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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라이브 어 라이브> - 선형적 구조가 가질 수 있는 힘.


장르 : RPG

발매년 : 1994년

기종 : 슈퍼 패미콤

제작사 : 스퀘어 (현 스퀘어-에닉스)



* 본 리뷰에는 게임의 스포일러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이 매체로써 가지는 가장 주요한 특징은 무엇인가. 그 어떤 요소보다 더 대두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에서의 체험은 직접체험이라는 부분일 것이다. 이것은 가장 기초적인 관점인데, 대다수의 매체들은 관객(혹은 독자)에게 체험을 전달하지만 그 형태가 내적인 인물을 통한 간접적인 관점이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서 비디오 게임은 플레이어가 컨트롤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내적인 방향성에 영향을 주며, 그로 인해 생성되는 체험들은 올곧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보여지는 희생의 크기에 따른 선택이라는 요소를 보자. 우리가 타 매체를 통해서 이 딜레마를 접하게 될 때는 작중의 인물이 딜레마를 대면하면서 느끼는 심리적인 요소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한 명의 인물을 쏘아 죽임으로써 수십명을 살릴 수 있지만., 그 한명이 너무나 소중한 인물이라는 설정도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에게 부여되는 갈등일 뿐이다. 우리는 이 결정을 위한 고뇌에서 사유화 할 수 있는 진지한 질문들을 얻을 수는 있지만 두가지의 선택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그 선택의 무게를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으로 이 상황을 옮겨올 경우, 플레이어는 마우스 버튼의 클릭 여부로 선택이라는 진짜 상황을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이 두 가지 상황에 대한 가치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그 심적인 부담을 직접 받아야 한다. 물론 이것을 진짜 플레이어에게 전가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일단 내적으로 플레이어를 상황에 몰입시켜야 하며, 실리적인 보상을 최소화하여 실리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진도에 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비디오 게임이 가지는 가장 유요한 특징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다만 이러한 관점의 논의도 생각보다는 최근에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선택에 의한 내적인 피드백을 다양화 하기 위한 기반이 너무 고차원적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기반이 확실히 보장되기 이전의 시대에는 이러한 특질들을 깊이 생각하기 보다는 기술력의 한계 내에서 할 수 있는 표현들을 최대한 유용하고 있었다. 평면적으로 단순화하여 표현된 배경에서 적과 일정한 확률로 조우하고, 사각의 텍스트에서 대사와 경과들을 묘사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다. 허나 그렇다고 당대의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체감이라는 요소를 넘겨짚지는 않았다. 물론 모든 비디오 게임이 체감적 실험을 감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크리에이터들은 생각지도 못한 과감한 선택들을 보여줬다. 그것이 현대 게임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했을지 까지는 읽을 수 없지만, 최소한 그들이 게임을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만들고 싶어했음을 부정하긴 힘들것이다.

 

<라이브 어 라이브>는 당대 최고의 회사인 스퀘어(현 스퀘어 에닉스)에서 제작한 일본식 RPG이다. 다만 <로맨싱 사가 II>, <파이널 판타지 VI>등을 연속히트시켰던 스퀘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대치는 굉장히 낮았는데 당대 스퀘어가 <파이널 판타지 VI>등으로 보여줬던 최고의 기술적 능력과 반대로 움직이는 낮은 퀄리티의 그래픽등에 의해 생긴 일이다. 스퀘어 입장에서도 짧은 제작기간과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야 했었던 탓도 있었기에 홍보에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발매된 게임은 예상 이상으로 호평이었고 현재도 스퀘어의 리메이크 요청작으로 자주 회자되는 게임이 되었다.

 

(참고로 본 게임은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한장의 일러스트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로, 덕분에 고바야시 요시노리와 함께 소학관에서 만화를 그리던 작가들이 다량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다. 리스트는 원시편에 <오봇챠마쿤>, <동대일직선>의 고바야시 요시노리, 막부편에 <검용전설 야이바>,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쿵푸편에 <권법소년>의 후지와라 요시히데, 서부편에 <백병무자>의 이시와타 오사무, 현대편에 <스프리건>, <암스>의 미나가와 료지, 근미래편에 <울어라 펜>,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의 시마모토 카즈히코, SF편에 <바사라>, <7 SEEDS>의 타무라 유미. 지금 기준으로 봐도 초호화 기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튼 이 <라이브 어 라이브>는 앞서서 말했던 인터렉티브를 통한 체험의 전달의 요소를 일부 갖추고 있다. 다만 1994년 발매라는 꽤 이른 시기를 생각하자면 지금의 관점에 비해서 단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라이브 어 라이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구조에 대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라이브 어 라이브> 8개의 각각 다른 장르로 플레이 하게 되어있다. 게임을 기동하면 원시편, 막부말편, 쿵푸편, 서부편, 현대편, 근미래편, SF편의 7가지(중세편은 숨겨져 있다!) 중 한가지를 선택해서 플레이 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독특한 요소는 이 7개의 이야기는 모두 각자 이야기의 배경뿐만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 양상까지 많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서 원시편은 아직 언어가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가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표시된다거나, 근미래편은 초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화 이외에도 독심술을 사용하여 마음속을 읽을 수 있다거나 한다. 이 정도로는 아직 특이하지 않다면 이런 것들도 있다. 쿵푸편은 노선사로 시작하여 세명의 제자를 받은 뒤 세명의 제자를 수련시켜서 능력을 전수시킨다. 후에 수제자가 주인공으로 변화한다. SF편은 JRPG의 특징인 전투라는 개념이 없다. 되려 우주선 내를 뛰어다니는 외계생물과 마주하면 게임오버다. 반면에 현대편은 6명의 고수중 한명을 선택하여 1:1로 대전을 한다. 그렇게 6번을 이기면 최종보스와 대면하는 격투게임 적인 구성을 갖춘다. 그리고 이렇게 7개의 이야기를 클리어 하면 8번째 이야기인 중세편이 등장한다. 이 중세편까지 클리어 하면 최종편이 등장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주인공을 선택하여 다른 편들의 주인공들을 동료삼아 게임을 클리어하게 된다.

