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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집사의 하루-7

개냥이가 되어라.


리배가 이집에 들어올 때부터 집사로써의 내 로망은 개냥이로 커주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다닥일때나 가만히 다가와 비비적 대다가 무릎위에

살포시 앉아있는 그런 녀석이 되길 바란다.

 어릴적 귀찮다고 놀아주지 않고 혼자 내버려 둔다거나 때리거나 했을때에는 

성묘가 되었을 때 독립심이 커서 주인에게 잘 안다가온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같이 놀아주려고 애쓰고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리배가 무는 버릇이 있다. 손만 보면 달려들어서 마치 자신이 호랑이라도 되는냥 앞발로 팔을 감싸안고

손을 물어댄다. 이 버릇을 고치려고 입안에 손집어넣기, 큰 소리치기, 같이 물기 등등 별짓을 해봤지만 고쳐지지 않다가 장난감 하나로 미친듯이 놀아주니 그 다음부터는 좀 덜해졌다.

 이제 고양이 티가좀 나기 시작했는데 요즘엔 말그대로 개냥이다.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려서 개냥이가 아니라 개같은 짓을 겁나게 해대서 개냥이다. 요 며칠전에는 잠이 안와 술한잔 마시고 잘생각에 토닉워터에 보드카를 한잔 말아두고 화장실에 다녀왔었다.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오마이갓!!! 이 녀석이 술잔에 머릴 쳐박고 할짝대고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이새끼가 대체 뭘하는건가...'하는 생각에 잠시 지켜보니 

혀로 핥아 먹다가 안되니 앞발을 담궜다가 발에 뭍은 걸 핥아 먹는다.

'저게 고양이 새낀가?'

술잔을 뺏어서 보니 술이 줄어든 양은 거의 티도 안났다. 하지만 이 어린게 술을 마셨단게 걱정이 되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리배 녀석이 방안을 미친듯이 뛰어 다녔다. 그리곤 내게 달려들었다가 다시 뛰고 다시 뛰고... 한 30분쯤을 그랬다.

그날 알았다. 고양이도 취하고 주사도 부린다는거..

아무래도 이놈이 먹는거라면 안가리고 먹다보니 내가 뭘 먹으면 꼭 뺏어먹으려는 버릇때문에 이날 일도 벌어진듯하다. 

 새벽에 라면을 먹을 때. 과자를 먹을 때. 뭔가 먹으려고 포장을 뜯을 때면 귀신같이 달려들어 내 앞에 앉아있는다. (물론 안준다)

"리배야. 가서 니꺼 먹어. 니꺼" 

그제서야 안준다는걸 안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너 살좀 빼야돼"

며칠전 문득 이녀석이 앉아있는걸 봤을 때. 배아래 뭔가 불룩한게 올라와서 엄청

놀랐었다. 몽글몽글하니 올라온게 혹이라도 생긴줄 알고 병원에 데려갔을때

그냥 뱃살이라는걸 듣고 얼마나 무안하던지...

 되라는 개냥이는 안되고 돼냥이가 되는것일까?

저 무서운 식탐을 잠재울순 없을까?

 리배야... 이제 많이 놀아주면서 운동도 시켜줄게. 미안.


하지만 돼냥이가 되더라도 오래오래 같이 살자.

니 뱃살의 감촉은 참 인절미떡 같은게 계속 만지고 싶은 중독성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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