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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장비의 설국열차 감상평





인터넷에는 여전히 8월 1일이 개봉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7월 31일에 개봉했지요. 여러가지 마케팅 상의 이유긴 하겠지만 미리 알려진대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들게 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왠지모를 배신감 일수도 있는 노릇이니까요.


31일 밤에 영화를 보러 갔다왔습니다. 처음에는 조조로 볼 생각이었는데, 영화관에 갔다가 매표소 앞에 있던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돌아와버렸었지요. ㅜㅜ 영화보러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무섭습니다. 특히나 부모님들과 같이 다니는 아이들은 어휴...


10 이후 시작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자리가 다 찼다 싶을 만큼 보러온 사람들도 많더군요. 사실 그 시간에 영화를 보러가는 일이 많지 않아서 다른 영화들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봤던 울버린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울버린 생각만해도 화난다. ㅡㅡ^


신기했던건 15세 관람가 영화에 10살 남짓의 꼬맹이를 데려온 가족이었습니다. 따로 떼어놓고 오기가 뭐헤서 데려오긴 했을 텐데,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을 무서워 하는 저로써는 괜히 불편해지더군요. 담배 피는 중고등 애들 한테는 위협적인 표정으로 다가가기 일쑤인 저인데 말이죠. 평생 길가다가 누구한테 시비한번 걸려본적 없고 오히려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주던 저인데 말이죠. ㅋㅋㅋ 얼굴 인상 하나로 평생을 참 편하게 살아왔지만 애들은 참...



영화의 내용을 말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직 안보셨다면 이 글을 읽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는 큰 질문 하나가 던져집니다. 왜 사람들 사이에는 계급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지요. 영화는 이 큰 철학적인 문제를 주인공이 상류층으로 대변되는 앞칸으로 전진하는 것을 통해 답을 찾도록 만듭니다. 주인공도 그만 여기서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시점에서 멈추지 않지요. 마지막 엔진실까지 가야한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이런 저런 영화 후기를 지켜봤는데, 많은 분들이 호감을 표현했던 것이 바로 이 커다란 질문이 뚜렸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이 영화 결말에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속시원하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게 뭐지?" 하면서 갸우뚱 하며, 누군가는 "결말이 왜 이따위야!" 라고 화를 내기도 하더군요. 제가 본 리뷰의 대부분은 갸우뚱한 쪽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감독에게 호의적인 분들과 이런 저런 해석을 붙이며 다가서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결말이 좀 엉뚱하긴 해도 괜찮네." 하고 넘어가는 편이었지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러니까 흥행에 있어서 꽤 성공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제 느낌 상으로는 인셉션 급의 인기 몰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첫째로는 홍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도를 바짝 올려 놓았다는 점이구요. 둘째로는 대중들을 위한 철학적인 접근이 꽤 괜찮았습니다. 이건 말이 많아 질수도 있는데,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혹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커다란 철학 문제를 나름 잘 이야기 했다고 생각합니다. 꽤 명학한 질문이었고 각인되도록 노력도 많이 했구요.






셋째는 이 때문에 인터넷 곳곳에서 시끄러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바로 입소문이죠.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과도 이어지는데요.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영화 자체가 가진 이야기 때문에 알아서 바이럴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돈 들이는 바이럴 마케팅보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의 힘이 더 신뢰도 높고 파급력도 강한 편이죠. 참고로 인터넷에 항상 광고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그냥 복사하고 붙여넣기하는 프로그램 파는 애들이 대다수입니다. 더불어 전문가라고 나서는 인간들도 비슷한 상태구요. ㅡㅡ;;


이런 자발적인 입소문은 매니아 층에 대한 공략 덕분이라고 봅니다. 대중적인 메시지가 강하면서도 여러가지로 해석해야 되는 매니아틱한 장면들도 꽤 많이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어 뭐지? 왜 난 이해가 안되지?" 같은 부분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이런거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알아서 답을 얻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감독이 아닌 이상 한번에 알아보기 힘들지요. 이런 매니아적인 요소는 영화 매니아들을 두번 세번 보게 만들고 열심히 관찰한 결과를 떠들게 만들지요.


래서 흥행적인 면에서 큰 성공을 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다만... 문제는 그 갸우뚱한 것들 때문에 욕 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영화에 대한 해석에 대한 문제도 꽤 시끌시끌 할테구요. 봉준호 감독이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가볍게 쓰려고 나름 애썼는데, 나온 결과물은 그렇지 않네요. ㅜㅜ 영화 자체가 무겁다보니 저도 모르게 같이 무거워지는 것인가 봅니다.


짧게 평을하자면 '대중과 매니아 모두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기차 철학 영화' 정도가 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