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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푸른알약> - 가족이 된다는 것



푸른알약

저자
프레데릭 페테르스 지음
출판사
세미콜론. | 2007-04-02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에이즈를 고백받았다.읽는 즐거움과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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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페테르스의 <푸른 알약>은 흔히 '에이즈에 대한 이야기' 혹은 '힘든 사랑이야기'로 읽히게 된다. 그리고 물론, 작품이 가지고 있는 테마에 정확한 관점이기도 하다. 이 만화는 에이즈에 걸린 여인을 사랑하게된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작가 프레데릭 페테르스 자신의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푸른 알약>이라는 작품을 몇번이고 다시 읽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것은 현실적인 페널티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의 진실성, 자신의 아픔을 작품으로써 넘어서는 작가로써의 진정성등에 의한 호감이지만... 사실은 그렇다. 내가 이 작품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유는 <푸른 알약>의 내부에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로 가족이란 혈연으로 점지되어진, 처음부터 만들어진 관계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 한 그 생각 그대로 끝까지 흐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 가족이라는게 그런것인가? 모든 인간이 가지고있는 그늘진 부분에는 혈연이라는 카테고리만으로는 끌어담을 수 없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근데 그렇다. 내가 뭐하러 남의 그늘을 주시하는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의 그늘조차 끌어안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럼에도 타자가 자신의 그늘을, 혹은 자신이 타자의 그늘을 끌어안아야 한다면 그것은 가족일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푸른 알약>에서 프레드가 사랑하게된 여인 카티는 명확한 그늘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좀 인식이 달라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에이즈라는 병으로써. 프레드는 이미 카티를 사랑해버린 이후고, 그녀의 병이라는 그늘을 끌어 안아야 하는 위치에 처한다. 여기에 더, 그녀는 아이를 가진 이혼녀이고 그 아이도 에이즈 보균자이다.

 

<푸른 알약>는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이 되기 위해서 에이즈라는 그늘을 돌파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섹스중에 콘돔이 훼손되어 우왕좌왕하던 에피소드가 이 작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단순히 '프레드가 카티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되는가'가 중요했는가? 프레드는 에피소드의 전후에 에이즈로 인해 만들어지는 관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들이 에이즈의 전염이라는 하나의 단계를 극복해냄으로써 둘의 관계가 동등해짐을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프레드는 이 작품 내에서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무게를 싣는다. 그렇다. 가족이 된다는 것을 상대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일이다. 아무도 끌어안으려 하지 않던 그 그늘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 되기 때문에 생기는 책임감은 무겁지만은 않다. 때론 너무나 행복할 것이다. 프레드와 카티의 행복에서 보이는 것 처럼.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가족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