린지 단 12초 만에 적으로 돌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일어나서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수 많은 좀비 떼가 미친듯이 달려오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이런 장면마다 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로서는 효과적인 설정인 것 같습니다. 물론 돈은 많이 들지만요.





  이스라엘에서 탈출하는 것 까지는 재난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박진감도 넘치고 영상도 화려했죠.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평범한 좀비영화로 돌변해서 아쉬웠습니다. 영화가 반으로 잘린 듯 갑자기 분위기가 변해서 당혹스럽더군요. 제작비가 모자랐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B동 액션'이 조악하다기 보다는 전반부의 화려함을 더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사실 후반부는 이스라엘 여군역의 배우가 이뻐서 재밌게 봤습니다. 머리를 박박 밀어도 저렇게 이쁠 수가 있다니. 남자들이 브래드 피트 때문에 오징어가 됐다면, 여자들은 세겐역의 다니엘라 케르테스(작가 임레 케르테스와 성이 같군요. 유태인인가?) 때문에 꼴뚜기가 됐을 것 같네요.




  몇몇 장면도 그렇지만 스토리에서도 일반적인 좀비영화의 틀을 깨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바이러스 전문가를 뜸금없이 죽인 게 제일 컸지요. 비행기에서 주인공 제리에게 힌트가 될만한 말을 많이 던져서 죽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빠르고 어이없이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문가가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장면을 피하려는 의도인 듯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관해서는 관객과 비슷한 수준인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12초 후 발병이나, 좀비가 사람을 피해 달리는 장면 등은 관객에게 추리를 유도하는 좋은 힌트였다고 봅니다.


  다만 제리가 도달한 '병에 걸린 사람은 피한다'는 결론은 조금 무리가 있었죠. 요새 관객이 너무 영악해져서 되도록 힌트를 안 주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소리에 반응한다에 이어 느리게 움직이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뒤통수를 쳤죠. 관객을 속이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질병에 걸린 사람을 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게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단순한 대사 몇 마디라도 추리의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결론은 좀비영화와 재난영화의 성곡적인 합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후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두 장르의 틀을 깨려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꼭 원작을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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