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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끄적끼적] 하루 성찰 -2

학교에 갔다오고, 야자하고, 학원까지 다니니까 글을 써놔도 옮겨적으려니 너무 늦게 업데이트 하는 것 같다. 눙물.

앞으로는 새벽에 써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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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세상은 넓고 천사는 많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전제가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정의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느낄 수 있다.

단언컨대, 누구나 다 자신을 인격적으로 꽤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선생님들께선 아이들이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자신의 귀여운 실수담이나 귀엽게 민망한 사건들을 말씀하시고, 하루성찰 1과도 연관되는데 친구들은 끊임없이 뒷담화를 하면서 '쟤는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인격적으로 한층 더 나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강조한다.

얼마 전 나는 영어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저번 주 일요일에 백화점에 갔는데 말이야. 엄마 가방이 낡은 것이 생각나서 하나 새로 사려고 둘러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점원이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르는 거야. 카드비만 날렸지, 뭐."

"내가 중학교에서 애들 가르쳤을 때, 애들 꼬임에 넘어가서 빕스니 애슐리니 다 사먹였잖아. 내가 말했었지? 그런데 애들이 또 만나자고 하네. 아우, 진짜 또 카드 엄청 쓸 거 같아."

"수능 끝나서 애들 좋겠다. 아, 내가 말 했었나? 나 전교 회장 출신이야. 근데 좋은 거 없어. 수능날에 저녁 9시부터 모여가지고 같이 간 애들 다 사먹이고 신문지 주워다가 애들 눕히고...고생만 잔뜩 했지. 좋을 때였어."

내가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수업시간 내내 '어떤 사람에게 베풀었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없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내가 알고 있는 아이 여럿은 하루 종일 이런 얘기만 한다.

"아, 진짜 못생겼어. 나는 얼굴만 문제고, 나머지는 괜찮은데. 쟤는 진짜 뚱뚱하다. 얼굴은 개상이야. 성격도 막말 겁나 쩔고."

"야, 저기 봐. (다리를 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어서 대부분이 기피하는 아이들) 나 니 뒤로 갈래. 쟤랑 너무 가깝잖아. (근처 애들이 그 애를 놀리는 모습을 보면서) 헐. 저건 심했다. 미친 놈들."

"걔가 그래서……솔직히 진짜 서운한거야. 짜증나. -근데 너도 그런 행동 자주 하잖아.- 아, 그렇긴 한데……나는 그 행동을 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화를 낸 뒤에 걔 반응이 짜증나는거야.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독자분들께서는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가 깎아내리는 사람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나도 같은 행동을 자주 하지만 어느 하나 그들보다 괜찮은 점이 있다. 사채업자들이 빚쟁이들에게 돈을 뜯어내면서도 '나도 사정이 있다고. 어쩔 수 없어.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거야.'라고 최면을 거는 것마냥.

누구나 이런 얘기들만 늘어놓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들 자신이 이런 얘기만 늘어놓던지.

나는 하루에 이런 사람들을, 적어도 열댓명은 본다. 얘기를 듣다보면 좀 과장해서 '이럴 수가! 이런 천사가 다 있나! 요 고귀하신 천사님의 말씀을 성경에다 적어놔야할텐데!' 싶다. 이런 얘기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면 부동의 베스트셀러 1위일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내가 천사라고 생각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칭찬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유독 강해서인지 '누군가 나를 칭찬해줬으면. 예뻐해줬으면. 아니면 차라리 불쌍하다고 했으면. 내가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해줬으면.'하는 마음으로 거짓말까지 하면서 착한 얘기들만 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잠잠하던 인간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집에서 맞는 개, 밖에서도 맞는다더니. 한 번 어긋나니 그걸 원인으로 또 다른 사람이 화를 내고. 그렇게 내 마음 속에서 군중들을 몰아내며 나는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를 상처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잘 지내지만 속으로는 그 아이의 단점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내 주위에 그야말로 천사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경계심이 심하다. 친구들이 뽑는 <재수 없는> 성격 중 하나지만 나는 아주 쓸만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도덕 교과서 가지고 백날 배우는 것보다, 사람 한 명 관찰하는 게 낫다.

나만 해도 혀 관리가 인간관리의 핵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으스대는 성격도 고쳤고, 사랑받는 인간의 유형을 꿰게 되었으니까. 내가 착하지 않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안다.

군중 속의 고독. 대천사 가브리엘, 예수, 성모 마리아, 테레사 수녀가 활개 치는 군중 속, 고독한 인간.

천사는 자신이 강조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남들이 천사라고 떠받들면 그제서야 천사가 되는 것이지.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사가 되어야 남들이 떠받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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