 


물론 이런 구조는 특이하긴 하며 플레이를 하는 동안 복합적인 체험을 시키는 것도 꽤 재미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 요소들이 완전히 새로우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한번의 사유를 더 건너게 만드는 체험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 내에는 특별한 장치가 한가지 존재한다. 그것은 각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에 대적하는 보스들에 있다. 보스들은 각각의 시대에 걸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나, 결과적으로는 오디오라는 발음으로 읽도록 유도되고 있다. 이 오디오(Odio)는 이탈리아어로 증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모든 보스들은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증오를 품게되는, 혹은 증오를 받게되는 구조로써 형성되어있다.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이 각각의 에피소드에 따라 분할되어 있는 것 역시 최종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증오에 대항하는 여러가지 수단으로써 디자인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야성의 감을 믿고 도전하게 되는 원시편이나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에 대처하는 근미래편, 전투를 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심리를 느끼며 진행하는 SF편등 이 모든 방법론이 모두 증오에 대항하는 다양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이것은 고전적인 해석법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플레이어는 증오(오디오)에게 대항하는 방법에 있어서 특별히 고전적인 방법에서 멀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에피소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에는 레벨을 올려서 전투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이런 구조의 끝에 플레이어들은 중세편이라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받게된다. 소학관 출신의 작가를 기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게임으로써의 캐릭터를 배치한 이 에피소드는 기본적으로 일본식 판타지 RPG의 안티테제로 시작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 올스테드는 무투회에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스트레이보우에게 승리한다. 무투회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용자의 칭호를 얻은 올스테드는 국왕의 딸인 알리시아 공주와 결혼할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성의 옥상에서 공주와 시간을 보내던 때, 죽은 줄 알았던 마왕이 나타나 알리시아 공주를 납치하여 마왕성으로 향한다. 올스테드는 친구 스트레이보우와 함께 마왕에게서 공주를 구해오기로 결심한다.

 

흔해빠진 마왕(용처럼 생긴것으로 보아 지그프리드 신화에서 기인했을 것)이 공주를 납치하고 용자가 구출한다는 시나리오로 시작하자면 이 전체에는 음울한 기운이 감돈다. 무엇보다 선대에 마왕을 살해하고 용자의 칭호를 받은 핫슈의 존재가 그렇다. 그는 스스로 용자 핫슈는 죽었다 소문을 내고 산에 은거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인간이라는 존재를 멀리하며 부정하려 든다. 하지만 결국 올스테드와 선대 용자의 동료 우라누스의 설득에 출정을 선택한다. 그리고 마왕성의 끝 길이 없는 방에서 갑작스러운 지진이 일어나고 핫슈와 스트레이보우가 사망한다. 이때 핫슈는 올스테드에게 인간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숨진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핫슈가 용자가 된 이후에 인간불신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유추 할 수 있다.)

 

