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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마진콜



  간만에 금융시장의 긴박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한번씩 엎어야만 다시 채울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이다 보니 2008년 리먼브라더스 몰락 같은 큰 파장이 간간이 인다. 이런 큰 파장이 생기는 것이 자본주의의 한계인지 다른 시스템도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그런 파장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책 결정 혹은 여론 형성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가장 심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왜 금융위기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기색이다. 이유는 이미 공개된 듯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이를 묶어서 파생증권으로 만든 MBS의 계단식 몰락일 것이다. 감독은 그 점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있어 사람들이 잘 안다고 믿는지 혹은 정확한 원인을 언급하기가 너무 난해했는지 피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영화는 금융위기 직전의 금융회사내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행동양태가 주먹구구식인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해학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평소에는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하고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스크 매니저를 위기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해고를 해 버린다. 그런데 웃긴 것은 오랫동안 일해온 리스크 매니저의 무능력 때문인지 위기는 위기인데 딱히 콕 찝어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과 풀리지 않는 난제를 사원급의 트레이더가 저녁 몇 시간동안 풀어버린다. 이것은 금융시장에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비전문가 많다는 은연중의 풍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직원들을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이사쯤 되는 사진의 인물은 자신의 애완견의 죽음 앞에서는 고통스러워한다. 이런 비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장의 도리(내가 사고 싶을 만한 물건을 남에게 팔아야 한다는) 를 저버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괴로워한다. 자본시장이 흥청망청일 때는 자신이 일을 잘해서 그런 것처럼 안일하게 생각하며 위기 관리에 대해서는 등한시 하면서 위기에서는 평소에 준비해 놓지 않아서인지 신출내기가 계산한 결과를 그 누구도 면밀하게 체크하지 못한다. 평소에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은 이런 위기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급박한 순간에는 그 어떤 과학적인 분석에 의존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처참한 기분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은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위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만 목격할 뿐이다. 문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간부급 정도되는 인사들은 수십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것을 암시하는데 이런 점은 웃기기까지 한다. 특히나 로켓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금융회사에 취직한 위기를 처음으로 알아낸 주인공은 이런 현상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가장 처음 발견한 공로로 회사에서 특별 대접을 받게 된다. 거의 모든 회사의 직원들이 정리해고가 되는데 말이다. 


  마진콜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고통이 있다.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다면 청산 거래를 통해서 자신이 투자했던 모든 돈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위기를 알았을 때 자신이 가진 쓰레기 같은 물건을 남에게 넘기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그러면 애초 쓰레기를 왜 돈을 주고 사왔던 것일까? 인간의 탐욕이라는 말로써 이런 모든 고통을 정당화하고 혀를 '끌끌' 차고 넘어가면 되는 것인지 계속적인 의문이 든다. 이런 고통 속에서 가진 자들은 자신의 돈을 지키면서 풍광 좋은 식당에서 오늘도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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