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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집사의 하루 -11

 망할 독감. 설 명절이 끝나고 얻은것은 돈도 체중도 아닌 독감이란 녀석이다.

 면역력이 한없이 약한 우리 자취생들. 감기 한번 제대로 걸리면 왠지 떨어져 나가질 않는다.

 부어버린 목. 줄줄 흐르는 콧물. 열때문에 벌개진 얼굴. 그리고 두통.

 전기장판을 빵빵하게 틀어두고 두꺼운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땀을 한껏 흘리면서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새벽이 되도록 잠을 못잤다.

 감기약에 취해 몽롱해 있는 상태.

 어디선가 시원한 무언가가 머리위에 얹혀졌다.

 무언가 하고 눈을 뜨니 머리 맡에 앉아있는 리배냥.

 항상 이녀석이 물을 마실때면 양발을 다 적시곤 하는데...

 마치 '집사 아프지마..'라며 바라보는듯한 눈빛으로 머리맡에 앉아있었다.

 그게 너무나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니 그르릉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 머리나 턱 밑을 만지면 놀자는 줄 알고 항상 물어대는 녀석인데 이땐 참 희안하게도

 자장가나 들으라는듯 그르릉 대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다음날 눈을 뜨니 열은 모두 내려간 상태였고 단지 목만 부은 상태였다.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아직 차갑다. 그래도 뭔가 개운하고 청량감이 들었다.

 '다 나았네.'

 방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햇볕에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날아다니는 온갖 먼지와 털들....

 빨래도 밀렸지만 저 먼지를 어떻게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감기가 더 심해질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먼지털이개...이런거 없다. 그냥 걸레로 온 방안 구석구석 닦아댈 뿐이다.

 벽에 붙어있는 에어컨위에서 부터 반대편 벽에 붙어있는 선풍기 날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닦다보니...

 다시 열이난다. 이러다 죽겠지 싶어 그냥 그대로 들어누웠다.

 한참을 누워있으니 리배녀석이 다시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부들부들한 녀석의 뒷목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부벼대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저녁쯤 일어났을땐 다시 제 컨디션을 찾은듯 했다.

역시나. 집사가 아픈게 나아진걸 확인 했는지 미친듯이 달려든다.

리배가 책상 위에서 배위로 다이브를 시전한다.

'락 스피릿!'을 외치며 다이브 하듯이...

그래 놀자 놀아!

이불위에서 뱅글뱅글 뒹구는 녀석을 보니 한껏 미소가 지어졌다.

이맛에 기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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