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요일

미스트, 심리적 반전

  안녕하세요. 새로운 글쟁이 여포입니다.


최근에 본 스타트랙 다크니스에 관한 글을 쓰려 했으나 이미 쓰신 분이 있어 미스트로 대체합니다. 별 기대없이 보다가 인상깊은 결말에 놀랐던 작품입니다. 스토리의 반전이 아닌, 관객의 심리를 파고드는 기법이 놀라웠습니다.


*주의, 이 글은 영화 전반에 대한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SF 서스펜스 블록버스터라는 뻥쟁이 포스터로 사람들을 더욱 실망하게 했던 작품이죠.


저는 영화채널에서 해줄 때, 방바닥을 뒹굴거리며 봤기에 괜찮았습니다. 당시엔 영화채널의 중간광고가 심하지 않던 때였지요. 요새는 영화채널에서 괜찮다 싶은 작품을 보면 따로 구해서 봅니다.


사실 SF도 아니고, 당시 수준으로 봐도 블록버스터는 더더욱 아닌 작품이죠. 오히려 B급 정서가 뭍어나는데 그저 관객을 끌기 위한 저런 문구가 악평을 만드는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싫어하는 분들은 결말이 허무하다는 이유가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허무한 결말이 이 작품을 완성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여느 공포영화와 다름없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마을에 갑자기 짙은 안개가 깔리며 괴물들이 출현합니다. 동네 마트에 갖힌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은 살아남기위해 힘을 합치기도, 싸우기도 합니다.


영화는 아들을 지키려 고분분투하면서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 주인공 데이빗을 부각시키며 진행됩니다. 언제나 위험을 자처하며 옳은 결정을 내리고, 아들을 위해선 이기적인 면을 보이는 데이빗에게 관객들은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다른 인물들과의 대립이 데이빗을 더욱 부각시키죠.

 



 

  마트 발전기의 배기관이 막혀 고치러 간 사람들. 그 와중에 젊은 마트 직원이 주인공의 만류에도 셔터를 올리고 배기관을 고치려다 괴물의 촉수에 목숨을 잃습니다. 이 장면에서 만류하던 데이빗과 일행은 직원을 구하려 하고, 그런 데이빗을 겁쟁이라 비웃던 두 사람은 오히려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관객은 이런 장면을 보며 데이빗이 신중하면서도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괴물들이 마트 창문을 깨고 들어와 싸울 때고, 다친사람들을 위해 약을 구하러 갈 때도 데이빗과 그를 따르는 일행은 용감하게 앞장섭니다. 그리고 젊은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사람들과 데이빗의 극단적인 대치는 관객들도 데이빗을 믿고 따르게 만듭니다.

 




  결국 데이빗 일행은 마트에서 나와 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안개는 겆히지 않고 결국 한적한 곳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맙니다. 데이빗 일행은 괴물에게 잡혀 고통스럽게 죽느니 자살을 하자고 의견을 모읍니다. 일견 극단적인 선택이지만, 이미 영화에 몰입한 저는 괴물에게 잡혀 고통스럽게 죽느니 자살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행의 동의 하에 데이빗은 자신이 가져온 권총으로 아들을 포함한 일행을 모두 죽입니다. 총알이 하나 모자라 자살할 수 없었던 데이빗은 차에서 나와 자신을 어서 죽이라고 외치지만 괴물은 나오지 않고 멀리서 군대가 숲을 불태우며 다가옵니다.



  저는 마지막 여정까지 데이빗이 옳다고 생각했고, 자살을 할 때도 총알이 부족해 자살하지 못한 데이빗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하지만 군대가 나타나며 제 믿음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데이빗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틀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잠깐을 기다리지 못했다거나 운이 없었다는 결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옳은 일이라고 여겼던 행동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마트안의 다른 사람들도 옳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이고 결과는 언제나 도박판의 주사위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봅니다. 영화의 제목인 미스트는 앞길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족이지만, 영화 초반에 자신의 아이를 구하러 가야 한다며 데이빗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아줌마는 마지막 장면에서 군용 트럭에 타고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길을 나섰던 이는 오히려 빨리 구조되었던 것이죠.


'월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 삐딱하게 보기(장판파)  (8) 2013.06.17
이렇게 찌는 듯한 더위인데..  (5) 2013.06.10
그냥 그렇게 그대로이다.  (5) 2013.06.03
속이 너무 좋은 여자  (6) 2013.05.27
<박현주 미래를 창조하다>  (3) 201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