그 후의 전개는 완벽하게 틀어진다. 올스테드는 갑작스러운 환각에 의해 국왕을 살해하게 되고 우라누스와 함께 국왕과 스트레이보우의 살해혐의로 감금되어 고문을 당한다. 극단적인 고문을 당하던 우라누스는 마지막 힘으로 철창 문을 열어준 후 숨지고, 올스테드는 자신을 마왕이라 부르며 덤벼드는 왕국 병사들을 도륙하며 마왕성으로 향한다. 이때 플레이어가 회화를 걸었을 때 호의적인 대사를 하던 모든 인물들이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으로 바뀐다. 올스테드를 존경한다 하던 아이는 부모에 의해서 끌리듯이 집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올스테드는 외로이 마왕상의 끝까지 향하고, 그곳에서 의문의 7개의 석상을 발견한다. 물론 이 7개의 석상은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해치웠던 7명의 오디오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길을 통해 마왕성의 진짜 숨은 방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죽은줄 알았던 스트레이보우와 마주한다. 스트레이보우는 올스테드에 의해 항상 2인자였던 자신의 고통, 알리시아 공주를 사랑했지만 얻을수 없었던 고뇌등을 토로한다. 그리고 마왕성의 지진을 일으킨 것이 자신임을 알리고 올스테드를 죽이려 든다. 올스테드는 지금까지 몰랐던 진의를 드러낸 오랜 친구까지 살해하고 끝내 알리시아 공주와 마주하지만, 스트레이보우의 슬픔과 고뇌를 받아들인 알리시아는 항상 1등만을 차지하고 결국에는 그를 죽이기까지 한 올스테드를 저주하고 그 앞에서 자결한다. 이 순간 올스테드는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제부터 마왕 오디오다!’라고 외치며 스스로 마왕으로 타락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올스테드는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 그렇듯) 철저하게 감정표현이나 대사가 감춰져있다. 이것은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어를 캐릭터에 몰입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다른 이들의 리액션만을 보임으로써 플레이어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최후의 순간 이 법칙이 깨진다. 올스테드는 플레이어의 분신임을 스스로 부정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이 마왕임을 외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중세편이 기존의 일본식 판타지 RPG의 이야기 구조의 안티테제임과 동시에 그 몰입 방법 자체를 부숴버리는 방법론이 된다. 지금에야 인물에 대한 몰입방법이 다양해져서 조금 다를지 몰라도 당시로써는 이 구조가 준 임팩트는 꽤 강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결론을 내고도 최종편에 도달하면 당당히 올스테드를 주인공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열에 아홉은 이 과정에서 올스테드를 선택했으리라 본다. 올스테드가 주인공인 최종편은 마왕성에서 올스테드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올스테드는 이 시점에서 이미 완전히 플레이어의 손을 떠나 주체적인 캐릭터로써 움직이는 것. 물론 조작은 플레이어가 하게 되지만, 이전처럼 그의 감정이나 행위가 감춰져있지 않다. 되려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을 반영하던 강렬하게 감정표현을 하게 된다. 올스테드는 7개의 석상이 있는 방으로 내려와 각각의 석상에 감춰진 패배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자신의 적으로 등장했던 보스들을 조작하여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간다. 이렇게 7번의 전투를 치루고 나면 엔딩이 나온다. 올스테드는 중세편에서 모험했던 장소들을 하나씩 거닌다. 물론 그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최후에 공주와 대화하던 성의 옥상에 올라가 마왕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는 올스테드의 모습과 SAD END 라는 문구만이 남는다.

 

처음에 운을 떼었던 것처럼 게임의 강점이 체험이라면, 올스테드를 바탕으로 하는 이 체험은 전체가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7개의 경험과 각자의 방법을 통해 증오(오디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세계를 구해낸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도달한 가장 보편적이고 몰입이 되는 올스테드는 스스로 인간에의 증오에 빠져 플레이어의 컨트롤에서 당당하게 벗어나 마왕이 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왔던 증오에의 대항을 뒤집어 희망을 부수게 된다. 이 체험이 진짜 강렬한 이유는 이 파트에서는 플레이어가 바로 올스테드의 말이 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이 파트에서 올스테드의 희망을 부수는 작업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 게임이라는 선형적인 개괄에 의거해서 올스테드가 바라는 파멸을 플레이어 스스로가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올스테드는 어떤 인물이었나. 자신의 감정도 행동도 제거되어 플레이어의 지고지순한 말에 지나지 않았던가. 이 순간 어쩐지 플레이어 역시 올스테드의 증오의 대상이 된듯한 스산한 에너지를 받게 된다.

 

물론 이 SAD END 이후에 다시 다른 주인공을 선택하여 진짜 최종편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 진짜 최종편은 다른 일본식 RPG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료를 모으고, 레벨을 올리고, 무기를 얻어서 마왕을 처단하는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마왕을 처단하고 엔딩을 보게된다. 이때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가지고 있던 개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있다. 마치 중세편 초기의 올스테드처럼. 대사도 감정도 없이 플레이어가 다루는 말로써 파티를 이루고 마왕에 대적한다. 게임의 말미에서 한때 플레이어의 말이었던 올스테드는 반대의 형태로 자신의 감정을 한껏 드려내며 대적한다. 플레이어들이 마왕 오디오-올스테드를 쓰러뜨리면 올스테드는 주인공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한다. 이 구걸이 과연 주인공들에게 하는 부탁인가, 아니면 플레이어 자신에게 하는 부탁인가. 그리고 플레이어는 쉽게 이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라이브 어 라이브>는 구시대의 일본식 RPG에서 크게 벗어난 게임 플레이를 지향하진 않았다. 물론 독특한 요소들이 잔뜩 들어가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틀을 만들려고 한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 그리고 플레이어의 체험을 통해서 기조를 뒤흔드는 압도적인 스토리 텔링을 보여줬다. 비록 요새 게임들이 흔히 작품성으로 추켜 세우는 비선형적 구조-자유도 따위를 지향하진 않지만 선형적인 이야기 밑에서 플레이어는 지독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최소한, 이 체험은 게임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특히 일본식 RPG라는 장르 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